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으로 들어서기 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우현인 잡은 내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손이 저리다는 감각을 잊고 있을 만큼......
한 마디 말도.....시선 마주침도 없었다.
내게 아무런 말도 없이 우현인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다.
욕실로 들어가서......얼굴이며 손을 씻고 나왔다.
멀건히......들어온 자세 그래도 난 그렇게 몇분을 서 있었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컵에 따라 마시고는 우현이 날 비켜나며 내 뒤의 책상의자를 돌려 빼서 날 봤다.
"뭐해...?벌서?"
갑작스런 말에 난 정신이 든듯.....우현일 봤다.
우현이 눈짓으로 의자와 침대을 가리켰다.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듯....선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현이 내게 다가섰다.
멍하게 서있는 날 끌어 품에 안았다.
비누향이 희미하게 코 끝에 맡아졌다.
순간.....눈물이 나왔다.
이제 까지 느꼈던 모든.....설움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였다.
내 눈물을 어깨에 느꼈던 걸까........?
갑자기 우현이 내게서 떨어졌다.
내 얼깰 잡아 자기 얼굴을 보게 했다.
"너 그렇게 쉽게 눈물 흘리지마.......화나니까...."
"...........?"
"......아무런 말도 없이 휭하니 사라지는것......남겨진 내가 어떻게 되던 아무 상관없다는 네 행동.......쉽게 용서가 안되니까.....네가 피해자 인척.....그렇게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눈물부터 보이지 말라구........."
우현이 에게 밀쳐짐에.......내 속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혼란스러웠다.
그 속에.....들리는 우현이의 냉정한 말들.......
내 안을 비집고 들어와서 커다란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인데......
분명 이번은 첨과는 다를 거라고......
하지만......예상했던 생각과......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그땐.....속아픔만 있었지만.......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은.......너무도 날 많이 아프게 했고......서럽게 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전에 3년을 훌쩍 넘겨서.....이번엔 ......얼마나 오래 갈까 했는데.....내가 찾아 나서기도 전에 돌아온것 보면......내가 그래도 아무렇게나 잊혀지는 존재는 아닌가봐...."
자조하듯 그렇게 씁쓸히 내 뱉는 우현이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무슨 얘길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현인 답답하다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쓸어 내렸다.
내게서 계속 시선을 돌리고 있는 우현이였다.
난.......계속 자길 보고 있는데......우현인 나와 눈이 만나는게 싫은지.......벽만 보고 있었다.
좀.....마른듯 했다.
얼굴도 까칠해 보였고......
잠도 잘 못자는지........눈도 조금 충혈되어 있는것 같았다.
아마도 나와 같았겠지........
편한 날이 없었겠지.........
나 처럼......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겠지..........
미안해 우현아........입밖으로 나가지 못한 말은 내 안에서만 맴돌았다.
갑자기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몇번의 벨소리가 들리고 자동 응답기가 나왔고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민정이 였다.
"우현오빠! 아직 안들어 온거야.....?오늘 온다고 하지 않았어.....?벌써 9시를 넘었네.....핸폰도 안되고.....들어오면 전화줘......기다릴께..."
어떻게........
놀란 내 시선에 우현인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벽에 ......시선을 고정 시킨체......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서 있었다.
난.....다리에 힘이 빠지고......얼이 나가 버릴것 만 같은데.....
어떻게.....민정이가......
결국.....이렇게 되는 건가....?
순간....걷잡을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어떻게.......?
어떻게....?
내 앞에서 이런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떠난지 얼마나 됐다구........이렇게.....민정이가 저런 말을 할 정도로 둘이 가까와 진거란 말인가......?
내가 어떻게 지냈는데......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데.....
"뭐야! 저거.....어떻게 된거야....?"
마주보기 위해 우현이 앞으로 가서 섰다.
높이 치켜든 얼굴로 우현일 쏘았다.
아마.......눈에 힘이 많이 들어갔나 보다.
눈 끝이 시릴 정도 였으니까.....
"둘이 ......사귀기라도 한거야...?그래?"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서 일까...?
