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 금요일 저녁이였다.
모두와 함께 보기로 했었던 약속이였는데.....다들 약속이 있다고 나오지 않았다는 우현이 얘기였다.
뭔가 내게 하고픈 말이 있는것 같은 분위기 였다.
아마도 요즘 내가 동아리모임에 자주 나가 자기와 만나는 시간이 많이 줄었음에 대해서 뭔가 할 말이 있어보이는 얼굴이였다.
시킨 피자조각을 몇개 먹었더니....혀 끝이 까끌거렸다.
콜라의 탁 쏘임도 별루고......기분이 가라 앉아 있었다.
아무말 없이 날 물끄러미 보고 있는 우현이의 시선도....기분을 다운시켰다.
"할말있어......?얼굴이 왜 그래....?"
답답해서 먼저 물었다.
"요즘 얼굴 마주대하기가 쉽지 않아서......눈에 넣어두려고..."
실없는 농담.......
피식 거리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요즘 우현이에 대해 화가 나 있던 참이였다.
일부러 동아리 모임에다.....요즘엔 퀼트를 배우고 있었다.
작은 천 조각을 하나하난 덧붙여 만드는 재미가 솔솔찮은 퀼트.....
가을에 들고 다닐 가방을 만들고 있었다.
잡생각 할 틈을 주지 않는 시간떼우기에 아주 좋은 일이였다.
문화원 다니면서 원어로 나오는 영화를 매주 보러가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만남을 약속하지 않으면 잘 볼수 없는 요즘이였다.
우현이도 고시 준비하느라 거의 바쁘고.......서로 시간 마추기가 쉽지 않았다.
예전엔 내가 거의 우현이 시간에 맞춰 생활을 했는데.....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아마 거기에 불만이 생긴 모양이였다.
매번 만날때마다.....어디에서 나타나는지.....
학년도 다르면서 마치 우리와 시간표가 같은양.......늘 민정이와 진영이 따라 나왔다.
우연도 한두번이지.......짜증이였다.
더구나 며칠전에 막내 고모님 사건도 있고......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의 우현이가 미웠다.
정말 아무것도 모를까...?
모르고 있는 척 하는건지.....
아님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은건지......
지금 내 속을 박박 긁고 있는.....
매일밤 날 잠못들게 하는 이유가 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우현이 .......
알리가 없겠지만.....암튼 그 모든 이유가 다 원인이 되어서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 요즘이다.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터져줄 준비를 하고 있는 팽팽히 불어져 있는 풍선....그게 바로 내 심장이다.
옆자리에 안지 않고 앞에 앉아 있는것도 불만인 우현이다.
피자 먹고 싶다고 해놓고선 겨우 한조각 먹고......먹기 싫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뭔가 잔뜩 불만을 품고 있는 내 얼굴.......
우현인 묻지 않고 나름대로 원인이 무언지 스스로 알아내려고 하고 있었다.
아마......이번은 절대 모를걸....?
그런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을 보았던 걸까.....?
보고 있던 눈에 힘을 더해주며 우현이 들고 있던 콜라를 내려 놓았다.
"말해봐......너 골난 이유....?"
"......그런것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모르겠으니까........털어나봐.....알아야 풀어줄것 아냐...?"
".....없다고 했잖아.......너야 말로 나 한테 화가 나 있는것 같은데.....그거나 말해봐.....내가 풀어줄게..."
"말장난 하자는것 아냐.......넌 분명 내게 화가 나 있어.....요며칠 교묘히 날 피했잖아.....무슨일인지 말해봐......."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대며 우현이 말했다.
긴 얘기라도 끈기있게 들을 준비 됐다는 얼굴이다.
입안이 근질 거렸다.
말해버릴까...?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정말 모르고 있는지......아님 알면서 내게 얘길 않고 있는지.....
아마 전자가 맞을 것이다.
우현인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전에 내가 파티에서 지원이가 정말 우현이 여친인지 알아내기 위해 일을 꾸몄을때.....그때 이미 강우현이 어떤 남자인지는 그때 알았으니까.....
아마 모를것이다.
민정이와 자기가 어떤 일에 휘말려 있는지......
"빨리 말해.......나 성질 급한것 알면....지금 내 상황 짐작하잖아...."
정말 그랬다.
눈빛이 조금 진해졌다.
자신을 꾹 누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결심을 굳혔다.
"너 민정이와 어떤 사이야.....?"
"민정이....?서민정 말하는거야....? 하......"
기막혀 하는 웃음.....
짐작했던 대로다.
내가 민정이와 자기 사일 질투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은 얼굴.....
질투하는 내가 우습다는 그런 표정.....
"알고 있어.....민정이와 너.....어떻게 묶여가고 있는지.....?"
"뭐....?민정이와 내가 묶여가고 있다고.....?너 왜그래..?더위먹은거야.....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실없는 농담이나 하..."
"약혼할 사이라며...?"
말꼬릴 끊었다.
우현이 기막혀 하는 얼굴에서......잠시 날 살피는 얼굴로 변했다.
전혀 알지 못한다는 얼굴.....
그럼 그렇지......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알기 쉽게 말해......나랑 민정이가 약혼할 사이라니...?"
정색을 하며 우현이 테이블 가까이 얼굴을 가져왔다.
"민정이 어머님이.......막내 고모님이야.....너하고 만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셔..."
조금은 속이 시원해졌다.
앓고 있던 이가 쑥 빠져 나가는 기분이였다.
"뭐....?민정이 어머님이......막내 고모라구...?"
나에대해서 뭐든지 다 알고 있으면서.......그건 몰랐나 보군.....
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것 같은 얼굴.....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첨 듣는 얘기지....?"
기다리기 답답해 먼저 물었다.
'응.....금시 초문이야.......근데...네가 잘못알고 있는것 아냐.....?내가 아니고 우리 형 얘기 아냐...?전부터 형하고 짝지워 준다는 얘길 들었던것 같은데......"
"아니.....너야......너랑 맺어 준다고 하셨어....."
좀 충격이라는 얼굴.....
아무 표정없이 콜라컵에 스트롱을 끼워 돌리고 있는 날 보는 우현이 얼굴.....
첨과는 달리 많이 굳어 있었다.
"그래서......네게 뭐라고 했는데....?"
"분수를 알라고......울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음 알아서 처신잘 하라구..."
대단했다.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얘기하는 내가 정말......서인희가 맞는지....
마음속에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이 전혀 개입되어 지지 않았다.
무덤덤.....
"정말 그렇게 말했어.....?민정이 어머님이.....?"
믿기지 않는 다는 얼굴이였다.
"그럼 내가 거짓말해....?내가 그런 아이야....?"
조금은 화가 났다.
"그렇진 않겠지만......너 어째 말하는 폼이 내게 화가 많이 난것 같은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그만큼 쌓였으니까...."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울화병 생김 어쩌려구....?"
".........네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말.....?아직도 날 잘모른다.....?눈치 빠르고 센스감각 꽤 있다고 생각하는 서인희가 정말 몰른단 말야.....?"
기분이 상하려 한다는 듯한 말투......
빨리 인정하지 않으면 정말 화낸다는 표정.....
당연히......난 믿고 있지.
강우현이 절대 나외의 여자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남자라는걸.....
알고 있지.....너무나 잘....
"알았어 접수됐어......그동안 너 내내 찜찜해 했던 이유가 이거였던 거야...?진작 말했으면....맘 고생 안했을텐데....."
가볍게 고개 짓 하는 우현일 보며.....아까완 달리 다시 맘이 답답하게 날 조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