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안을 알았을까?
우현이 손을 뻗어 날 가슴에 안았다.
얼굴 보면서 말하고 싶다고 했으면서.....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
가만히 뒷 머릴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왜 이리 더디게......내가 지금 얼마나 초조해 하는지......모르는 걸까.....?
"재명이가.......알면....아마도 날 죽이려 들거야....."
갑자기 재명인......?
"인희야......난.....정말 나쁜 놈이야......이기적이고.......네가 날 용서할 수 있을까...?"
"약혼했어.....?아니.....민정이랑 결혼을 한거야.....?"
더는 참지 못해 먼저 물었다.
우현이 무슨소리냐는 얼굴로 날 내려다 봤다.
"그때......빠른시일안에 결혼날짜 잡는다고 했잖아......벌써.....많은 시간이 흘렀고.....그 얘기 하려는 거 아냐...?"
"아냐.......약혼도 결혼도 아직이야........"
"정말...?"
"응......내가 약혼이나 결혼을 하고 .....널 찾아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그정도로 파렴치한 녀석은 아냐......하긴.......그럴수도 있겠다....."
갑자기 한숨을 쉬는 우현이였다.
몸을 일으켜 앉잤다.
쿠션으로 등을 기대며 우현이 잠시 말을 끊고 날 봤다.
대체......하고자 하는 얘기가 뭘까....?
아까완 달리.......이젠 어떤 얘길 해도.....충격을 받거나 하진 않을거 같았다.
약혼이나 결혼......얘기만 아니면......
또 다시 흐르는 침묵......
다시...초조해지는 기분이였다.
우현인 일어나서.......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없이...티 테이블에 앉자......창밖을 내다봤다.
가슴이 조여왔다.
하고자 하는 얘기가 뭐길래......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
약혼이나 결혼 얘기가 아님.......또 다른 무슨 얘기가 있는건지......
가운을 걸치고....우현이 쪽으로 갔다.
뒤에서 우현일 안았다.
넓다란.....등에 얼굴을 묻으니........참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체온은.......참 좋다.
기분이......안정되게 해주고......서로 느껴지는 촉감도.....부드럽고.....뭔가...가득체워지는 느낌이다.
"얘기 하기 힘든 거면.....하지마......오늘 아니라도.....나중에 하면 되잖아....."
"......."
"오늘은......우리 그냥....이대로 있자.......좋은 기분 망치고 싶지 않아.......우리 그동안 많이 힘들고....지치고.....아팠잖아.......그냥....오늘은 이렇게 있었으면 좋겠어.....응?그러자...알았지...?"
다짐하듯.....조금은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우현이 고갤 돌려 그럴수 없다고 말할까봐...안은 팔에 힘을 넣었다.
내 바램도 .......부질 없이....우현이 가슴에 둘른 내 손을 떼어 냈다.
마주 보고 .....섰다.
많이 ....힘든 다는얼굴......
무슨 얘기길래......듣기 싫다는 뜻을 분명히 했건만.....
살짝 얼굴을 찌뿌렸다.
"나랑 ......살까...?"
"................응?"
"그냥.....결혼하지 말고......그런 문서상의 약속 같은것 없음......안되는 거니...?"
"무슨 소리야....?지금.....무슨...말......"
"그냥 살자......결혼하지 말고....그냥 살자구.....난 너 없인 안돼.......지금까지.....보낸 시간내내.....난 사는게 아니였어.....지원일 통해서 대강 들었을 테지만....."
지원이나 수현이 통해.....우현이가 일에 미친사람 모양.....자신을 혹사하고 있다는 얘기....
일부러 나와 관련된 친구들은.....지원이나 수현일 만나지 않는다는.......거의 술에 취해 살고....술에 의해 일어나는.....그런 우현이가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다던 둘의 메일......한번도 감정 드러내지 않는 내가 독하다며.......너무하다고 욕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
"............결혼 안해도 내가 너 사랑하는 것 알잖아......문서상의 증거가 없어도.....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것 너도....나도 잘 알잖아.....그게 중요하진 않잖아........""......민정인......?부모님은.....?우리가 같이 살면......어떡할껀데...."
"................."
"......어떡할거냐구 묻잖아......!!대답해....."
가슴이 무너졌다.
소리라도 치지 않으면.....터질것 같았다.
결혼하지 말고.....그냥 살자니......
문서상의 증거....?
그런것 필요없어도 .....우린 서로가 잘 알고 있는 관계.......
