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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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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소리


BY 금풍천 2003-08-12

심씨의 마음은 자꾸만 내리막이다. 왜냐하면 운동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침을 열면 국가대표라는 그 사람에게 모든 관심이 가 있고 그가 운동장의 주인이 되어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

 

"그래, 나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데..."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도 짜증을 내기가 일수다. 내마누라를 빼앗긴것도 아닌데 왜 남의 마누라 바람피는것 보면 은근히 화가 날까...제가  바람피면 능력이고 남이 피면 꼴에 값한다고 한다더니 심씨의 심사는 꼬여질대로 꼬여진 상태다.

 

별수 없이 H대 뒷산을 돌며 운동장을 외면하는데 오늘따라 이름도 모를 새가 까욱거린다.

집에 두고온 아내가 기다릴 생각을 하면서도 집에 가기가 싫다. 아래쪽을 보니 베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심씨 나이 또래는 된것 같다.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싶어 거길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손짓하는 사람이 있다.

 

"내려 오세요!"

 

누군가하고 봤더니 언젠가 슈퍼에서 두어번 만났던 한 아파트에 사는 여인네다.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싫다는 신호의 손을 흔들고 산을 돌아 내려온다.

 

혼자가는 산길에 산새만 자꾸 따라와 우는데...왜 갑자기 고향산에서 속삭이던 망녕같은 첫사랑의 어린 계집애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

 

"지금쯤 아마 나이 많겠지..애는 몇이나 낳았나 ..."

 

산새소리가 더욱 까욱거리는데 심씨는 멍청하게 털래거리며 집으로 가는 발길을 제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