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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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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옆 창고 안에서


BY 안젤리나 쫄티 2003-07-12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체육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배구공이 든 자루를 메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쳇, 체육 샘은 맨날 나만 심부름 시킨단말야.

귀찮아 죽겠네.

나 키 크는데 보태준거 있냐구. 


난 체육관 앞에 도착해 자루를 내려놓고 주위를 살폈다.

운동장엔 체육시간을 마치고 어슬렁거리며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뿐.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체육복 뒷주머니에 숨겨 논 담배 한가치를 찾아 불을 붙였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자루를 멘 체 체육관 옆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안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매트리스가 쌓여있고 뜀틀도 각각 쌓여있었다.

난 공만 따로 모아놓은 통으로 다가가 메고 온 자루를 자루 째 던져 넣었다.

그리고 손을 탁탁 털고 나오려는데,

창고 구석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흠..으...음...”


무슨 소리지?

담배를 손에 든 체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다?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그냥 갈까?    흠.......   호기심을 참을 내가 아니지.


뜀틀이 가슴께까지 쌓여있는 구석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쌓여있는 뜀틀 사이로 바닥에 깔아 논 매트리스가 얼핏 보였다.


“으.....어.....음..음..”

다시 들리는 신음소리.


가슴께 높이의 뜀틀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본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음공주였다.

얼음공주가 레즈클럽의 회장이라 불리는 백장미와.......

키...키...키스를?.....하고 있었다.


저.....저게......키스????


난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광경이 믿기지가 않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얼음공주의 가슴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 치마속을 더듬는

다른 아이의 머리도 보이는 것이다.


백장미는 한 손으로 얼음공주의 두 팔을 꼼짝 못하게 잡고 있고

다른 한손으론 움직이지 못하도록 턱을 고정시킨 체 입술을 부딪치고 있었다.


두 애들에게 눌려 얼음공주는 신음소리조차 못 내고 당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백장미의 머리너머로 나와 눈이 마주쳐버린 얼음공주.


순간 당황한 듯 하더니 눈물이 가득 고인 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얼음공주와 눈이 마주치자 난 나도 모르게 펄쩍 뛸 듯이 놀랐다.

얼음공주의 절박한 눈 속에서 내 온 몸이 타버릴 만큼 섹시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질 만큼.......


내....내가 왜 이러지?

미쳤나?


침을 꿀꺽 삼킨 체 잠시 망설였다.

내가 나서는 게 괜찮은 건가.......


그 이유는 얼음공주가 그다지 저항하지 않는 듯한 몸짓인거 같았기 때문에.


난 그냥 뒤돌아섰다.


담배연기를 길게 내 품으며 뒷주머니에 손을 넣은 체 한걸음 떼려다

민지의 치마속을 더듬던 아이의 뒷통수를 뒤돌려 차기로 힘껏 차버렸다.


‘민지가 울고 있자나?’


뒷통수를 맞은 아이는 저만큼 나가떨어지고 키스를 퍼붓던 백장미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백장미의 입가에 한줄기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받았다.


난 턱을 잡고 있던 백장미의 손을 떼어 지그시 손등에 담뱃불을 눌렀다.

“너 지금 뭐하냐?”


“꺄  악 ~ ”

손등의 아픔에 백장미는 벌떡 일어나더니 비명을 질렀다.


백장미의 뺨을 힘껏 갈겼더니 백장미도 내 뺨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난 백장미의 손을 잡아 벽에 힘껏 밀어붙였다.


그리고 난 백장미의 바로 코앞에 담배연기를 내 뿜으며

“어디 그 잘난 얼굴에 기스 한번 내 볼까?”

담배를 얼굴 가까이에 대려니 겁에 질려 백장미는 부들부들 떨었다.


“한번만 더 얼음공주 건들기만 해봐,  니 얼굴 싹 고쳐 줄테니.”


백장미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진 체 어쩔 줄을 모르고 서있었다.


그때 수업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3학년 8반 장재영,  너 두고 보자.”


피식...

“그래, 니 꼴리는 대로 해봐,  기다릴테니.”


백장미는 쓰러져있던 애와 달리듯 창고를 빠져나갔다.


나는 그때까지도 일어나지 못한 체 주저앉아있던 얼음공주에게 다가갔다.

“야, 최민지.  괜찮냐?”


피식, 이 대사는 민지가 저번에 나한테 한 대사잖아?


고개를 숙인 체 울고만 있던 민지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웠다.

민지는 무지 떨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애써 내 눈길을 피하던 민지는

갑자기 내 손을 뿌리친 체 막 뛰어가버리는 것이다.


난 한동안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날 원망하는 거야, 뭐야?

아,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