무엇을 말하는지.......감이 잡혔다.
내게 우현이 무얼 말하는지.......
선듯.....말 꺼내기가 쉽지 않았겠지......
내게......아픔을 주는 얘기니까.....아마 쉽게 말하는게 쉽지 않았으리라.....
화가 나는지......우현인 .....욕실로 들어갔다.
거칠게 문을 닫는 우현인......자신에게 화가 나나 보다.
내게......무엇을 말하는지......잘 알고 있다.
엄마처럼......
그렇게 살라는 말은 못하니까......
엄마가 어떻게 살았고.......딸인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현인 잘 아니까.....
차마 ....자기 입으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겠지......
돌려 말하나....바꿔 말하나......결론은 똑같은 말인데.......
눈물 하나가....뺨을 타고 내렸다.
결국.....여기 까지 온걸까......?
타고난.....사주 ......운명이라고도 하는 ......팔자는 .....비켜나갈 수가 없나 보다.
딸은 엄마를 닮는 다더니.....
내가 꼭 그짝이다.
옛말 하나 그를게 없다더니........
이상했다.
기분이.....
화가 나거나......슬프거나......속상하거나......그런 기분은 없었다.
물소리 멈추고......우현이 젖은 머릴 털며 나왔다.
내게서 시선을 비키며 우현이 말했다.
"정신 나간 소리였어.....못들은 걸로해....."
내 앞으로 걸어와.....앞에 서며 우현이 날 봤다.
정말 많이 미안한지....시선 마주하려는 내 시선을 피해.....눈을 보지 않는다.
"미안하다....내가 어떻게 됐나봐.....어떻게...네게.."
'아냐....그렇게 하자......우리 그냥 살아......"
말을 자르고 대답하는 날 보며 우현인 많이 놀란얼굴이다.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는 듯한 내 목소리에......우현인 많이 놀란것 같았다.
"결혼이 뭐가 중요해......우리 마음이 중요하지....축복이 없으면 어때.....둘이 행복하면 되는 거지.....그렇게 하자.....사실 나도 이젠 너와 더는 떨어져서 못살거 같아.......지금까진 잘 버텼는데......널 만난 지금은......너와 다시 헤어지면.....더는 못살것 같아......견디지 못할거 같다구.......내게 미안해 하지마......네가 말하지 않음....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으니까....."
"인희야......"
"매달리게 하진마.......다시 말하게 하지도 말구........어떡할까.....?서울에서.....시작할까..?"
고갤 돌려 묻는 날 보는 우현이 얼굴은......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바보같이......
남자가 진짜 눈물이 너무 헤퍼.......
"미안해.....정말......미안하다 인희야......."
".......부끄럽게 하지마.....그런소리 듣고 싶지 않아....."
".......아냐......됐어......아깐 내가 정말 .....실수한거야......어린애 처럼 생각없이 군거 미안해....없었던 얘기로...."
"장난해 지금......?내가 지금까지 한 얘기 어떻게 들은거야.....?난 너랑 다신 헤어지고 싶지 않아......이번에도 그냥 이렇게 헤어지면.....난 죽은 목숨이야......분명히 말하지......여기서 날 두고 그냥 간다면......나 죽어.....죽어서 .....혼이 되서라도 네 옆에 붙어 있을거야......난 너 절대 못 놔줘.....어느 누구 에게도.....절대 안준다구......
정말 그랬다.
더는 ......더는 양보하기 싫었다.
늘 착한척......먼저 포기 해 버리는 나약함.......
이젠.....그런 역은 그만하고 싶었다.
약해 빠진 서인희는 .....오늘 부로 그만두고 싶었다.
내 굳은 결의을 읽었는지......우현인 더는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겐......한없이 약한 나지만.....유독 강우현 앞에서는 고집스런 서인희 니까.....
그런 날 잘아는 우현이니까.......날 설득하지 못할 거라는걸......잘 알고 있겠지........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동거였다.
우현인......아직 어머님 상태가 않좋아서........서울을 뜨지 못했기에......
내가 일본에서 정리하고 서울로 들어왔다.
우현이 원룸은 그대로 둔체.......내가 원룸을 얻었다.
엄마에겐.....서울이 아닌 .....호주로 간다고 말했다.
다시 공불 해보겠다는 ........거의 믿는 얼굴은 아니지만......
쉽게 허락을 해주었다.
아마도 엄만......꿈에도 생각을 못했겠지.....
내가....엄마와 똑같은 생을 선택하리라고는 ........
왠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