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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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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10-10

"헤이....인희...."

복도를 돌아서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갈색머리의 닉이다.

니키라고 불러지는.......머린 짙은 갈색이고 눈은 짙 푸른 에머랄드 빛이다.

잘생겼다기 보단......귀여운 쪽이다.

며칠전 부터 내게  [여기 호준 늘 파티다.무슨 페스티벌이 이리도 많은지 일년내내 축제다]

능금 축제에 함께 가자고 난리였다.

이태리 만큼은 아니지만......호주의 남자들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우리나라 남학생들은 아무리 맘에 들어도 금방 다가와 대시하지 않는데 ....

여긴 다르다.

맘에 들면 맘에 든다고 직설화법으로 얘길 하고......바로 다가선다.

상대가 싫다는 말도 딱 잘라 말한다.

더치페이가 확실한 것도 우리완 다른 문화다.

 

닉은 나와 같은과 남학생인데.....주위에 따르는 여자들이 많이 있다.

약간은 바람둥이 기질도 있는데.....평이 그렇게 나있다.

아마도 다른 여자애들과는 다른 외모의 내게 호기심이 일어 늘 내 주변에서 맴도는 모양이였다.

닉은 아니라고 하지만.......주위의 다른 친구들 말을 빌어 볼때.....사실인것 같다.

내가 자기에게 쉽게 넘어오지 않자 요즘 약이 바짝 올랐다는 얘기도 있었다.

 

"바쁘지 않음 .......함께 즐기자....어때 이니...?"

인희란 발음을 이니로 하는 닉을 보며 난 퉁퉁부은 내 눈을 가리켰다.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는 닉을 보며 난 잠시 웃었다.

 

"눈이 왜 그래....?무슨 병이라도 든거야...?"
"아냐....좀 슬픈 일이 있었어.....맘이 편치가 못해......"

"무슨일....?한국에서 무슨 안좋은 소식이라도 온거야.....?"

".....응......이런 상태론 파티엔 못가겠어......정말 미안..."

내 변명이 통했나?

닉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좀 시무룩해진 얼굴로 고갤 끄떡였다.

담엔 신청하는 데이트는 꼭 받아 줘야 한다는 말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보면서 아무생각없이 앉아 있는데 재인이 다가왔다.

옆엔 일본계 교포인 사키와 함께.....

둘다 여기서 나고 자라.....아주 단짝친구다.

처음 서먹서먹해 하며 어색해 하던 내게 제일 먼저 말을 걸어준 반가운 친구이다.

내 가슴의 팬던트에 대해서도 궁굼해 하고.....아직 사실을 알려주진 않고있다.

그냥 남자친구고.....군에 있기 때문에 만나러 올수가 없다는 말만 들려주었다.

 

"뭐해....?아직도.....그리워?"
어깨를 탁치며......금방 뽑아온 커필 내밀었다.

한국말이 서툰 사키는 재인이 에게 얼굴을 찌뿌리고 있다.

자기도 알아 들을수 있게 말하라는 얼굴이다.

 

"눈이 장난이 아니네.....?노래만 들어도 눈물이 나와.....?"

내 눈물의 본 의미는 모르니까.....

"노래 너무 좋지...?난 나갈때 마다 기회가 주어지면 신승훈의 음반은 모두 구입해.....너무 좋잖아.....아 이승환도 좋아....윤상도 좋구....."

"노래도 모두 남자야..."

옆에서 사키가 한마디 한다.

 

"아냐.....이상은도 좋아해.....공무도허가....이번에 나왔더라.....나른한듯.....슬픈듯....허무한듯......호수에 배하나 띄어놓고 유유자적 흘러가는 느낌......들어봤어...?"

"아니...."

"나 있는데......녹음해서 줄까...?"
"아냐....됐어...."

"왜 또 눈물 날까봐...?"
장난스럽게 웃는 재인이였다.

 

가방속에 있는 시디가 걸렸다.

아침에 나올땐 보는 즉시 돌려주리라 맘 먹었는데.....

막상 재인이를 눈 앞에 보니......맘이 흔들렸다.

분명 내가 가지고 있음 습관처럼 그 노랠 들을테고.....그러면 어제와 같은 일이 빈번히 일어날 텐데......선듯 손이 가지 않고 있었다.

