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였다.
생리가 시작 되어서인지 기분이 안좋았다.
아침부터 축축히 내리는 비도 그렇고.......맘이 괜히 불안정 했다.
틀어논 유키구라모토의 음악도 왠지 ......가라 앉아 있는 기분을 더 어둡게 하고 있었다.
어제,그제 우현이와 만나지 않고 있었다.
좀전에도 나오라는 전화에 나갈수 없다고 했더니 짜증을 냈었다.
학교도 안나오고 어디 아픈거 아니냐는 걱정으로 시작된 말이 안나간다는 말에....화를 내며 짜증으로 끝이났다.
지금은 ......그래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제 저녁이였다.
마지막 강의후 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집에 손님이 오시니 일찍 들어오라는 어머님의 호출이였다.
혹시 ?
가슴이 갑자기 심하게 뛰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내내 가슴이 진정이 안되어서 .......나중엔 가슴 중앙이 아픈것 같이 느껴졌다.
날 만나러 손님이 왔다니.....?
누굴까....?
엄마가 날 버리고 나간후......은주이모도 연락이 끊어졌다.
은주 이모가 아닐까.......?
어쩜 엄마의 소식을 가지고 온건지도 몰라........
5월 인데도 이마에서 땀이 솟았다.
5월말이라서 인가....?
바람이 아직은 선선한데......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건......뜻밖의 손님이였다.
처음보는 막내고모와고모의 딸인 서민정.......정말 뜻밖이였다.
급하게 오느라 상기된 내 얼굴을 보며 어머닌 의아해 하셨다.
"정말 많이 닮았네......오빠하군 닮은 구석이 한군데도 없어 보이는데......."
어정쩡하게 서있는 날 보며 고모가 한말이였다.
고갤 숙여 보이는 날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옆의 머릴 가지런히 두갈래로 땋고 있는 여자애........막내고모와 흡사하게 생긴얼굴이였다.
"앉아.......천정 안무너지니까...?"
칼져있는 목소리......
어머님이 옆에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학굔 어디......?"
"연대 영문과에 다녀요...."
"아맞아.......다른애들과는 달리 공분 안주 잘한다고 했지...."
어머님 대답에 답에 주며 다시 날 훝어내렸다.
기분이 나빴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언니라고 해야 하나....?"
민정의 말에 고몬 얼굴을 쌀짝 찌뿌렸다.
"언니 내가 일전에 말했던거 얘한테 얘긴 했어요.....?"
"글쎄.....그게.....민정이 공분 다른 훌륭한 선생님이 많을텐데......."
"민정이가 다 싫대요.....언니겸 선생겸......재한테 배우고 싶다는데......워낙 고집이 세서....말을 들어먹어야지......"
무슨얘기인지.....
두분이서 잠시 주고 받는 말이였는데.....계속 맘이 불안했다.
"고3 수험생이 무슨 벼슬 이라고.......암튼 한달만 시켜보고......성적 안오르면 관두기로 했으니까........."
날 힐끗 보며 고모가 말한거였다.
어머니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썩 내켜하지 않는 얼굴로 잠시 날 건너다 보시는 어머니였다.
"언니가 한달간만 내 공부좀 봐줘요.......한창 학교 다니느라 바쁜건 아는데.......내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요.......그래 줄수 있죠.....?"
"뭐 어려운 부탁이라도 그렇게 청까지 해......저런애 한테..."
민정이 말에 언짠다는 얼굴의 고모님이였다.
대체 무슨 얘기인지.......
내게 민정이 공불 봐달라는 얘기 같은데.......
하고 많은 실력 쟁쟁한 선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내게.......?
의아해 하는 날 보며 우습다는 듯이 혀를 차는 고모였다.
"그렇게 놀란 얼굴 할것 없어......얘 변덕이 심하니까.......한달도 채 못채울거야....걱정하지마......얼굴하군........"
기분이 묘했다.
내게 공불 봐달라는 민정이나.........
딸애의 응석에 내키지 않은 걸음을 선듯 하신 고모님이나.....
어머님의 곤란해 하는 얼굴에 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달리 내가 무슨말을 할수가 있는 처지가 아니니까......
"어른들 말씀 나누시라고 자릴 비켜주죠.......언니방으로 가요...."
민정이 말에 우린 둘다 일어났다.
