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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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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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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09-07

화요일 저녁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논현동으로 갔다.

어머님이 적어주신 메모를 머리속에 외워뒀다.

막내고모부님은 큰 병원을 경영하신다고 하셨다.

재현그룹에 속해 있는 병원.......강남에선 알아주는 병원이였다.

 

큰 규모의 유럽풍의 빌라가 들어서 있는 숲속의 집들이 죽 들어서 있는 고급 주택가.

그 주택 가운데 쯤 '스카이 빌라.가 있었다.

하늘 한가운데에 있다는 .......정말 이름처럼.......예쁘고 아름다운 집이였다.

 

고급스럽게 인테이어가 되어져 있는 거실이였다.

엔틱 분위기가........고급스러운 멋을 보여줬다.

고모님은 외출 중이셨고......민정인 아직 이였다.

거실에서 일하는 아주머님이 내어준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이였다.

거실 한 벽면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가족사진......

아들은 민정이 보다 2살이 많다고 했다.

민정이완 달리 아버지 쪽을 닮았는지 눈매가 부드러워 보이는 얼굴이다.

아버진......배우로 나서도 될 만큼 잘생기신 분이셨다.

배우 남궁원인가........이미지가 비슷했다.

고모님과는 잘 어울릴것 같은 분위기가 아닌데......

괜히......쓸데없는 상상이나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누구.....?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갑자기 뒤에서 들린 소리였다.

가족사진을 보고 있느라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 ...왔어요.....민정아가씨 과외선생님 이라는데요..."

우습다.

민정아가씨....?

일하시는 아주머님이 주방에서 나오면서 하는 말이였다.

 

날 보는 무테 안경의 짧은 머리의 남자......

방금 사진속에서 봤던 얼굴이다.

사진에서 부드러운 눈매라고 생각했는데........실물은 그렇지가 않아 보였다.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긴 하지만.......눈매가 날카로운게......편한 인상은 아니였다.

 

"아.....청담동 막내......"

청담동 막내......

날 그렇게 부르는 남자가 순간 얼굴에 미소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얼굴......웃으니까 사진속의 인물과 동일인 처럼 보였다.

 

"안자......난 서민혁......민정이 오빠야....첨 보지...?"

어색하게 고갤 끄떡여 보였다.

앞자이에 와 앉으며 아주머니에게 냉커필 가져오라 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지만.......불편했다.

 

"너 우리학교 다닌다며........? 건물이 틀려서 인가  한번도 마주치지 못한것 같은데..."

같은 학교라 말인가....?

 

"나도 연대 다니거든.....의대....좀 바쁘지....내년에 본과 들어가니까.....지금 많이 힘들거든...넌 무슨과야...?"

"영문과요...."

"요는 무슨......말 내려....그리고 대게 얼어 있는데...그럴필요 없어.....난 민정이나 우리 어머님과는 다르니까......편하게 지내......엄밀히 따지면 사촌 오빠인데 경어는 물론 그리 어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

"네 얘긴 간혹 듣긴 했는데.......암튼 만나서 반갑고......혹시 학교서 보면 아는척은 하자....밥이나 술 사줄 의향있거든......알았지 ?사촌......"

"........"

"대답안해......?나랑 알고 지내기 싫다는 거야...?"

장난끼가 묻어 나는 말투.......

첨과는 달리 좀 편해지는 기분이였다.

정말 사촌 오빠처럼.......그런 기분을 느껴도 되는 건지......

 

"안면 깔면 알지........?혼날줄 알아....!!"

장난스럽게 주먹을 들어보이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웃음이 일었다.

고갤 끄떡이는 날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머니에게 커필 받아들며 피곤해서 들어가서 쉬어야 겠다는 말을 하곤 내게 담에 보자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약속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민정인 들어왔다.

그냥 가려다가 첨이니까.......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어머님의 입장도 있으니까.....

 

"어....? 아직 안갔어....?"

들어오다가 날 봤는지 놀라는 민정이였다.

거실에서 계속 앉아 있는 내가 불편했는지 아주머님도 저녁을 핑계로 거실엔 나오지 않고 있던 참이였다.

어색하고......불편했지만.....단판을 짓고 가야 겠다는 생각에 참고 기다렸다.

 

"정말 내가 과욀 받을거라고 생각했던 거야.....?진짜 웃기네....?"

한껏 비웃는 민정이였다.

"첨이니까......한번은 봐줄께.....담부턴 제시간에 와.기다리는 취미 없으니까..."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한동안 한 자세로 있었더니 온몸이 멍멍 쑤셨다.

 

"이젠 안와도 돼......너한테 볼일 없으니까....."

".......정말이야...?"

"그럼......내가 정말 너한테 공불 배울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야......?착각도 잘하셔...?"

"........그럼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네 어머님께 확실히 말해......그래야 어머님도 납득하실거니까......"

