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고민고민 하다가 내린 결론이였다.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집을 나서면서 엄마에겐 학원에서 일박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만 했다.
한국행을 알리면 걱정을 하실테니.......
잠깐......가서 얼굴만 보고 올 생각이였다.
금방......얼굴만 보고 .......올 거였다.
온날 부터 지금까지........내내 우현이가 내게 붙어 있는것 같은 기분이였다.
날 원망하는 듯한 우현이 시선을 더는 견딜수가 없었다..
정말 우현이 날 원망하고 있을까.....?
우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굼했다.
두번이나 자기 앞에서 아무말 없이 사라진 난데.......이번엔 용서하지 않겠지......
아마......그럴거야......
화난 얼굴의 우현이가 순간 떠올랐다.
가서 얼굴만 보고 오는 거야........
그럼.....한동안은 잘 지낼수 있을것만 같았다.
우현이......얼굴만 보고 오면.......잘 지낼수 있을것 같았다.
참고.....또 참을수 있겠지......
일본이 한국과 가까워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호주 같았으면 하루만에 왔다 갔다 할 수가 없었을 텐데......
지금 가면......내일 아침엔 다시 올수 있으니.....다행이다 싶었다.
우현이가 몸담고 있는......로펌이 보였다.
서울은 저녁 7시다.
시내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도로도 .차도도.......조금은 한적한 교토와는 다르다.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곳이다.
문화 유적지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서울하고 비교 할때......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 이다.
인구밀도가 적어서도 하겠지만......지금의 내겐 최악의 도시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주변 환경까지......조용하게 가라앉아 있으니......
우현이와 늘 만나던 카페 '페파민트'로 들어갔다.
로펌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아마 이시간이면......우현인 회사에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나오는걸 볼 수만 있다면......
아니지.....차가 지하 주차장에 있으면......이러다가 차타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게 아닐까?
그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초조해져 왔다.
크리스 마스가 한창 준비중이 였다.
아직 11월 중순인데......거리는 벌써 부터 트리 장식이 나와 있었다.
여기 카페도 그렇고.....
내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안면이 있는 카페 여 주인이 내게 다가왔다.
사실 그녀가 말을 시키기 전까지......내 앞에 와 있는것 도 몰랐다.
"왜 요즘은 뜸 하셨어요....?두분 다퉜어요?오늘도 ......들어오신지 꽤 된것 같은데....여직 혼자인거 보면....."
주인의 말에 난 씁쓸한 미솔 보냈다.
"제가.....주제 넘은 짓을 좀 했네요......."
"..............?"
".......강 변호사님......아까 낮에 들어 가셨데요......현장조사 간다며......그러니까 여기서 아무리 기다려 봤자......만나시지 못한다는 거지요....."
낯을 살짝 붉히며 말하는 여주인 이였다.
순간 ......가슴 이 철렁 ......무너졌다.
회사에 없다고.......여기서 볼수 없다고......
내 눈에 금방 눈물이 맺혔나보다......
여주인은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먼저 전화 하세요........시간이 깊어지면.....골이 더 패지는 법이니까.......사랑앞에 자존심은 아무것도 아니라잖아요.........."
'쿡'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먼저 전화하라구........
시간이 깊어지면 ....골이 더 패지는 법이라구........
여주인은 알바 학생을 시켜 내게 서비스라면 따뜻한 녹차를 한잔 내왔다.
돌아보는 내 시선에 ......미소로 답해주었다.
내 하는 짓이 우스웠다.
호주에선 몇년을 잘도 참았는데......이제 고작 두달 여남은 날이 지났을 뿐인데......
이기지도 .....다스리지도 못할 감정이면서.....왜 선듯 떠나왔는지.......
녹차의 따뜻함이.......잠시 시린 맘을 녹였다.
그래도 성의인데........생각없다고 그냥 나오면 안될것 같아 몇모금 마시고 내려 났다.
바로 공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어섰다.
아침에 집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나온 차림이였다.
일본에 들어가기전에 멀릴 잘랐다.
웨이브가 있는 머리였는데.....짧은 단발로 잘랐다.
원래 염색은 좋아하지 않아.....까만색 머리였다.
일본은 미용실 이용료가 굉장히 비쌌다.
모든 인건비가 비싸서 물가가 센것 같았다.
모두들 좀 덥수룩한 스타일 이였다.
머리도 거의 염색+탈색.......까만 머린 나 하나 뿐인것 같았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갈색에......흰머리가 썩여 있으니......
새까만 머린 나 하나 였다.
여기선....그래도 간간히 볼수 있는 머린데.......
화장실에 들러서 나오는데......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는데......그 시선 끝에 우현이 있었다.
잘못 본걸까......?
눈을 비벼 봤다.
하지만.....카운터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여주인과 무슨 얘긴가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우현이가 맞았다.
다크블루의 깔끔한 슈트를 입은.....우현이였다.
마지막으로 봤을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의 우현이였다.
심장 맥박수가 ......심하게 뛰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회사에 없다고 하지 않았어.....?
이렇게 얼굴 마주 대할줄은 생각도 못했는데......이젠 어쩌지......?
분명 내 존재를 알고 여기에 온것 같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난 주인에겐 좀 미안하지만......그냥 줄행랑 치기로 했다.
내가 마신 차 값은 나중에 다시 와서 꼭 돌려 주리라는 생각을 하며 등을 돌렸다.
지금은.....우현일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저앨.......만날수가 없었다.
보고 싶어서 왔으면서......지금은 우현이와 마주 치기가 겁이 났다.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많이 잘못했기에.......피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아직 날......못본것 같으니.......
"어이......거기 아가씨.....!차 값 내고 나가야지......"
날아온 화살에 등뼈를 맞은 듯한 기분.
우현이 목소리가 내 심장을 뒤에서 관통했다.
"치사하게.......차 값을 띄어 먹냐......?얼마 안되는 돈인데...."
카페안의 모든 시선이 일순 다 내게 꼿혔다.
여주인이 민망해 하며 우현이 어깰 치며 웃었다.
도망은 불가능 하다.
이미 우현인 날 보고 있었던 거다.
내가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내 대신 우현이 차 값을 지불하고 내게로 걸어왔다.
여주인 에게도 담에 보자는 말을 던지고선 바로 내게 걸어왔다.
문앞에.....메모판에 딱 붙어 있는 메모핀 처럼......아무 미동 없이 넋을 잃고 있는 날 우현이
손을 내밀어 내 어깰 돌려세웠다.
아무말 없이 우현이 날 끌었다.
카페서 보여 줬던 장난기 어린 미소가.......입가에서 사라졌다.
굳게 다문 입매가.....차가워진 눈빛이......
힘주어 맞잡은 손의 느낌이.......
날 많이 떨리게 하고 있었다.
지금.....
우현이 내게....
얼마나 많이 화가 나 있는지.....
온 몸 구석구석.......뼈가 저릴 만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