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풀 꺽인 8월의 마지막 날이였다.
금요일 오후 였는데 민정이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학교 졸업후 별하는일 없이 집에서 신부수업을 한다던 민정이였다.
우현이에 대한 집착을 이젠 어느정도 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식이 없던 민정이였다.
나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갑자기 만나자는 전환 좀 생소했다.
머릴 길게 파마한 모습의 민정인 좀 성숙되어져 있는 모습이였다.
거의 금빛으로 탈색한 머리색이 눈을 찌뿌리게 했다.
입고 있는 옷은 여전히 화려하고......내게 불을 뿜어대는 눈빛은 여전했다.
"결혼한다면서.......?양가부모 상견례 한다구요...?"때아닌 말올림에 좀 당황되는 기분이였다.
얘긴 어디서 전해 들었는지.......
"얘기 들었죠...?나랑 우현오빠 형이랑 약혼한다는 거......알고있죠......?""응....하기로 한거야...?"
"하!내가!!......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갑작스런 말이였다.
갑자기 큰 눈에 물기를 담고 날 보는 민정인 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우현 오빠가 제약회사 하고 있는건 알죠.......?우린 기업형 병원이고.....찰떡 궁합이지.....알죠....?대부분 우리들이 어떤 형태로 결혼하는지.....사랑없이 부모님들의 뜻대로 움직이는것....언니가....언니가 나 좀 봐 주면 안되요....?""..............?"
"난.....아주 어릴때 부터 우현 오빠만 봤어요.....다른 사람은 한번도 쳐다 보지도 생각도 해 본적 없어요.....내 속엔 오빠 한사람 뿐이였다구요......언니가 나타나기 전 까진 오빠도 내게 다정하고 친절했어요......언닌....머리도 좋고......예쁘고......따르는 남자들 많잖아요....오빠가 아니라도 좋은 사람 많잖아요.......내가 그동안 싸가지 없이 못되게 군적 많지만.....언니가 나 살려 주는 셈치고 오빤 내게 양보하면 안되나요......?"
커다란 방울을 뚝뚝 떨구며 내게 말하는 민정의 모습에 난 너무 당혹스러웠다.
이런 모습은 첨이기에......아니 한번도 민정이 내게 이런 모습 보일거라는 생각은 안했기에.....난 어쩔바를 모르겠다는 심정이였다.
"난....우현 오빠 아님 안돼요......한번은 우현오빠가 내게 너무 쌀쌀히 대하는것 보고 이젠 정말 틀렸구나......오빨 잊어야지 하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도 봤어요.....근데....안되더라구요.....오빠 만이 내 사람같아요......난 오빠가 아님.....살수가 없게 됬어요......."
".................."
".....언닌....요즘 아주 잘나간다면서.....요....나 처럼 남자에게 목숨거는 바보는 아니죠....?언니에겐 욕심도 있고....우현 오빠가 아니라도 살아갈수 있잖아요.....그러니까 ...언..."
"그만해.....지금 뭐하는거야......너 이런애 아니잖아.......""난......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할수도 없어.......우현오빠 가 아님 안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구.......언니가 양보해......내게 다시 돌려달란 말야.....다시 내게 돌려줘...."
이상했다.
예전에 알고 있던 민정이가 아닌것 같다.
차라리 내게 독설이나 퍼붓는 민정이가 훨 낮겠다 싶었다.
이렇게 손 될수도 없을 만치 허물어져 있는 민정인 보고싶지 않았다.
민정의 모습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 갑자기 날 찾아 와서는 떼쓰는 아이처럼.......
벌써 27세나 되는 어리다고.....철없다고 볼 나이도 아닌데.....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내게 말을 올리는것 부터가 그랬고.......어딘지 정신이 나가 있는 듯한 기분이였다.
말을 잊었는지 탁자에 엎드려 엉엉 우는 민정이였다.
괜히 몸이 떨려왔다.
카페안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해 있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지.......
손에 땀이 스며 들었다.
수첩을 꺼내 민정이 오빠 에게 전활 넣었다.
수련의 과정을 밞고 있는 민혁오빤 다행이도 내 전활 받았다.
민정이 상황을 얘기하자 오빤 당황하는 목소리더니 내게 잠시만 그대로 지켜봐달라구선 전화를 끊었다.
민혁오빠의 음성이 좀 다르게 들렸다.
그사이에 우현이에게 문자 메세지가 날아왔다.
내가 민혁오빠와 통화할때 날아온 거였다.
[저녁에 잠시 볼수 있을까? 바로 연락바람]
민정이 등을 토닥 거리고 있기에 메세지를 남길수가 없었다.
민정인 울음이 가라 앉았는지......잠든 것처럼 아무 미동도 없이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20분쯤........?
카페안으로 민혁오빠가 들어섰다.
잠든 것처럼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탈진한 듯한 민정일 안아 일으키며 오빤 내게 미안하다고했다.
"민정이 왜 이런거예요?.....무슨 일 있어요...?"
"별일 아냐......요즘 좀 아팠거든.....걱정 하지마...."
"....정말 괜찮은 거예요....?많이 않좋아 보이는데......""괜찮지 그럼......민정이가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지만......마음쓰지마....담에 보자..."
민정이가 내게 저렇게 흐트러진 모습 보일리 없을 텐데.....
아까본 민정이 얼굴이 자꾸 눈앞을 어지럽혔다.
무슨 일이 있었던것 같다.
집에서 정말 우현이 형과의 약혼을 강행하는 건가...?
우현이 아니라면 싫다는 앨 억지로 회사에 대한 욕심으로 밀어부치는 건가....?
전에 얼핏 듣기론 민정이 아버진 다른 분들과는 달리 사회에 인습에 대해서 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민정이의 속 앓이가 느껴졌다.
정말 나만 아니면 ......우현이와 잘 될수 있었을까....?
마음이 무거운 저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