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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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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초원에서 하얗게 되다


BY 今風泉(隱秘) 2003-07-08


햇살이 좀 식나보다. 산그림자가 커지기 시작하고 나뭇잎새의 바람이 차분해지기시작한다.
이제 우리의 발길은 갈목리를 지나고 있었다.

"잠깐! 저기 저 바위아래서 쉬어서 가자."
"네, 힘드신 것 같네요.."
"아냐, 힘드는건 아니고 하루종일 걸었더니 발이 좀 아프네.."

그녀가 가리키며 앞서가는 길은 잘 아는 길인 것 같았다.

"여기 참 멋진곳이야. 바구니 산골이라고 저 봉오리를 좀봐 바구니 엎어 놓은 것 같잖아"
"그러네요.."
"저 아래 가면 정말 좋은데가 있거든.."
"그래요 보고 싶네요. 그런데 어떻게 알아요.."
"음, 그전에 몇 번 왔었어.."

남편과 왔었는지 아니면 영선이라는 오빠와 왔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그의 눈망울 속에 설레임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호기심이 목까지 올라온다. 정말 어떤 곳이길래...

그녀의 초록치마는 하루종일 걸은 탓에 풀이 죽었고 하얀색 불라우스는 땀에 촉촉하다. 익을대로 익은 그녀의 몸매는 나의 여린 절제력을 뇌살 위기속으로 몇 번이나 밀어넣으려 미혹의 마수를 뻗쳤지만 난 그런대로 아직은 잘 참아내고 있었다. 

오르막이 그친다. 평원이 곧 나타날 것 같았다. 그녀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야호!"

메아리가 돌아와 누구를 부르는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나도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야호!"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달렸다. 제주도의 어느 분지처럼 수천평은 됨직한 초원이 아득히 펼쳐져 있지 않은가. 풀의 바다..초원의 향연이 거기 있었다. 세상의 풀들이 모두 모여 있는 듯 했다.
그녀도 나도 감격했다. 이렇게 이토록 너르고 푸르고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원시의 풀밭이 있다니..
복원된 에덴 동산이란 말인가..아니면 하늘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는 왈츠의 무대란 말인가....

우리는 괴성을 질렀다. 가슴이 터지도록 달리고 싶었다. 제비처럼 날개를 펴고 달렸다. 날아갈 듯이 달렸다. 그녀의 스커트가 흩날린다. 어느샌가 그녀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이되어 있었다.
나도 운동화를 벗어 하늘 높이 던져 버렸다.

"오오오 우우우 아아아 야호호!"
"빨리와 나좀 잡아줘 어서 나 너무 좋아 미치겠어 어서와 나좀 잡아줘 나좀..."

나는 세차게 달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나꾸어 챘다. 그리고 돌았다. 빙빙 돌았다. 신나게 돌았다.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무엇이 어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잠자리처럼 돌았다. 고추잠자리가 되었다.
자연의 위대함이 여기 있었다. 그 자연의 숭고함 앞에서 난 그녀의 소녀됨을 보았다. 티없는 소녀의 정품을 난 거기서 보았다. 순수한 가슴을 보았다. 세상을 잊어버린 한 마리의 나비를 보았던 것이다.

얼마를 돌았을까...
머리가 어지럽다. 고추먹고 맴맴 담배먹고 맴맴 노래가 생각 났다.
그녀가 먼저 쓰러진다 그리고 나도 쓰러졌다. 우린 손을 놓지 않았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이 바람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구나...우린 한동안 그렇게 꼼짝안고 누운체 손으로 체온을 음미하고 있었다.

에덴 동산의 아담과 하와 사이에 나타난 것은 뱀이다.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과실을 누가 따먹지 말라고 하더냐 하와여!"
"하나님이 그랫지롱"
"무슨 소리, 하나님이 그걸 못따먹게 한건 그 실과를 먹는날에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처럼 될까봐 그런걸 왜 몰라 바보..."

하와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그 금단의 과일을 뚝 땃다.

"나의 남자 아담에게 가져가 같이 먹어야지"

이렇게 해서 우리 인류는 조물주에게 죄를 지었고 지금까지 그 죄값을 치루고 있다는 성경의 내용이 똑같이 내게 적용되려는지 몸이 활화산처럼 요동하기 시작했다.

"우..........."

내 몸이 그녀를 향해 굴렀다. 눈빛이 변했겠지. 광란의 화살이 나를 향해 날아 왔겠지. 점령지를 향해 탱크가 달려가기 시작 했겠지. 폭죽을 터뜨리고 싶어 화약에 불이 붙었겠지. 인공위성 발사대에 카운트다운이 들어 갔겠지.

그녀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가 나의 몸을 당긴다. 손을 벌린다. 나는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토닥거린다. 정말 정말 밤마다 꾸어온 꿈이 이루어지려나

"하고 싶은대로 해..맘대로 해도 돼 괜찮아 "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바람이 분다. 풀잎이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나를 더욱 끌어 당기고....
나의 윗옷을 벗기고 있었다. 봇물이 터지려나....산이 해를 먹으려나....
우린 그날 그 푸른 초원에서 하얗게 되었다. 금단의 열매를 딴 이브가 된 그녀는 나에게 사과를 먹여 주었다. 정말 달콤한 사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