 

"저녁에 캐빈 집에서 스터디 할건데.....올래..?"
"닉도 오잖어......."

사키가 날 봤다.

 

"통과......집에 있을래..."
"리포트 같이 하면 쉬울텐데......"

"자료 복사해서 나눠주면 되잖아....."

"그럼 나 뭐해 줄건데...?"

"야....가난한 유학생 한테 바랄걸 바래야지......"

"가난한유학생....?너 그러다 정말 가난하게 공부하는 애들에게 돌맞아......모두 네가 누구네 집 규수인줄 알고있어......다는 아니긴 하지만..."

그랬다.

여기서난 재현그룹 막내딸이였다.

어떻게 알았는지.......날 알고 있는 내 주위의 친구 몇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딸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편이 더 살아가기 쉬우니까.

지금의 내겐 더 이상의 상처는 너무 버거웠다.

편하게 살고 싶었다.

다른 것으로 인해 상처받을 만한 가슴이 없다는 얘기다.

 

"암튼.....그래도 현지인 보다야 못하지 뭐..."

"하긴....넌 다른 재벌집 애들하곤 좀 다르긴 해......걔들은 정말 돈을 잘쓰긴 하지.....여기 물가가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만만치 않은데......"
"맞아.....요변에 공대에 편입해온 남자애 말야......지석영인가?한국에서 무슨 전자 기업의 아들이라고 하던데.....걔 벌써 부터 돈파티하고 난리잖아...?"
갑자기 사키가 눈을 빛내며 말하고 있었다.

지석영....?

우리 학교는 세군데에 캠퍼스가 있어......한국에서 유학온 학생이 있어도.....내가 있는 이곳 세인트레오나드 엔 별로 없었다.

공대 건물이 있는 커팅에 많이들 있었다.

 

"얼핏 봤는데 개 한인물 하던데......재인이 너네 부모 네가 한국남자 만나서 결혼하는게 소원이시잖아......한번 대시해봐...?"

"그렇까...?정말 한인물해...?"
"응....귀티가 흐르는게.....살짝 봤는데 괜찮더라니까..."
"너 그러다가 대니에게 들키면 어쩌려구...."

대니는 재인이의 남친이다.

내말에 재인인 좀 인상을 썼다.

 

"너 나랑 걔랑 끝난것 몰랐어...?나 교환학생으로 나가기 전에 우리 쫑났어.....정말 너무하네....내게 이리 무관심한 친구가 있었다니.........."

"뭐...?정말 끝냈어...?"
"그래.....그자식.....테크닉 꽝이거든......매너도 없고......금발에 약하잖아......벌써 여자친구 만들었을걸...?머리에 섹스생각만 잔뜩 든 녀석이니까...."

재인이의 말에 사키가 혀을 쑥 내밀며 인상을 섰다.

둘과 그렇게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현대건축에 대한 강의가 있어 난 둘과 헤어졌다.

 

강의실에서 만난 캐빈이 저녁에 자기 아파트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올거냐고 물었다.

오게 되면 저녁은 각자 가져와야 한다고했다.

난 안가겠다는 말을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있어 돌아다봤다.

동양인 남학생 이였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쉽게 기억이 나진 않았다.

그 쪽은 날 아는지 내게서 쉽게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괜시리 가슴이 쿵딱거렸다.

혹시......정말 날 아는 걸까....?
우현이 친구중 하나....?

아님.....같은학교 였나...?

별의별 생각이 순식간에 휙휙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내게서 계속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남학생 이였다.

그럴수록 내 속의 불안은 더 커져 가고 있었다.

뒤에서 들어오는 같은 동양인 남자애가 그 남학생을 불렀다.

 

"지석영 뭐해....?앉지 않고..."

지석영.....?

아까 사키에게 들었던......새로운 편입 한국인 남학생....?

그사람이다.

근데.....왜 저렇게 날 보는 걸까...?

수업벨이 울려 자리로 앉으며 고갤 돌렸다.

뒤통수가 수업내내 따가왔다.

맘속의 쿵쾅거림 탓에 수업내내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많이 딸리는 과목인데........아무래도 저녁에 캐빈네로 가야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