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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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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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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11-25

엄마가 날 떠난 이유는 .....계속 내 옆에 있다간.....날 너무 힘들게 만들까봐서 였단다.

나만 보면....안됐다는 측은한 생각이 들지만......아무런 표정 없이 자길 마치 타인처럼 대하는 내 무뚝뚝함에 엄마도 내심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더구나 아버지는 하나도 안 닮고 자길 쏙 빼어 닮은 내가.....자기로 인해서 평탄치 않는 삶을 살게 될까봐 그게 더 걱정 이였다고했다.

아버질 통해 간간히 내소식을 접하고 있었다는 엄마에게 난 많이 야속했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미워도 .....내겐 단 하나 뿐인 혈욱인데.....날 그렇게 방치 하다시피 하고 떠난 건 너무 무책임 하지 않았냐는 원망썩인 내 말에 엄만 그럴수 밖에 없었던 자신을 용서하라고 했다.

아버질 통해 여기 일본에 와서 많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식당을 열면서 비로소 엄만 사람답게 살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가끔....내가 보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다시 내앞에 나타나고도 싶었지만.....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많이 참고....그러다 좋은날 좋은 얼굴로 볼 수 있겠지 싶어 기다렸다고 했다.

엄만 .....내가 왜 여기에 찾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그저 내가 갈테니 데리고 있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내가 싫다고 거절하지 않았음에 엄만 감사하다고 했다.

싫다고 거절이라니......

난 한시도 엄말 잊은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미운정도 정인지.......엄마가 눈 앞에 보이니까.......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모든 불행이 다 없어지는 기분이였다.

 

낮엔 어학학원에 다니고 저녁엔 식당에서 엄마의 일을 도왔다.

일본말이 서툰 난 엄마 옆자리에서 카운터만 봤다.

한식당 이름이......태극관 이였다.

너무 촌스럽다는 내말에 엄만.....우리나라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이 금방 심어지는 데는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했다.

 

김치.....여기서 아주 인기였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음식에 따라 나오는 반찬도 다 계산을 했다.

처음 한번은 그냥 주지만......두번째 부턴 한가지 반찬에도 다 돈을 따로 냈다.

물가가 비싸서 이기도 하지만.....모든 식당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만 첨에 반찬을 내 갈때 푸짐하게 얹어서 내왔다.

가끔 그래도 따로 주문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태극관의 김치는 모두 한국에서 수입해서 오는 걸로 담근다.

고추가루에서 마늘.생강 까지.......젓갈도 한국산이였다.

당연히 김치를 담그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그래서 더 별미음식으로 통하고 인기가 있었다.

요즘엔 엄마도 김치를 담그는데 같이 한다고 했다.

조리사 자격증을 딴 엄마였다.

한국에서 볼땐.....늘 술에 절어 사는 엄마였는데.....예전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지원이와 수현이 에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메일을 남겼다.

우현이 에게 절대 얘기하지 말라는 전제조건을 달고서......

둘은 꼭 이런식으로 우현일 떠나야 하냐며.......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정이 자살건 만 얘기하고.....우현이 어머님 건은 말하지 않했으니.....둘은 내 실 사정을 모르고 있다.

지원인 민정이 그 계집애 정말 독하게도 우현이 발목 잡는다며.......민정이에 대해 이를 갈았다.

언제쯤이면.....내가 맘 편하게 웃을수 있는 날이 올지......둘은 걱정이랬다.

우현일 아주 떠난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날 보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막내고몰 피해서 숨는 다고도 생각하는 둘이니까......내가 맘 정리 되고 어느정도 집안이 잠잠해 지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들 하고 있었다.

 

두달이 순탄없이 흘렀다.

영어와 달리 일본어는 첨엔 쉽게 다가서더니.....안으로 들어갈 수록 너무 어려웠다.

영어도 자기네 식으로 고쳐서 말하고.....한자도 외워야 하고.....들어서기는 쉬어도 나올땐 어렵다더니 .....정말 그랬다.

들어온지 10년이 넘은 엄마도 말은 다 할줄 알지만.......글자는 아직도 헷갈리는게 많다고 하니......생짜인 난......힘든 고개를 헉헉 거리며 넘고 있었다.

 

저녁에.......가겔 마치고 엄마와 함께 집으로 와서......혼자만의 시간이 될때.......

그 시간이 내겐 고통의 시간이였다.

잠자리에 누우면.....매번 불면증에 시달렸다.

눈은 감았지만........뻑뻑함이 느껴지고......가끔씩 눈거풀이 바르르 떨리고......머리가 아팠다.

예전 호주에 있을땐 팬던트를 만들어 가지고 있었지만......이번에 올땐.....정말 마지막 이다 라는 생각에 일부러 우현이 사진이나 물건을 하나도 챙겨오지 않았다.

늘 끼고 다니던 커플링 반지도.......오래 끼어서 손가락에 자국이 있지만.....그 자국이 가끔씩 무심결에 눈에 띄면.....가슴이 싸아한게.....썰물과 밀물이 번갈아 들어오는 바다처럼.....그렇게 내 안에서 파도 치는......물이 있었다.

고갤 들어 하늘을 봐도.....언제 물이 되어서 흘러내렸는지.......볼 위에 줄이 그어져 있었다.

 

바쁘게....정말 바쁘게 하루를 살았다.

일부러 엄마가 말리는 ......주방 청소며....심부름......가게 에서 학원까지.......버스로 20정거장쯤 되는데......늘 걸어 다녔다.

몸이 지치면.....생각도 지칠거라는 생각에........

하지만....내 신경줄은.....한시도 편한날이 없었는지......익숙치 않은 편함을 안에서 거부하는 것처럼.....늘 팽팽하게 잡아 당기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싫다고 인상 쓰는 날 위해 우현인 헤어지기 몇달전부터 담밸 끊었다.

회사에서 볼펜을 입에 물고 있는 자신이......우습다며......미소짓던 우현인데.....

일이 많아 아주 힘들어 잠을 청할 수가 없을때엔....내 머리에서 나는 도브향을 맡기위해....일부러 수건을 여러게 도브샴푸로 빨아 침대 머리맡에 걸어놓고 잠을 청한다는 우현이였다.

물을 마실때도....레몬을 한조각 띄워서 마시고........녹차의 맑고 예쁜 색이 맘에 들어.....한참을 들여다 본 뒤에 .....식은 차를 마신다는 우현이였다.

 

가끔 내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면......자긴 그럴수 없다고 했다.

내겐 늘 멋지고 잘난 모습만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자긴 나의 왕자님 이니까.......

흐트러진 모습은....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 틀림없이 볼 수 있으니까.......아직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 우현이가.......혼자 있는 시간이면.......새벽이고.낮이고.......밤이고 날 찾아 왔다.

늘 내 주변에서......물기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날 떠났냐는 ......원망서린 ......그런 눈으로 우현인....여기저기서 날 보고 있었다.

 

왜......난 쉽게 미치지도 못하는 걸까.....?

정신을 놔 버릴 만큼........절실하지 않아서 일까.....?

망각 이라는 ......그런것도 내겐 어울리지 않는걸까......?

너무도 생생한 내 신경줄이.......언제쯤이면 끊어져 버릴건지......

하루가......피를 말리는 나날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