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의 바램과 수현의 전화가 있었지만.......난 가지 않았다.
이제 .....조금씩 마음을 다 잡고 있는데.......다시 흔들리고 싶지가 않았다.
더이상 엄말 걱정 시키는 것도.......
아니....이젠 내가 나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더는 허물어 질수가 .........죽을 생각이 아닌 다음에야.......
엄마 앞에서.....죽음을 생각한다는 건......내키지 않는 일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일본의 여름은.....아주 무덥고 더웠다.
섬 나라 여서 인지......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소금기가 묻어 났고.....끈적거렸다.
하루에도 몇번을 샤워를 해야 했다.
온천문화가 발달 할 수 밖에 없는 .....나라였다.
어학원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것 같아.......저녁에 엄마의 친구분이 운영하는 카페테리아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현지인 틈에서 부대끼다 보면 언어 습득이 빠르고......바디랭귀지도 많은 도움이 되니까....
바쁘게.....몸을 혹사 시키는 정도는 아니지만.........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싶었다.
가끔.......양떼구름이 보이는 하늘을 향해......혼자 실없이 웃어도 본다.
전에.....우현인 강릉에 함께 갔을때.......바다에선 잘 볼 수 없는 양떼구름을 보면서.......예전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별이라는 글이 생각난다고 했었다.
작가가.....떠오르지 않는다.
그 글에서 나오는 아가씨를 지키는.......양떼를 모는 목동......
한가로운......오후가 떠올려 진다며.......함께 봤던 하늘이였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진한 녹차를 우려 마시고 나면.......딸기향 사탕을 한개씩 먹었다.
녹차의 진한듯한 쓴맛 뒤에 오는 달콤함.......
사탕 하나를 서로 입에 입술로 넣어주며......그렇게 사탕 키스도 자주 했었는데.....
투명한 유리병 속에.......진 분홍의 딸기 사탕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왜 였는지.......
슈퍼에 가면.....늘 사탕코너엘 들르게 된다.
하나 둘씩 사모은게.......벌써 병으로 20개가 넘었다.
침대 머리밭에 죽 일렬로 세워 두었다.
방안 가득......달짝지근한......달콤함이.....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무서운 집착이다.
잊었다고......아무렇지도 않다고......
아침에 눈뜨면.......브람스의 음악을 걸고.....창가로 가면.....
한번씩 다짐한다.
지금.....우현인 깼을까?
또 빈속에 커필 쏟아 붓는건 아닌지......
그러다가 퍼뜩 도리질 한다.
오늘도.....어제도....
늘 나의 아침은 우현이로 시작해서 .......우현이로 끝나는 밤이다.
이젠 그만 나줄때도 되었는데......
아직....우현이와 민정이가 약혼을 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얼마전에 결혼식을 올린 연수언니가 형부와 다니러 왔다.
애써......우현이 얘긴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결혼 소식은 없는것 같았다.
엄마에게 ......연수언닌.......작은 어머니라고 불렀다.
엄마의 눈에 알게 모르게 눈물이 비쳤다.
언니가.......많이 고마웠다.
결혼식 불참에 수현인 많이 섭섭해 했지만........내게 다시 연락을 줬다.
지원이도......아기 엄마가 된 난희는 언제 한번 찾아 온다고 했다.
모두들.....잘 지낸다니......고마울 뿐이다.
우현이의 약혼 소식이 없다.........거기에 안도하는 나......
너무 불쌍하다.......내가.......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고......한심스럽기도 하다.
얼마간 의 시간이 또 흘렀다.
가을의 문턱에 왔지만......열대 지방 인양 아직 일본 열도의 기온은 뜨거웠다.
여기 ....카페테리아.....마담 폴로렌스...에서 일한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이젠 어느정도 대화는 가능해졌다.
쓰고 읽는게......어느 정도 되니까......맘에 여유도 생겼다.
그날.......폐점 시간을 1시간 가냥 앞두고 있었는데......
함께 매니저 일을 보는 일본인 친구......야오아마 류스케가 날 손짓했다.
내일 오픈에 맞춰 테이블 세팅에 대해서 알바생 둘과 주방 쪽에서 얘길 하고 있었는데.....
류스케가 날 보며 나오라 했다.
나이가 동갑이라......남자였지만......쉽게 친해진 류스케 였다.
두른 에이프런에 손을 딱으며 카운터로 나갔다.
나와 눈이 마주친 류스케는 홀 창가쪽을 가리켰다.
어둑해진 바깥에 맞춰 안의 조명도 볼륨을 낮추고 있어......대체적을 아늑한 느낌이 들지만.....윤곽만 보여지는 밝기였다.
"손님......온지 좀 됐어......널 찾아....가봐....."
".....손님....?"
"응......남잔데.....아주 핸섬해......남자 친군가....?"
순간......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누구.......
전에.......석영이 한번 찾아 온적이 있었다.
아버지 회사에 들어간 석영이 수출 문제로 일본에 왔다가....날 찾아 온거였다.
내가 다시 우현이와 헤어진거에 대한 얘길 알고 있었는지......별다른 말은 않했다.
일본과 거래를 텃다녀......어쩜....종종 얼굴 볼수 있을거라고 했는데......
석영이 다시 찾아 온걸까.....?
창가쪽.....테이블......
가슴이 뛰었다.
석영인......가게로 찾아 오지 않았다.
밖에서 전화를 해서 만난거였다.
근데......이상하게 왜 이리 진정이 안되는 건지.....
짧게 깍아져 있는 머리칼......와인색....터틀 니트......그보다 연한.....같은색 폴로 바지.....
누군지......금방 알아봤다.
내게 등 을 돌리고 있지만.....
내가 어찌....저 익숙한 등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한시도....지금도.....잊지 못하고 있는.......
세상 단 하나 뿐인.......내 남자의 등인데......
내가 다가옴을 느꼈는지.......창가로.....바깥 풍경을 보고 있던......우현이 고갤 돌렸다.
좀 야윈듯한.......
내게 금방 미소 지어 보이는 입매......깊게 패이는 보조개......
우현이가 맞았다.
꿈에서만......만남이 가능한......것도 내가 잠들기 전에 임의로 정한 .....그런 꿈속에서만 만남이 가능한 우현이가 .......날 찾아 내 앞으로 온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