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40

곱상한 여자


BY 금풍천 2003-08-12

은행앞을 지나는데 곱상한 여자 하나가 지나며 흘끔거린다.

심씨도 아는사람인가하여 기억을 더듬는데 뭔가 긴가민가 말고는 확신이 없다

여자가 앞서 가고 심씨가 따라가며 서로 당을 보는데 둘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저..고향이.."

"예..영동인데요"

"그래요 맞는것 같으네요.."

 

금새 말걸은 곱상한 여자의 얼굴이 밝아진다.

 

"저..모르실거예요. 제 오빠가 상덕이라고.."

 

그랬다. 같은 마을은 아니지만 심씨가 살던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양지편이라는 마을에

동창생하나 상덕이가 살고 있었는데 이 여자가 그 동생이었다.

 

"참 오래간 만이네요. 운동장에서 자주 보았는데 실수 할까봐..."

"그렇네요..나를 그래도 알아보네.."

"그럼요 알아보죠. 저희 집에 올때에 저하고 같이 얘기도 하고 호호호"

 

여자가 재미잇게 웃었다.

 

"그런데 여기 어디 사나?"

"저 앞에 주택에서 혼자 살아요.."

 

곱녀는 스스럼 없이 혼자 산다는 말을 강조한다. 하기야 혼자 산다고 해도 심씨의 나이에 별다른 일이야 있을까만 그래도 남자가 짚단 한나만 들 힘이 있으면 여자 구슬리려 한다지 않은가..

 

"제가 언제 초청할께요 놀러 오세요.."

"알았소.."

"자, 이거하나 받으세요.."

 

그녀가 내민것은 윌이라는 야구르트 보다 좀 좋은 그런 음료였다. 심씨는 그걸 받으면서 곱녀의 손을 본다. 아내의 푸석푸석한 손을 늘 보아온지라 손이 너무 곱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오라버니는 어디 사세요?"

"아, 나 저기 아파트에.."

"아 새피앙요..."

 

심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씨와 곱녀는 나이 답지 않게 눈웃음을 치고 헤어졌다.

산새소리를 들으며 고행의 첫사랑을 생각했는데 엉뚱하게 친구의 동생, 그것도 혼자사는 여자를 만나게 되다니...괜히 마음이 설레는 심씨는 마른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발길을 제촉한다.

 

경비가 인사를 하고

 

"뭔 존일 있으세요?"

"네..."

"사모님 건강이 좋아지셨나요?"

"네..."

 

심씨는 건성 답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1,2,3......

그는 오르는 층수를 헤면서 곱녀의 뒷모습을 상상으로 그려 음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