나오는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생각보다 떨리면서 나오는 음성이였다.
"무슨 상관인데........그러라고 날 버리고 떠난거 아녔어...?"
".......뭐...?"
"네가 원한 일이잖아.......내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떠난건 너였어......처음은.....이해가 갔지만.....이번은 아냐.....날 밀쳐 낸건 ......너 였어....."
".......하지만.......내가 괜히 그랬을것 같아...?민정이.......얘기 들었지.....? 내가 어떻게.."
"됐어.....이미 끝난 얘기 더는 하지말자......."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잤다.
이미 끝난 얘기........?
무슨 얘기.......?
가슴이 심하게 쿵쾅 거렸다.
대체.....이게 무슨 소리야......
"나 민정이와 결혼할꺼야........곧 날짜 잡을거야...빠른 시일내에....."
".....뭐......!"
기막혔다.
온몸의 모든 기가 꽁꽁 막혀.....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게......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눈빛 하나 .....아무런 미동도 없는 .....우현이가....
아픔으로 다가왔다.
'헉...'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기가......온 몸에 팽팽하게 날을 세워 날 지탱하고 있던 모든 .....내 안의 모든 기가 빠져 나가버린듯.......난 휘청했다.
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쏟아 진다는 표현밖에는 할수 없는 눈물은......내 시야을 어지럽게 했지만.....
난 볼수 있었다.
여전한 자세로 아무런 표정없는 우현이가.......내 눈에 들어왔다.
"너무해.......정말......이건 ...너무해......어떻게.....나 한테 이럴수가 있어.....어떻게...내게..."
"우린......처음 부터 아니였던 거야.......내가 쉽게 널 놔주지 못했어......살면서.....실패라는 걸 몰랐으니까.....뭐든지....내 소신것 밀고 나가면 다 되는줄 알았어......어린아이 처럼.....고집을 부리면 모든게 다 내 손안에 쥐어 질거라고 믿었던.......내 어리석음이.....모둘 너무 힘들게 한거야......."
"우현아......."
"이젠......널 놔 줄께.......네 버팀목이 되어 준다고 했는데.....널 힘들게만 한거 같아.....서인희.....이제...내게서 벗어나.....더는 나로 인해 힘들어 하지 않아도 돼.....그동안 미안했다....좀더 일찍 보내주지 못한점.......사과할께..."
"그런말 하지마.......우현아.....내가 .....내가 잘못했어......내가.."
"그만하자 우리......우린 같이 있음 서로에게 상처만 줄뿐야........넌 나만 아님......행복하게 살수 있었어......첨에....어긋났을때.....그때 널 보냈어야 했는데......내 욕심이 너무 컸나봐...안그래도 힘든 널 더 힘들게 만들고....내가 너라도......떠났을 거야......지금껏 버틴 것만 해도.....넌 할 만큼 한거야......인희야......이젠....편하게 살아....."
"정말.......정말.....나랑 이렇게 끝낼거야.......?나 많이 사랑한다며.....?너....나 없인 살수 없다며......내가 왜 떠난는지 다 알아......?내가 왜..."
"어머니가 약을 먹었어.......깨어 나지 않고 계셔........"
'뭐......?'
어머니가 약을 먹어.......?
무슨 ........?
너무 놀라 아무런 소리도 못내고 있는 내게.....
우현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굵은 눈물 방울이.......하염없이.....계속 흘러내렸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는데......눈물은 볼 위로 흐르고 있었다.
"정신은 돌아왔다는데........눈을 뜨지않아........살기를 ......숨 쉬는걸 거부하고 있어......아무것도 먹지도......듣지도 않고.......그저.....천정을 향해 누워만 계셔......"
".........어쩌다가......약을 드신거야......?"
"몰라.....집에선 아무도 몰라......어머니가 약을 드신 이유가 뭔지......우린 가족인데도.....아무도 몰라......입을 다물고 계시니까........"
그렇겠지......
선 가늘고....고왔던......
눈이 선하고 여리게 보였던......그분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가슴이 먹먹해 왔다.
