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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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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 애쓰다


BY 안젤리나 쫄티 2003-07-19

 

정학 5일을 채우고 아침에 등교했다.

될 수 있으면 얼음공주와 부딪히지 않으려 아주 늦은 시간에 가서 청소를

했었다.


그래, 고맙다.  내 정신을 깨워줘서.

동성인 널 잠깐이나마 가슴에 담아뒀던........


교실에 들어서니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5일 남은 축제준비 모두들 잘 하고 있겠지?

그때 회의에서 정한대로 각자 맡은 소품 잘 신경 써서 우리 반 연극을.......”

얼음공주가 교탁 앞에 나와서 학급회의를 주관하고 있었다.


본능처럼 찾았던 네 자취.. 이젠 거들떠보지도 않으련다.

난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창밖으로 떠가는 뭉게구름만 멍하니 쫒고 있었다.


모든 게 다 시들시들하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담밸 물고 잔디에 누웠다.

담배 맛도 쓰군.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난 상담실에 불려가 학주의 마무리 잔소릴 한 시간 넘게

경청해야 했다.  또 담배의 폐해에 대한 양호샘의 개인교습까지.


날이 어둑어둑 해질 무렵에야 다리를 절뚝거리며 상담실에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훗, 독사란 별명이 어련하겠냐고.

나 같은 문제아도 질려 넘어질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특기인 학주.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운동장을 걸었다.

미정이도 갔나......

날마다 찰싹대던 미정이 마저 보이지 않자 문득 서글퍼졌다.


민지를 잊자고 다짐했던 순간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에 숭숭 뚫린 구멍사이로 바람과 함께 눈물도 흐른다.


기집애.......

최민지,  너 잊을꺼야.


심장이 하나이듯 진실한 사랑도 하나라지만 어느 누가 알 수 있을까.

어떤 사랑이 진실한 사랑인지를......


“얼음공주,  안녕.....”

밤하늘의 별을 향해 중얼거렸다.



교문을 막 벗어나려는 순간 “장 재 영.!!”

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갤 돌려보니 저만큼 키 작은 나무 뒤에

민지가 서 있는 거다.

 

‘민지??’


난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갤 획 돌려 교문을 벗어났다.

‘쳇, 또 무슨 소릴 하려고...... 무슨 소리로 또 대못을 박으려고 기다린

 거야?” 


“재영아~”

민지가 내 등 뒤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민지가 내 팔을 잡더니 날 억지로 돌려세웠다.

 

“재영아.......”

물끄러미 날 바라보는 민지의 눈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볼을 타고 흘러내려 버렸다.


‘헉.’

가로등에 반짝이는 내 눈물을 보더니 민지는 놀라움에 말문을 열지 못하고......


그런 민지의 손을 뿌리치고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하필이면......

씨팔,

왜 울고 지랄이야.....


내 볼을 타고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