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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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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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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10-10

강의가 끝난후 였다.

책을 챙겨 가방에 담는데 눈 밑으로 갈색의 스니커즈가 보였다.

진회색의 진바지 끝자락이 보였고......

 

"서인희 씨죠...?"
남자의 저음....

혹시나 했던 일이 벌어졌다.

내 앞에서 날 내려다 보는 사람은 편입생인 지석영 이였다.

얼굴이 웬지 낯이 익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

얇게 쌍거풀져 있는 얼굴이며 깊게 패는 보조개가 ......낯설지 않았다.

 

학교에서 벗어나 노상 카페테리아로 갔다.

초록의 파라솔이 펼쳐져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점 이였다.

때마침 본다이비치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탓에 입안에 느껴지는 커핀 감촉이 좋았다.

 

"강우현 아시죠.....?묻는 내가 바보인가?"

내게 들고온 커필 내밀며 지석영이 물었다.

그랬다.

그는 우현이 친구중 하나였다.

몇번 우현이와 시낼 다닐때면 가끔씩 만나지는 그런친구.

우현인 내게 재명이나 재형이 외엔 정식으로 소개시켜준 친구가 없었다.

심지어는 과 친구조차도......

그런데 우현이의 다른 친구들은 모두들 날 잘 알고 있었다.

워낙 우현이 날 많이 챙기고 하니까.....친구들 사이에 내가 알려져 있었나 보다.

이 지석영 이라는 사람도 난 사실 얼굴도 가물가물할 정도인데......지석영은 날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얼굴이다.

 

이젠 남아 있는 눈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눈에 힘을 주며 얼룩한점 없는 푸른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왜.....떠나 왔냐고는 묻지 않을께요.......무슨 사연이 있었으니까.....헤어져 왔을 테니까..."

그렇게 서두를 띤 지석영은 내게 우현이 나와 헤어진 뒤로 이상하리 만치 침착해 보여 재명이나 재형이가 오히려 더 길길히 뛰고 그랬는데......우현인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런던이 좋아 거기에 그냥 머물러 있나 보다며.....나중에 자기가 찾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길하면서 평소와 같이 지냈다고 했다.

우현이완 초,중학교를 같이 다녔다고 하면서.......내가 무엇 때문에 우현일 떠나 왔는지 이유는 모르지만.......우현일 믿어 보지 그랬냐는 얘기도 했었다.

강단이 있어.......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떤일이 라도 주어지면 책임감 있게 끝까지 밀고가는게 우현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지석영은 자기도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그 아픔이 커서 여기로 피해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지석영은 .......순간 눈에 이슬이 감돌았다.

왜 자길 떠났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너무 잘해주는게 부담이 된다고 이별을 통고한 그녀가 못내 야속하다고 했다.

헤어진지 아직 두달이 채 못지났다며.......언제쯤 통증이 없어지냐며 처방 부탁한다고 했다.

 

우현이 에게 내 소식 당장이라도 알려 주고 싶지만......녀석이 지금 군에 가 있어...탈영이라도 할 까봐 알리지도 못한다고 했다.

우스개 소리 처럼 말하는 지석영을 보다가 결국난 울음을 보이고 말았다.

내 울음에 석영인 어깰 빌려주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내게 어깰 빌려주며 석영인 ......나중에 꼭 우현일 다시 찾으라고 했다.

군에 갑자기 지원해 주위사람들 모두를 놀랬켰다는 우현이였다.

우현이 엄만 쓰러지기 까지 하셨다 했다.

가는날 까지 모두 에게 비밀로 하고 있다가 당일날 역전에서 나 군에 간다는 전화를 재명이와 재형이에게만 남기고 갔다고 했다.

모두들 벙뜬 기분이였단다.

어제까지 같이 모여서 술마시며 떠들고 놀았는데.......새벽에 갑자기 군에 간다니.....

것도 시험 1차 붙었다는 통지받은지 사흘만에......

말릴틈도 없이.....녀석은 그렇게 혼자 떠나 간 거였단다.

우현이 왜 그런 결심을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잊고 싶었겠지.....

고된 훈련속에 날 지울수 있을거라 생각했겠지.....

 

우현이 군을 택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힘들었다는걸 미처 헤아려주지 못한 친구들의 마음의 상처......모두가 가슴을 치며 통탄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고 했다.

재형이나 재명이가 받은 상처는 자신들과는 비교가 안될정도 였다고 했다.

우현이 군에 간 후로 둘은 한달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린 친구에게 사죄하는 뜻으로 몸을 망가뜨리기라도 할 용으로 거의 술에 절어 살았다고 했다.

아마 나중에 날 보면 그 둘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거라고 했다.

날 많이 욕하고 있다고 했다.

 

그소리에 둘이 생각나 또 울음이 났다.

내게 너무도 잘해주었던 친구들이였는데......아마 심한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내 생애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친구들이였는데......

석영이와 얘기하느라 결국 캐빈 집에는 가지 못했다.

잘 아는 단골 식당을 가르켜 달라는 석영의 제안에 내가 잘가는 학교 주변의 중국인 썀 아저씨 부부가 운영하는 부페식 식당을 알려줬다.

우리나라 돈으로 3.500원 정도면 푸짐하게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을수 있는 곳이였다.

부페식이라 하지만 테이블은 한번 뿐이 못돈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는 따로 돈을 내야 한다.

그래야 천원......오천원도 안되는 가격이다.

시드니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이런 음식점이 많은데......오히려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보다 값이 더 싸고 맛이 있어 유학생을 비롯해서 여행온 사람들에게 인기다.

 

매일 기름진 음식만 먹다 보면 목에 기름이 낄텐데 그땐 어떡하냐고 석영이 물었다.

 

그땐 아주 매운 고추를 사다가 고추장에 잘게 다져서 넣어서 아무것도 없이 한스푼 떠먹으면 느끼함이 사라진다고 했다.

난 정말 그랬다.

피자에 따라 나오는 굵은 파랑색 서양식 고추......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고추를 다져 고추장에 넣고 썩은뒤.....눈 딱감고 한숟갈 입에 넣는다.

입안에 퍼지는 매운맛.......천천히 맛을 음미 하며 씹어 삼킨다.

그런 다음엔.....한동안 매운맛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독한 방식이라며 석영이 놀란 눈을 했다.

 

학교서 자주 보겠지만......가끔 만나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석영인 학교 기숙사에 있다고 했고....편입이 아니고 2년 교환학생으로 왔다고 했다.

사키의 정보가 잘못된 거였다.

석영이 하고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웬지 발길이......발 자국 마디마다 눈물이 묻어나는 저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