아내는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심씨를 기다리고 심씨는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다
"사람 많아요?"
아내가 간신히 의사표시를 한다.
"많기는..."
밥을 차려 아내앞에 놓고 숫가락을 들려 준다.
너무 힘들어 하는 아내가 안쓰럽다.
"먹어, 먹고 일어 나야지.."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어떻게든 고쳐줄께...오늘 아침먹고 신안동에 용한 한의원이 있다니까 갔다가 올께."
아내가 억지로 밥을 넘기는데 밥이 안넘어 가는지 먹기를 멈춘다.
우유를 하나 따서 그 앞에 놓았다.
밥먹기가 긑나고 심씨는 용하다는 한의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아내의 눈에 희망이 조금 섞였다.
엘레베이타로 내려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어디선가 클략숀 소리가 들린다.
"타세요. 어디가세요.."
곱녀다.
"아니, 바쁠텐데..."
'아네요..저 시간 많아요..."
심씨는 차에 올랐다. 입술연지가 곱다. 그리고 미소도 곱고 하기야 자신보다 여섯살이나 덜먹고 고생도 안한 모양이니 너무 고와 보이는게 당연하다.
"어디 가시게요?"
"신안동 한의원에 가려고.."
"한의원엔 왜요?"
"응, 물어볼게 있어서.."
차는 이내 신안동쪽으로 내달린다.
"오라버니, 나 요즘 참 심심하거든요. 급한일 아니면 우리 드라이브 하고 이따가 오다가 들리면 어떼요?"
"그러지 뭐, 하기야 급한것도 아니고..."
심씨는 주머니 사정을 본다. 십여만원은 있으리라
"자, 오라버니 갑니다"
"그런데 혼자산다고 했지?"
"예, 혼자살면 참 편하죠.."
"아이들은 없나?"
"아이들은 다 떠났어요"
"떠나다니.."
"한놈은 미국, 또 한놈은 캐다다로 가고 저 혼자 남았어요. 혼자 남아서 남편없이 살다보니 세상풍파 많이 겪었어요. 남자들 정말 못믿어요.."
신세한탄이 나오는 모양이다.
옥천으로 향하던 차는 군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어디로 가는걸까...
한적한 길. 금산방향으로 가는 길에 이름모를 외제 꽃이 피었고 심씨의 심정이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