".......어머님.....?설마.....큰 외숙모님을 칭하는건 아니겠지...?"
"................."

"웃겨 정말.......호적에 올랐다고 모두가 널 인정한다는 생각 설마 하는건 아니겠지...?어머님...?네 어머님은 어디에 있는데......맞아....널 버리고 가출 했다고 했었지....?혹시.....늙은 돈 많은 노친네들을 상대하는 그런데  있는것 아냐.....?"

얼굴 가득 얼음꽃이 박히는 아픔이 느껴졌다.

쏘는 내 시선에 아주 신이난다는 얼굴이였다.

정확히 내 약점을 잡았다는 얼굴........기분이 더러웠다.

악귀같은 기집애......

 

"다시 한번 말해봐.......네가 울 엄말 알아.....?우리 엄마나 내가 네게 뭘 잘못했는데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네깢게 우리 모녀을 우습게 여기며 깔봐.....?네가 뭔데....!!!!!"

 

제어하는 힘이 순간 맥을 잃었는지......내 속의 울분이 커다란 불덩이가 되어서 밖으로 뿜어져 나갔다.

눈에서 .입에서.가슴에서......내몸 온구석구석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크게 떠진 눈속에 두려움을 가득 담고 민정이 뒤로 주춤했다.

몸이 떨려오지만 않았다면.......한대 치고 싶었는데.......서있기도 힘들만큼의 떨림이 있었다.

 

"너......너 내가 누군데.....감히 겁도 없이 내게 ......."

덜덜 떨며 더듬거리는 말투의 민정이 손가락을 들어 날 가리켰다.

여전히 불안해 하는 얼굴로.....

더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얼굴로 비켜서는데 민정이 말이 날 잠깐 멈칫거리게 했다.

 

"지금 우현이 오빠 어딨는지 알아....?네가 여기서 이렇게 날 기다리는 시간에......오빤 한창 유흥에 신이 나있다구......방금 전까지 나도 같이 있다가 오는거야.......오늘 지원이 언니 생일이거든.....우현 오빠가 맘속 깊이 묻어둔 여친이지......"

"..........."

"......흥....우현 오빠가 여자가 너 하나가 아니라고 했지......?결국 내게 돌아올테지만.....나 말구도 네겐 싸워야 할 적수가 많다고.....알아 들어...?"

 

기막혔다.

지원.....?

누굴까....?

첨듣는 이름....

우현이 맘속에 묻어둔 여친.....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아까 학교서 얼핏 들었던것 같다.

친구의 생일 파티가 있다며 함께 가지 못한다고 했었다.

그 친구가 ......지원이라는 여자인걸까....?

그러고 보니......우현인 내게 한번도 자기의 친구들 생일파티나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한적이 없었다.

재명이나 재형이......수현이가 내가 알고 있는 우현이 친구 전부였다.

다른 친구는 ......없었다.

간혹 학교나 시내에서 마주치는 고교때 동창들 외엔.......우현이만 아는 친구는 내게 소개한적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남자친구의 친구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하던데......

여친 생기면 자기의 친구들에게 소개 해주고 한다던데......우현인 그러지 않았다.

 

왜 일까....?

왜 우현인 내가 알고 있는 세명외엔 내게 소갤 시켜주지 않는 걸까....?

한번도 의문을 가진적 없었지만.......이젠 신경이 쓰였다.

그 사교클럽의 친구들일까....?

날 만나기 전부터 나갔던 모임이니까......나 보다 더 친한 여친들이 많겠지....

고교때나 지금이나 우현인 여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으니까.....

같이 길을 걷거나 카페에 있을 때면 늘 느꼈다.

여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들......

어떤 여잔 ......나라는 존재가 있는데도 노골적으로 우현이 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우현이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보이는 여자들......

전엔 그런 여자들이 좀 우습게 보였다.

내 시선에서 한번도 빗겨나는 법이 없는 우현이니까......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의 우현인......나말고 다른 여친에게도 나와 있을때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걸까....?

 

내게 하는 것처럼 ......달콤한 말과 부드러운 미소......다정한 손길......강렬한 입맞춤.....

정말 그럴까....?

나 아닌 다른 여자에게도 우현일 그런걸까....?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불타는 것 같다.

속이 쓰리고 아렸다.

절대 그런일 없겠지........그런면서도 왜 이리 맘이 불편한건지.....

왜 우현인 내겐 한마디말도 없이 사교 클럽에 나가는 걸까....?

거긴 상류층 자녀들이 결혼을 전제로 자연스럽게 만남을 주는 모임이라고 하던데.....

나라는 여친이 있으면서.....왜 굳이 그런 모임엘 나간다는 걸까....?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우현이의 행동에.......의심이 생겼다.

가슴이 쪼개질 것 처럼 아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