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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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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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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슬로즈 2003-09-08

 

이제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재란의 생각은 굳혀졌다.

며칠을 두고 생각을 해봤다.

 

나약한 자신을 피해 도망치 듯 울릉도로 들어왔는데

다시 또 도망치듯 울릉도에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기가막혔다.

두번다 맞서볼 생각도 않고 등을 돌리는 꼴이 되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재란은 마음을 정리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

[곧...나간다면서요?]

[음...추석쯤에 다시 들어올거야]

[소라씨랑...돌아 가는거요?]

[혼자서는 안간다니 별수 있나?]

[...나 좀 봐, 삼촌]

 

채 영이 뭔 일인가 하며 돌아서는 순간 진수는 그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기어이...기어코!

 

며칠을 고민한 일이었다.

모른척 해야 하는건지,

화풀이를 해야 옳은 건지...

하루에 열두번도 더 마음이 바뀌곤 했던 진수였다.

그런데 삼촌이 돌아간다는 말에 참았던 무언가가 폭발했다.

 

채 영의 입가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

담담한 표정으로  씩씩대는 진수를 쳐다 보았다.

차라리 홀가분한 심정이었다.

 

[네가...고민한 결과가 이거냐? 이것으로 너에 대한 내 마음의 빚이 청산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무슨...소리야?]

[재란에 대한 얘기다]

[...! 그럼...삼촌은...알고 있었단 말이가? 재란이 삼촌한테 어떤 맘을 품고 있는지 말이다!]

[예전부터. 그리고...네가 재란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도...]

진수가 주먹을 쥐고 책상을 한번 내리쳤다.

[모든 건...시간이 해결해 준다]

[잘난 소린 집어춰!  언제나 사랑을 받기만 해온 삼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기나 하겠어? 그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알기나 하냐구! 가! 그래, 가버리라구!

가서는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말았음 좋겠어]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진수는 책장의 책을 한아름 쏟아내고는 문을 벌컥 열었다.

 

삼촌 잘못이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채 영이 미워보기는 처음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진수는 채 영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계단 아래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진수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그러나 진수는 피하듯 얼굴을 숙이고는 그녀를 지나갔다.

 

채 영은 피식 웃으며 방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맞아도 그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재란...]

열린 문에 기대어 서서 소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가슴에 담고 있는 여자가 그 여자...맞죠?]

방긋 웃는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였다.

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라는 그런 그의 반응에 작게 소리죽여 웃었다.

 

*

[선생님!]

중학교 1학년 남자애가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왜? 나한테 할 말 있냐?]

[이거요. 어떤 여자가 선생님한테 주라든데요?]

내민 건 곱게 접은 쪽지였다.

의아해하며 재란은 펼쳤다.

 

<윤 소라라고 해요. 아시죠? 얘기 좀 나누고 싶어요.  제당 벤취 알죠?  오실거라 믿으며 기다리죠.>

 

[이 ...여자가 왜 날...?]

알수 없는 일이었다.

썩 기분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재란의 발길은 제당으로 향했다.

그녀를 알아본 소라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신감이 벤 몸짓으로...

부드러운 라벤다색의 실크 원피스가 소라의 몸매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왜...절 보자고 하신 거지요?]

[안녕하세요? 우선 앉아요. 불빛이 없어서 그렇지 나쁘진 않은 곳이예요]

둘은 나란히 앉았다.

[좋아요. 저도 긴 얘기는 나누고 싶지 않아요.  짐작하시겠지만 영에 관한 얘기에요]

혹시나...했던 게 역시나. 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영의 시야에서 사라져줘요. 진정으로 그를 위한다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