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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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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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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09-06

첫 강의 후 였다.

미나와 함께 나서는데 복도에 우현이 와 있었다.

내 시간표를 모두 외우고 있는 우현이 어쩜 찾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강의 시작전이 아닌 끝난후에 왔다는게 의외지만.

미나에게 눈인사를 하곤 날 잡아 끌었다.

계속 가라앉아 있었더니.......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미나가 어디아프냐고 물을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야......얘길해봐."

학교앞 '브람스'였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날 쏘는 우현이 였다.

"무슨일 있어.....?아픈건 아닌것 같은데.....이유가 있을 것 아냐..."

"뭐가...."

"날 피한 이유.....!!"

 

고작 4일 못본걸 갖고 이율 되라니......

웬지 좀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없는 짜증이 내속에서 일고 있었다.

 

"너 뭐하자는 거야....?전화도 안받고.....나한테 뭐 화나는것 있어...?"

"무슨이유!!집에 일이 있어서 못나간다고 했잖아......뭐야 대체....고작 4일 얼굴 못봤다구

마치 삐친 어린애 처럼..."

"뭐..?삐친 어린애?"

기막혀 하는 우현이 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네겐 고작 4일 이지.......난......40일이 지난것 같았어......"

조금은 가라앉은 듯한 말투......

날 보는 시선도 뭔가 애틋해졌다.

걱정을 담은 듯한 ......

 

"알잖아......난 네가 눈앞에 안보이면 늘 불안하다는것.......나 없는데서 네가 혼자 울고 있을까봐......4일내내 가슴이 아려왔어......"

"................."

".......집에 무슨일 있었는데......너랑 관련된 일이였어....?"

".....별일 아냐......걱정 끼쳐 미안해.....생리가 시작되어서 인지 신경이 많이 예민해 졌어.."

좀 뭐했지만.......

사실 생리가 시작되면서 몸안의 호르몬에 이상이 생긴건 맞는 얘기니까....

얼굴이 조금 붉어진것 같았다.

목도뜨거워 지는것 같았다.

 

우현인 잠시 아무말 없이 날 물끄러미 보기만했다.

눈치가 이상하게 빠른 우현이였다.

지금도 아무말 않고 날 보며.......내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였다.

뭐든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성격이니까.....

나에 대해선 가끔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긴하지만.......오늘도 그냥 이대로 넘어 갔으면 싶다.

 

"아침은 ? 먹었어...?"

그냥 넘어가기로 했나보다.

눈빛이 다시 부드러워 졌다.

 

"난 빈속인데......한시간 정도 시간 비지..?"

"응....아침 먹어 그럼..."

"넌....."

"난 별로 생각없어......먹고 나왔거든...."

 

그랬다.

아줌마가 늘 아침을 챙겨 줬다.

가끔은 그냥 나오고도 싶은데......아줌마가 국까지 끓여놓고 날 기다렸다.

그마음을 어찌 외면할수 있을까....

딸에 대한 마음을 내게 전부 쏟아 붓고 있는 아줌마였다.

내가 들어오기 전까진 잠도 안주무시고 기다렸다가 문을 열어주시는 분이셨다.

알게 모르게 내게 많은 의지가 되시는 분이셨다.

 

오후에 원룸으로 갔다.

재명인 동아리 모임에 간다며 함께 오지 않았다.

스콜피언스의 음악을 틀었다.

룸 가득 할리데이가 흐르고 있었다.

밖은 햇살이 쨍쨍한 오후 3시였다.

 

영화나 보고 들어가자는 말에 싫다고 하고 원룸으로 오자고 한거였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준비해 옆으로 와 앉으며 우현이 팔을 뻗어 내 어깰 끌어당겼다.

연한 인터니티 향이 코 끝에 맡아졌다.

녹차의 투명한 녹색이 눈을 맑게 해줬다.

음악이 좀 거슬렸지만......움직이고 싶은 맘은 없었다.

그냥 이렇게 우현일 느끼며 잠을 자고 싶었다.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는데.......갑자기 잠이 몰려왔다.

 

"다리좀 펴봐......"

"왜...?"

"이윤 묻지 말고..."

내 말에 우현이 잠시 날 내려다 봤다.

어깰 떼며 다릴 펴게 했다.

그리곤 허벅지 중간 살이 도톰한 곳에 머릴 묻었다.

 

"좀 잘게......"

"피곤하면 안에 들어가서 제대로 자지..."

"......이게 더 좋은것 같아....다리가 저리거나 힘들면 말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감히 내가 너에게......절대 그런말 못하지..."

"너 너무 그렇게 저자세로 나오는것 안좋아..."

"......무슨 얘기야...?"

"연애는 두사람이 같이 하는거야........일방적으로 한사람만 너무 열올리면 반대로 상대는 그 열에 데어 쉽게 식을수 있다는 말이지....."
"잠깐 일어나봐......너 그게 무슨소리야...?"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우현이였다.

반쯤 눈이 잠겼는데.....

"그럼 .....지금 우리관계가 나만 열을 올린다는 거야...?"

좀 자존심이 상한다는 얼굴이였다.

내게 한없이 베풀것 같으면서도 이럴땐......웃음이 나왔다.

 

"웃음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말해봐......너 좀 이상해...?"

"이상하긴......그냥 일반론을 말한것 뿐야..."

다시 누우려는데 우현이 갑자기 눕더니 팔 베게를 해주었다.

가슴으로 얼굴을 묻자 인터니티 향이 더 강해졌다.

 

"늘 하는 얘기지만......잘 들어둬...넌 내게서 절대 떠나지 못해......왜냐면 내가 절대 안놓아 줄꺼니까.......네 주인은 네가 아니라 나라는 것 절대 잊지 말라구.....알지?"
"알았어 숨막혀......제발 꽉 끌어안지좀 말아줘......"

주먹으로 약간 공간을 만드는 날 보며 우현이 피식 웃었다.

'정말 가끔은 숨이 막혀.......막다른 골목길도 막혀버린......거미줄에 갇힌것처럼......가끔은 네가 부담이 돼....'

가슴이 답답했다.

잠들기 좋게 머리칼에 손을 넣어 만져 주는 우현이가......

같이 있음 이렇게 좋은 우현이가......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눈가가 젖기 전에 수습을 해야지......등을 돌려누웠다.

작게 자장가 까지 불러주는 우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