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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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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미의 복수


BY 안젤리나 쫄티 2003-07-16

 

점심시간이 끝나고 6교시 영어시간이었다.

담탱이 수업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있을 찰라 갑자기 학생주임 선생이 들어왔다.


“아, 이 선생 수업중에 죄송합니다.

이 반에 불미스런 일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잠깐 확인 좀 할까 하는데.......”

 

“예, 그러시죠.”


담임은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학주에게 교탁을 양보했다.


학주는 우리들에게 소지품 검사를 한다며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책상에 올려놓고 양 손을 머리위에 올리라고 했다.


그리고선 가방과 책상서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교복 주머니도 다 털어놔라.”


학주는 길다란 지휘봉을 들고 책상을 땅땅 내려치며 돌기 시작.


‘야, 얼음공주 짓이야.  우린 죽었군.’

‘햐.....그년 대따 빠르네.  평소에 잔뜩 벼르고 있었던 거 아냐?’

‘하필이면 담탱이 시간이냐.  따따블로 터지게 생겼다.’


나와 같이 담배를 즐기던 아이들은 겁에 질려 소곤거리고.


내 책상위엔 에쎄 한 갑과 빨간색 라이타.

 

아까부터 계속 담탱이는 유독 내 책상위를 눈독들이고 있었다.

 

“진 봄이, 최 희정, 장 재영, 김 선아, 최 정아, 손 미정......”

학주는 담배를 소지한 학생들 명단을 작성 후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이상, 방금 호명한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상담실로 오기 바란다. 이상.”


학주가 나가고 드디어 담임이 천천히 슬리퍼를 끌며 교탁 앞에 섰다.

그때 수업종이 울렸는데도 반 아이들 누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담탱이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손목시계를 풀어 교탁위에 던져놓고 있었기 때문에.....


우린 모두 앞으로 끌려나와 담탱이 분이 풀릴 때까지 극심한 매질을 견뎌야했다.


그리고 상담실로 불려간 곳에서 다른 아이들은 가벼운 훈계와 반성문으로 풀려났지만

난 학주의 기나긴 잔소리와 벌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부모님면담을 거절했던 이유로 정학 5일을 먹었다.


상담실을 나와 교실에 들어섰는데 반 아이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아까 걸렸던 아이들이 얼음공주를 둘러싸고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니년이지?  담탱이한테 꼰질른게?  너 아주 간댕이가 부었다.

이년아, 우리가 담배 펴서 너 피해준적 있어?  어디서 같잖은 범생이

티내고 난리야, 이 썅년아.”


봄이가 얼음공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찍어대고 있었다.

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얼음공주는 의자에 못 박힌 듯이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걸 본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얼음공주의 뺨을 갈기려던 봄이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뒤로 비틀었다.


“아야,  재영아, 왜 그래?”


나는 불같이 이는 화를 애써 눌러 참으려 안간힘을 써야했다.


“민지가 그런 거 아냐.  누가 그랬는지 알고 싶으면 따라와.”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자 아이들은 우르르 내 뒤를 따라왔다.


3학년 1반 교실을 찾아 들어가 “야, 백장미!!  백장미 나와라.”소리쳤다.

“백장미 아까 화장실 갔어.”


복도로 나가자 지나가던 아이들이 모두 길을 비켜섰다.


“캡 짱이 무지 화났나 봐.  뭔 일 난겨?”

“글쎄....백장미를 왜 찾지?”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지?  캡 짱이 저렇게 화낸 적 없었던 거 같은데?”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 섰다.


“뭐해, 니년들 빨리 안꺼지냐?  볼일들 봤으면 얼른 꺼져.”


봄이가 소리치자 화장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고 나머지 애들은

출입문을 막고 섰다.


난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그때 화장실 안쪽에서 백장미가 나왔다.


출입문을 지켜선 험악한 아이들과 나를 보더니 백장미는 퍼렇게 질려서 아무 말도 못했다.


“백장미, 니 선물 잘 받았다.  그런 유치한 방법을 쓸 줄 몰랐는데?

어쨌든 받았으니 이젠 내가 돌려줄 차례지?”


“내....내가 한거...아...아니야, 정말이야..”


배에 주먹을 꽂았더니 “컥.....” 배를 움켜쥔 체 상체를 수그렸다.

내려오는 가슴을 무릎으로 맞받아 쳤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백장미의 머리칼을 그러쥐고 화장실 문에 그대로 내려찍었다.


“니가 한 게 아냐?”


체육관에서의 일이 떠오르자 난 있는 힘껏 뺨을 갈겼다.


“니가 한게 아냐?”


“........”


입술 끝에 피가 흐르고 눈물 콧물 범벅을 한 체 백장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왼손으로 백장미의 머리칼을 쥔 체 기대고 섰던 문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뻗었다.

백장미의 귀 바로 옆에 화장실 문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움푹 패어버렸다.


뒤에 섰던 아이들도 너무 놀라 숨죽이고 있었다.


“나 건들지 마라.  그리고 나 없는 새에 또 체육관 흉내 냈다간 너 내손에 죽는다.”


잡고 있던 머리를 놔주자 백장미는 막혀있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면서 기침을 해댔다.

잔인한 미소를 짓고 나는 뒤돌아서서 화장실을 나왔다.


잠시 후 아이들도 나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재영아, 너 혹시 정학 먹었어?”

“그래, 5일.”

“왜 너만?  우린 반성문으로 끝인데?”

“.........”


“재영아, 너 백장미랑 무슨 일 있었어?  아까 체육관은 또 무슨 소리야?”

“........”

“그래서 백장미가 학주한테 꼰질르고 너만 정학 먹인 거구나....”


교실로 가면서 얼음공주 걱정으로 피가 마를 것 같았다.

아까 일로 괜히 상처받지나 않았는지....


윽....내가 진짜 미쳐버렸나 보다.

걔만 생각하면 온 몸이 저려서 아무것도 못하겠으니.....


나도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건가.

아님 사춘기적 단순한 끌림인가.


사랑이란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왔다가 온 몸을 대책없이

적셔놓고 가는 것인지.....


얼음공주만 생각하면 열난 사람마냥 온 몸이 들들 끓어오른다.

 

 

젠장,

왜 그렇게 내 앞에서 힘든 모습만 보여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