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이 회사앞으로 찾아왔다.
곤색 슈트를 말끔하게 입은 모습이였다.
전과 달리 요즘엔 정장차림의 우현일 자주 봤다.
잡지 책에서 금방이라도 빠져나온 듯한 모습.....카페안의 여자들이 한번쯤 다들 돌아다 봤다.
은근히 그 시선을 즐기는 듯이 보이는건 착각일까?
능글거리는 웃음.......살짝 눈으로 쏘며 앞자리에 안잤다.
"뭐야 ?그 흘김의 의미?""글쎄 뭘까?"
"........왜 보자마자 흘기는 거냐구....보면 반가워 해야지....""네 하고 있는 꼴이 우스워서....""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데.......?""정말 몰라.....?다 알고 있다는 얼굴이던데..."그제서야 우현인 킥킥 거렸다.
자식........나이가 들수록 철은 안들고.......버터만 잔뜩 드나봐....
"집에서 한번 보자는데......언제가 좋을까..?"
"집에서....? 내 얘긴 다 한거야...?""얘기 할게 뭐있어.......엄마만 대충 알고 있는 눈친데.....별다른 말 없는것 보면 받아들인다는 것 아냐....?아버진.....나름대로 너에 대해서 알아보셨는지 마찬가지로 별말씀은 없으시고....이번주 토요일 어때...?집에서 보자던데....""집에서.....밖이 좋지 않을까....?""부담 느껴도 할수 없어......첫 대면인데.....집이 편해.....상견레는 밖에서 하는거구....토요일 6시 데릴러 올께......나 다음주 재판 있거든....그거 준비하려면 바쁘니까 이번주로 정한거야...이의 없지...?"
"이미 다 정한거라며......."
솔직히 자신이 서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고 계신다는 건지.....
마음이 무거웠다.
낮에 있었던 민정이 일도 그렇고.....
우현이 다시 회사로 들어가봐야 한다고 해서 간단히 저녁만 같이 하고 헤어졌다.
무슨 걱정이 있냐며 얼굴색이 안좋다고 했다.
눈치 빠른 녀석......
방으로 들어서는데 연수언니가 따라 들어왔다.
전처럼 내게 나쁘게 대하지는 않지만.....아직 약간은 껄끄러운 상태였다.
연수언닌 얼마전에 은행에 다니는 남자와 선을봤다.
그 은행의 대 주주의 아들이였다.
별로 맘에 들어하지는 않는것 같은데 순순히 아버님의 말씀을 잘 따르고 있었다.
이젠......반항이라는 것은 없었다.
"잠깐.....얘기좀 하자..."
옷을 갈아입는 내 뒤에서 연수언니가 말했다.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거실로 나갔다.
"저녁은 먹은거야...?""......응....."
"그럼....커피라도 마실까...?"서먹한 느낌.....
갑자기 이렇게 살갑게 대하는 언니가 ......불편했다.
대답없는 날 잠시 보더니 연수언니가 입을 뗏다.
"우현이 하고는 진척이 되어가는 거야...?"
역시......
"집으로 인사가기로 했어.....이번주에..."
"그랬구나......괜한 참견 같지만......나 이젠 네게 악감정 없어......예전에....하긴 지금도 철들려면 아직 멀었지만......어릴때 하고는 다르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야.......언제 부턴가 넌 민수와 같진 않지만......내 동생이잖아......받아들이기로 했어.....넌 원치 않겠지만...."
가슴이......가슴 한 쪽이 ......뭉클했다.
연수언니가 날 동생으로 받아 준다니.......
평소 연수언니의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이 순간만 지나면 괜찮을거라며 무시하려고 애섰던 나 였는데......그래도 가슴 한구석에선 많이도 섭섭했는지.......연수언니의 저말에 가슴 한켠이 무너지고 있었다.
눈에 돈건 분명 눈물이겠지.......
"정말 미안했어......사실 네 잘못이 아닌데.....어찌보면 너도 피해잔데......알면서 그동안 널 너무 몰아세웠던것 .....이젠 다 잊어줘.......너무 많이 괴롭혀서 쉽게 용서가 안되겠지만..."
"아냐......그렇지 않아.......난 언니가 밉다는 ......싫다는 ....그런 생각 한번도 한적 없어....그냥.....그냥...."
"알았어......그만하자.......왜 울어.......앞으로 정말 울일 많을텐데...."
".........."
"아까 낮에 채현이 만났더랬어......우현이 집에 갈때 맘 단단히 먹구가......채현이는 다 알고 있어....너도 안다며.......채현이 아버지와 너희 엄마 얘기.......아마도 이제 부터 많이 힘들거야"
채현이......
연수언니 친구이고......우현이 누나.....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들리는 얘기로는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고 들었다.
결혼한지.......9개월 만에 파경을 맞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었다.
정략결혼이 빚어낸 불행한 일이였다.
남편이 바람 피웠다고 맞 바람 폈다가 .....시댁에 소문이 알려져 이혼한 거였다.
따로 원룸 얻어 나가겠다는걸.......버릇만 더 나빠 질까봐 집에 데리고 있는다는 얘길 들었다.
보통 성격이 아닌데다.......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암튼 들리는 얘기는 아주 않좋았다.
"채현이 성격이 보통은 아니란것 혹시 알아....?""........얘긴 들었어.....""걔가 왜 이혼한건지도 알지....?그 문제에 상당히 피해 의식이 있었어.......의부증이 불러일으킨 사건이였어......."
"의부증....?""응......전 남편 하고 전혀 모르는 사이도 아닌 상황에서 한 결혼이였는데.......자기 딴엔 애정을 갖고 남편을 대했는데......그 사람은 일 뿐이 모르는 사람이였거든......자기에게 무관심 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의부증이 생긴거지......소문엔 그사람이 바람을 폈다고 하는데 내 보기엔 그건 아닌것 같아.....잘 알던 오빠거든......암튼....요즘 심기가 않좋아서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우현이 널 집으로 데려 가는것.....사실 말리고 싶어...."
"........잘 할께.....우리 사연도......만만치 않잖아.......이젠 우리도 ......더는 물러설때가 없어""그래......더구나 그 버팀목이 강우현 이라면 승산이 있을법도 하니까....."
언니의 말에 미소했다.
정말 .....내 버팀목이 강우현 이면........승부를 낼만 하지......
하지만.....일은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