"민정이 에게만......반응하셔......종일 민정이만 기다려.....민정이 외에 다른 사람에겐.....눈 조차 안뜨시고......민정이만 바라보셔....."
"...............?"
".......그러니....인희야......내겐.....너도 소중하지만.....어머니도 중해......나 살자고 부몰 버릴만큼.......나쁜 녀석은 아니잖아.....너도 그건 ......싫지....."
"그만해.......더는 말하지마........알았어.....우리 그만해.....그만하자 우현아...."
눈 밑으로.....코 끝으로 굵게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코 끝이 저려 왔다.
가슴속.....밑 바닥에서 ...무언가 올라와....목 사이에 꽉 껴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우리 만난날......그날 그 파티......왜 난 네게 다가갔던 걸까........?너랑 같은반 이라는 이유 하나로....네게 다가섰던 걸까.....?"
"............"
"....사실....그 전까진.....너라는 존재가 내겐 아무것도 아니였는데.....이쁜아이.....정말 모두가 가지는 그런 정도의 느낌만 가지고 있었는데......왜 그날......구석 외진 곳에서 마귀처럼 보이는 어른들 에게 당하는 네가 안되어 보였던 걸까.....?사실 난 그런 일에 관여하는거 아주 싫어하는 이기적인 녀석인데.....그날.....그분들이 심하다는 생각은 했지만......관여할 정돈 아니였는데.....자석에 이끌리듯.....네게 다가섰던 거야......"
".................."
"........발코니에 나왔을때......네가 그랬지.....관심 갖지 말라구......그때 네눈이......난 그때 어렸지만......많은 여잘 만나거나 하진 않았지만.....너 처럼 눈이 맑고 예쁜 앤 첨본것 같았어...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내 가슴에 박히는것 같았어.....아프게....아주 아프게 박히는 것 같았어.....네 눈을 보는 순간......가슴이 너무 아팠거든....순간...호흡이 멈춘것 같았어..."
깜빡하는 사이 눈물이 떨어졌다.
쉴새 없이 흐르던 눈물이 잠시.......멈췄는데......그 눈물이 떨어져 내린것이다.
무언가....툭 하고 떨어지듯이.......그렇게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더는 있을 수가 없었다.
아까.....휘청 거릴때......침대로 주저 앉잤는데.......일어났다.
더 있어 봤자.....서로 괴로울것 같았다.
"너무 늦었잖아......자고 아침에 가..."
"아냐.....표 예약하고 왔어.......이렇게 얼굴 마주 대할줄은 생각도 못했거든......그냥 숨어서 나오는것 잠깐 보려고 왔던 거야.......이제...얼굴 봤으니까.....됐어.....가야지...."
왜 이리 말하는게 힘이 드는 걸까.....?
내가 이럼......남겨진 우현이가 많이 아플텐데........
이럼.....안되는 건데......
눈물은....왜 자꾸 이렇게 나오는 건지......
눈앞이 뿌옇게 보였다.
"인희야........"
돌아서는 날 우현이 다시 잡았다.
등 뒤로 우현이 팔이 날 감싸 안았다.
소리 죽여 우는........
정말 미칠것만 같다.
심장이 .....어떻게 터지지 않고 견디고 있는건지......
"인희야......부탁하자....."
"............응......말...해....."
"미안한데......정말 미안한데......나 너 다신 보고 싶지 않아......돌아 오지마.....절대 죽어서도 여긴 들어오지마........날 위한다면......"
"...허.....헝.....어떻게......그런......"
"가라......가서.....잘살아......행복하란 말은 안해......나도 그렇지 못할거니까......너도 그래야지.....나 없이 행복한 너 .....생각하기 싫으니까.......나쁜 놈이라 욕해도 할수 없어....대신....불행하진 마....."
원룸을 나서는 ......문을 닫는 순간.......
내 안의 모든 시간이 정지되었다.
무언가....던져지는 듯한 소리와.......크게 울부짖는 듯한 우현의 통곡 소리가.....들렸다.
심장이.....파열 되어 버렸으면.......
아님.......숨이 멎던가......
제발.......제발......
나는 더는......살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