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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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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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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11-28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은 날들이 지나갔다.

멍하니.....아무것도 않하고 .......넋이 나간 사람 모양을 하고 있는 날 엄마가 걱정 어린 눈으로 늘 쫒고 있었지만......왜 인지 엄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알고 있는 건가.......?

내가....왜 엄마에게 왔는지.....

아버지에게 그동안의 일을 들었던걸까....?

근데 이상하다.

만약 내 일을 들어서 알고 있다면.....무언가 그래도 할말이 있을텐데.....

엄마의 표정은 그저 내가 .......힘들어 하는 거에 대해서만 걱정이라는 얼굴이다.

 

벌써 여러달이 흘렀다.

어차피.......앞으로 여기서 살거면........

언제 까지 엄마일을 도우면서 살긴 힘들거다.

일어 학원를 다니다가 관두어서......다시 시작하려는 의욕도 없고.....

아무래도 영어가 내겐 편했다.

다시 호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님.....전에 접었던 스페인으로 가서 공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허나.....엄마와 헤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텅비어 버린 내 안에.......엄마마저 없다면.......난 정말 더는 살고 싶지 않기에......

엄마 곁을 떠나기가 싫었고......무서웠다.

 

며칠전.......지원이 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우현이와 그렇게 헤어져서 돌아온뒤.......

지원이와 수현이에게 메일을 주고 받는 일을 당분간 하지 말자고 했다.

우현이와 관련된건......듣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내 귀에 들려 오면 안되는 얘기들 뿐이니까......

한동안 마음 추스리느라 .......많이도 힘들었다.

 

불면증에 시달려서 ......신경 안정제를 먹다가 엄마에게 들켜 약을 모두 압수당했다.

뭔가 .....허전하고....가슴이 뻥 뚫린것 같아......엄마가 잠든 틈을 타서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다가 먹고 잤다.

그냥은 잠들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다신 ......보고 싶지 않으니까......

죽어서도 들어오지 말라던 .......그 목소리가......온 통 내 맘과 귀을 휘벼팠다.

하루 종일 귀에서 그 소리가 떠나가질 않고 있었다.

그냥......가만히....아무생각도 않고 있는데도.......눈물이 났다.

소리없는 흐느낌.....

가게로 엄마가 나가면......

마치 몽유병 환자 처럼.........거실을 하루종일 걸어 다녔다.

빙빙.....원을 그리면서.......

걸음 걸음.....마다......한마디씩.......내 뱉었다.

 

'보..고..싶...지...않...으...니...까....죽...어..서...도...들...어...오...지...마...'

계속....자다가 헛소리 하는 사람마냥......거실을 돌면서......그렇게 되뇌였다.

내 속의 모든 슬픔이.....아픔이......그렇게 빠져 나가도록......

귀에 휴지를 틀어 막고 멍하니 앉아 있으면......내가 걱정이 되어서 돌아온 엄마의 놀란 얼굴......

병원에 가보자는 엄마의 말에 고개짓만 했다.

내병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병인걸.....

그냥......가만히 내버려 두면......언젠가 다시 찾아 올거야......

서인희의 혼이 잠시 ......빠져 나가 있는 거니까........

언젠가......다시 찾아 올거야.......

 

그렇게 석달을 보냈다.

엄마가 .......내 눈칠......내 상탤 체크하며 힘들어 하고 있다는걸......느꼈을때.....

비로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누구나 첫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 생애에서 이렇게 아픈 사랑은 두번은 없겠지.......그러니 이번 한번은.....그냥 이제 그만 잊어 버리자......아직 ......많이 살은 것도 아닌데.....

이까짓 열병쯤.......한번인데........너무 연연해 하는 게 바보 같다는.....그런 말로 날 위안했지만......내 속의 무언가는 늘 비어져 있었다.

 

 

지원이 전화는 .......엄마가 몇번 나모르게 차단을 시켰나보다.

내게 전활 여러번 했는데......이제야 통화가 가능하다며.....지원인 내게 뭐하고 지내냐고 물었다.

가게가 쉬는 휴일 이였다.

크리스마스도......신정도 모두 지나간 2월말이였다.

엄마는 가까운 지인들과 온천 나들이에 가고 집에 없었다.

어학원에 다시 나가고 있는 요즘이였다.

 

"메일도 여러번 보냈는데......너 한번도 열어 보지 않았지......?이번에도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고 전화하는거야......날짜가 얼마 안남았거든..."

"................"

"수현이 하고 재형이 드디어 식 올려.......다음주 토요일 2시야......올꺼지.....?"

그랬구나.......

전에 .....둘이 날짜 잡았다고 했었지.......

나와 우현이가 ......한창 상견례 얘길 할때.......얼핏 들었던것 같다.

내년 3월 초로 결혼 날짜 잡아다구.......그때.....이미 들었던 얘기였다.

우리가 먼저 하겠다며......우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던......그날 저녁 모임.......

 

"서인희.......듣고 있어.....?"
".........응...."

".......수현이도 멜도 보내고 전화도 한것 같은데.....너랑 통화가 쉽지 않다고 속상해 했었어.....어머님이......전해 주지 않았던거야....?"

".........내가 들어오는 시간이 엄마랑 맞지 않아서 일꺼야......"

"암튼 .....너 꼭 와야해.....수현이가 들러리로 너랑 날 세웠단 말야.......너 한테 많이 삐져 있으니까......들어와서 만회해......알았지....?"
"..............."

"왜 .....대답이 없어.......?"

선듯 가겠다는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지원이 한참 후에 한숨을 쉬었다.

 

"우현이......니들 헤어졌다며.......작년 겨울에 잠깐 다니러 와서......정리 했다고 하더라....맞아?"
"................."

".......연수 언니 에게 대강 얘길 들었는데......꼭 헤어져야 했는지.....난 아직도 이해가 안가....너희 둘다 미련하고......바보들 같아......."

"................................"

"우현이가 .......네게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결혼식엔 참석해.......수현이 많이 기다리니까......우현이랑 끝났다고 우리랑도 끝은 아니잖아.......내말 명심하고....꼭 나와....안나오면 내가 쳐들어 가서라도 끌고 올거니까......알았어......?"

맨 끝은 웃음을 보내며 말하는 지원이였다.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지원인 내게 금요일 저녁에 공항으로 마중 나오겠다고 했다.

난 아무런 대답도 않고.......전활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