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은 직장문제를 어른들께 상의를 드렸다.
하지만 어른들은 옮기지 말라고 하셨다.
굳이 옮기려면 혼자만 그곳으로 가지 아이들은 두고 가라고 하신다.
병든 어른들은 손주들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하셨다.
경선 혼자서 남편과 아이들까지 두고 직장을 옮길 수는 없었다.
경선 자신이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결정해. 어머님 말씀도 맞아. 아이들은 이곳에서 지내도 되는데
당신이 직장에 갔다가 늦으면 마땅히 봐줄 사람도 없잔아.
주말에 당신이 퇴근후 와서 아이들에게 더 잘해 주면 되지."
"그래도 나 혼자 어떻게 그곳에서 ....무서워요."
"사장님댁도 아랫층에 있다면서 뭐가 무서워? 옷만 몇가지 챙겨 가지고가면 되잔아.
오히려 잘됐지. 학원이나 더 다니고 열심히 해봐.
남편이 밀어줄때 아무 소리 않고 하는거야."
"그래도..."
"이곳은 걱정하지마. 내가 직장다니는것도 아니고 농사지면서 아이들하고 어른들 다 신경안쓰게 할께."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래 그러면 어떤것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예."
경선은 친구선희에게 전화를 했다.
"엉...선희야..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다시 오라고 하는데 너같은면 어떻게 할래?"
"아..그 결혼정보회사? 하기사 지금 사무실에서 단순업무하는것 보다. 그곳이 비젼은 더있지.
너 적성에도 맞는다면서?
월급은 많이 준데?"
"월급도월급이지만 사장님 원룸건물에 방을 하나 주시겠다고 아예 이사오라네..."
"그럼 너 남편하고 아이들은?"
"얘기 했더니 나만 가라고 하시네. 어른들도 아이들없으면 심심하다나.."
"야..너 너무 좋겠다.
그럼 혼자 원룸에서 산다구?"
"그렇지뭐..주말에나 집에 가겠지."
"어른들하고 남편이 허락했다면 뭘 망설여?
그냥 가서 돈이나 벌고 오래간만에 솔로 기분좀 내는거지.
나도 그런기회없나....지긋지긋한 남편하고 아이들땜시 나도 탈출하고 싶은데."
"내가 놀러 가냐? 혼자 살꺼 생각하니 무섭구만.."
"그렇기도 하겠다.
그래도 재미있잔아.
내가 자주 놀러갈께."
"엉...그래...정말 옮기는게 현명한걸까?"
"나 같으면 옮긴다. 얼마나 좋은 기회냐?
지나고 후회하지 말고 오라는곳 있으면 얼른가.
사장님 맘 변하기 전에."
"엉. 알았어. 고마워. 신경써 줘서."
"뭘 그런일로...
다음에 너 원룸에 초대해라.알겠지?"
"엉.알았어. 안녕."
"그래..화이팅..경선 힘내."
''정말 옮겨야 겠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꺼야 .
그래 . 결정했어.''
경선의 작은 자가용에 짐이 가득 실렸다.
세면 도구하고 옷가지들 화장품 생필품 ..
참으로 오래간만에 싸보는 짐이다.
가전제품과 가구는 다 준비되어있는 원룸이라 개인용품만 챙기면 된다.
다니던 직장에도 일이 잘 처리가 되어 쉽게 옮길수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 죄송해요. 제가 자주 들릴께요."
"아고 됐다. 기름값이라도아껴서 아이들 과자나 사주라.
밥 걸르지 말고 잘 묵고 문단속 잘하고, 밤늦게 다니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항상 여리게만 보였던 며느리를 혼자 보낸다고 생각하니 경선의 어른들은 걱정이 많았다.
남편 현기 역시 그런 아내가 조금 걱정은 되었다.
"밥 굶지 말고...전화 자주해."
"알았어요. 당신도 일 너무 무리 하지 말구요. 저녁에 아이들 모기 않물리게 해주세요."
"알았어. 당신이나 조심해. 돈 아낀다고 아파도 약안먹고 미련스럽게 하지말고."
"알겠어요. .....저 갈께요."
"그래..가..어서.."
어른들과 남편 아이들을 뒤로 한체 경선은 한시간 거리의 직장이 있는 도시로 떠났다.
원룸은 생각보다 컸다.
침대카바는 경선이 깨끗하게 빨아서 준비해온것으로 갈았다.
냉장고에는 마실물과 밑반찬을 정리하고 욕실도 깨끗이 치웠다.
경선은 침대에 벌러덩 누워 천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 아가씨때 자취할땐 이런 원룸이 없었다.
연탄보일러에 수도꼭지가 있는 부엌에서 대충씻고 라면박스위에 TV를 올려 놓고 비키니 옷장을 펴고 살았는데...
참 세월은 많은걸 변하게 한다.
20평이 되지않은 방에 베란다에 주방에 욕실까지 한공안에 다 있다니...
경선은 남편 현기에게 전화를 한다.
"예..저 지금 막 청소 끝냈어요.
잠이 올지 않을것 같네요.
당신도 그래요?"
"아니...당신 없으니까 침대가 내 혼자 누워도 되잔아 좋은데...."
"그런가요?"
현기는 애써 편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경선 역시 그런 현기의 본마음을 알고 있다.
내일부터 경선은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직장을 나가야 한다.
일찍 자려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