내방으로 과일과 마실걸 가져다 주라는 어머님의 말에 아주머닌 고갤 끄덕이셨다.
날 보는 시선에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방으로 따라 들어오려는걸 내가 막았다.
"가방 놓고 나올께.......여기에 있어..."
내방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럴께........사실 들어가고 싶지 않거든...."
흣..........
이럴줄 알았어.....
금방 돌변하는 아이였다.
밑에선 언니언니 하며 깍듯이 존대하더니......둘이 되자 바로 본색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기막혀 하는 내 표정을 봤나....?
웃긴다는 비웃음을 치며 내게 말했다.
"생각보다 둔치는 아니네.....?하긴 살아오는 내내 눈치만 보고 자랐을텐데.....눈치하난 뛰어나야지.....안그래..?"
방으로 들어가려던 생각을 접었다.
"굳이 내게 과외을 봐달라는 이유가 뭔데....?"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글쎄 뭘까.....?"
빙 돌리면서 날 쏘았다.
내 짐작이 맞을꺼라는 예감이 왔다.
강우현.......
나와저앨 연결 시키는 단 하나의 고리......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날 바로 쏘는 서민정 이였다.
고모처럼 차가운 인상 이였다.
맘도 그 못지 않겠지.....
"공불 봐달라고 했으니 그래야 겠지.......언제부터 할건데..."
"웃겨.......야 내가 정말 너 따위에게 공불 봐달라고 할것 같애.....?분수도 모르는 것이...."
"그럼 ......아까 아래에서 한 얘긴 뭔데......?"
"네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번 보려구.........학교로 찾아 갈수도 있었지만.......네가 피할수도 있지 않겠어......그래서.."
"왜 만나려고 하는데........"
"강우현........정말 몰라서 물어....?"
역시.......
발끈하며 달려드는게........성격은 엄말 닮았나 보다.
건드리면 금방 반응하고........
내 짐작이 맞았다.
"어떻게 너 같은 게 감히 우현이 오빠한테 붙을 수 있어.........감히.....제 처지도 모르고...."
바르르 떨며 내게 달려들 기세였다.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 하는 내 행동에 화가 많이 났겠지......
하지만 나도 쉽게 물러서진 않아........
어머님에게 얘길 들은후로 늘 이런 순간을 예감하고 있었거든.......
오히려 빨리 당하게 돼서 다행이다 싶었다.
매도 빨리 맞는게 낫다구.....
생각보다 적은 강하진 않은것 같았다.
나인 나와 한살 차이지만........세상 물정 모르고 공주처럼 자란 아이에겐......
나 같은 상댄......처음일 테니까.
"너 처신 바로해......우현오빠가 널 언제까지 상대해줄진 모르지만......금방이야.혹시 모를까봐 말해주는데......우현오빠 여자 친구가 너뿐인줄 알고 있음 ....꿈깨라고.....네가 들어올수 없는 사교 클럽에서 우현오빤........굉장하니까."
사교클럽.....?
상류층 자제들 끼리 교류하는 만남의 장소......
묘하게 신경을 건드렸다.
"네 엄마처럼 되고 싶진 않겠지 설마...?"
기막혔다.
나에대한 정보는 모두 알고 있나 보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날 깔보는 얼굴이였다.
한가지는 잘 모르나 보네.....
난 철들기도 전에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떤눈으로 보는지를 알면서 커 왔다는 것을.
그런 눈빛은 내게 아무런 상처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알지 못했나 보다.
자신의 말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날 보며 서민정은 좀 분해 하는것 같았다.
그런 미정을 두고 난 방으로 들어왔다.
가슴속에서 불길이 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참고 있었는지.........내 안의 화가 날 집어 삼킬것만 같았다.
왜 난 매번 이런식으로 화을 참아내야 하는건지.....
커다란 불덩어리가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았다.
저녁에 어머닌 내게 화요일과 목요일에 찾아가라고 하셨다.
고모 말처럼 민정이가 변덕이 잦은 애니.......오래 못갈거 라며 내키지 않아도 좀만 참으라 하시면서.......바람막이가 못되어 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내게 미안하시다니......
어머님이 ......내게 미안하시다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내게 미안하시다니......
어머님의 말에......저녁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견뎌내자.
어머님을 봐서라도.......서민정을 견뎌내야 겠다.
어머님이 나로 인해 더는 곤란해 지지 않게......
잠들기전까지 내내 그런 마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