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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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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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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08-15

늘 혼자먹는 저녁이였다.

집에서 유일하게 세끼다 챙겨먹는 사람은 나뿐이였다.

식탁에 앉아서 먹다가 다른 식구들과 부딪칠까봐.....아주머니가 챙겨주는 쟁반을 들고

내방으로 들어와서 먹었다.

가끔은 먹기 귀찮을때도 있는데....내 처한 상황이 안되어 보였는지 아주머니가 꼬박꼬박

밥을 챙겨다 주었다.

과일은 젤 예쁘고 먹음직스러운걸 골라서 가져다주고......과일 쥬스도 매일 챙겨다 주었다.

날 보면 애처로와 하시는 아주머니는 첫결혼에 실패을 하신 분이셨다.

나 만한 딸이 하나있는데......남편과 같이 살고 있다고했다.

여기서 숙식을 전부하고 계신 분이시다.

어렸을때 잠깐 만나보고 지금은 딸을 안본지 10년이 넘었다 하셨다.

가끔 주방에서 아주머니의 신세한탄 비슷한 얘길 들어주곤 하는데.....큰 어머님은 그런내가 못마땅한지.....마뜩찮은 눈빛을 하셨다.

아줌마도 괜히 내게 미안해 하시고.....

그나마 이집에서 날 사람대접 해주는건 아줌마 뿐인데......

의지할데가 하나 없다는 것은 날 많이 아프게 했다.

내가 이렇게 소심한 애라는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날 버리고 간 엄마지만....

많이 생각이 났다.

밤만 되면 벽 한쪽에 엄마의 실루엣이 그려졌다가 사라지곤 하는 상상을 한다.

지금이라도 엄마가 날 찾아줬으면......

 

"너 혹시 강우현이라고 알아...?"

노크도 없이 갑자기 벌컥 열린 문이였다.

낮에 서점에 들러 사온 자습서를 보고 있는중이였다.

외출에서 돌아오는지......약간의 술냄새를 풍기며 방으로 들어온 연수 언니였다.

갑자기 위축되어져 가는 몸이였다.

 

"아냐고......너 내말 자꾸 씹는데.......한번 된맛을 봐야 정신차릴래.....?"

눈에 쌍심지를 켜며 말하는 언니였다.

"같은반.......남자애야..."

"그래...? 우현이 하고 친해....?남친이냐구.....!"

".....그런건 아냐.....우리반 반장이야..."

"친한건 아니구.....반장이라구......우현인 아닌것 같던데....."

그러면서 연수언니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날 훝었다.

소름이 돋았다.

한참을 날 샅샅히 벗기듯 훝어보던 연수언닌 '훗'하는 자조적인 웃음을 뱉었다.

 

"그엄마에 그딸이라구 하더니...딱 그렇네.....딸은 엄마 팔자 따라 간다구 하던데......"

".............."

"남자들의 본성이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천박하고 경박스럽게 까지 보이는 여자들...하긴 한번 가지고 놀다 버리기엔 좋지.......것도 타고난 운명이니까.....피할수 없겠지..."

혼자뭐라고 중얼중얼......

술 주정이라도 하는건지......

못들은척 안듣는척......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점점 기분이 나빠져 오고 있었다.

이런 식의 모욕 참고 듣고 있을 만큼 난 착하진 않다.

하지만 ......괜히 시끄럽게 해서 어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싶지도 않은 나였다.

좀만 참자......조금만.....

내 안에서 끓고 있는 용광로의 용암물처럼.......툭 터져 버림 다시 담을 수 없으니까......

조금만 참자......그럼 끝나겠지......

 

좀더 할 말이 있는지.....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더니......이내 지친듯......아무말 없는 날 힐끗 내려다 보았다.

다시한번 날 위아래도 훝더니.....좀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

 

"인정하긴 싫지만......네가 예쁜건 인정하지......금방이라도 건들면 깨질것 같은 얼굴......너무 참고 살아온듯한 ......난 윤수기집애도 싫지만......그 기집애 보다 네가 더 재수없고 싫어...널 보면 확 잡아 채서 죽이고 싶을 만큼.......알아...?"

"..................."

"네 엄마가 우리 엄마에게 대못을 박은것.......다른 첩년들보다 더 심하게.......널 왜 집에다 들였는지.....엄말 이해할 수 없지만......암튼.....너 조심해......편하게 지내고 싶은 알아서 기라구......이렇게 말 씹는것 그것도 여기 까지야.....알아 들어...?"

 

정말 언제 끝날건지......

서 있는 다리가 아프지도 않은지....

내 생각보다 술을 적게 마신건지.....

눈은 거의 풀려져 있어보이는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저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가만 있지 않으리라.....

 

"여기.....우현이 전화번호......전화해봐....통화시켜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갑작스런 말이였다.

놀라는 내 얼굴을 보며 '흣'하는 비웃음을 던지고......연수언닌 방에서 나갔다.

"재수 없느년....지 엄마하고 똑같이 살고 싶은가 보지......"

연수언니가 던지듯 놓고 나간 메모엔 전화 번호가 있었다.

삐삐 번호만 알고 있었는데......

잠시 망설였다.

전화를 할건지 말건지.....

거실에 전화가 있긴 했지만......

민수오빠와 마주칠 까봐.....

벽시곈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는데......재수생인 민수오빤 아직 귀가하지 않고 있었다.

전에 기부금 입학이 취소되어 지금 재수중인데......인간말종이였다.

하고 다니는 폼새도 가관이지만......집안의 골치거리였다.

날 보며 느끼하게 웃는 폼도 .....정말 소름이 끼쳤다.

민수오빠의 시선탓에......저녁의 샤워는 금하고 있다.

아무리 더운 저녁이라도......너무 더우면.......잠자리에 들었다.

자면.....더위정돈 참을수 있으니까.

 

영어과외 말고도 학과공부 과외 선생을 붙여주었다.

방학동안 학원을 다니는것 보다 더 효율적이라며.......그게 얼마전인데 아침에 큰어머님이 내려 오라는 호출을 했다.

 

아침식사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 큰어머님 이셨다.

감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 늘 고갤 숙이고 있는 나였다.

가끔 말씀에 얼굴을 들지만......그럴땐 먼저 내 시선을 외면하시는 큰 어머님 이셨다.

날 보기가 아주 싫다는 얼굴이였다.

 

"집에서만 있지말고....친구도 만나라고 하는데.....언제까지 그렇게 이방인 마냥 겉돌거냐..?"

"......"

".......원래 말이 없는 애라는건 알지만........수험공부는 잘 되가는 거냐...?"

".......네....."

"하긴.....공분 잘한다고 했으니.......일전에 말한 유학건은 .....좀 뒤로 미뤄야 될것 같다...."

"..............?"

"사장님이 무슨이유에서 인지 반대를 하네......일단 국내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유학은 그 뒤라도 보내 줄테니....."

"......네......"

 

잠시 말을 끊고 날 보시더니 다시 입을 여셨다.

 

"이따 점심먹고.....잠깐 나갔다 와....."

그러면서 탁자위로 반으로 접은 푸른색의 메모지를 올려다 놓았다.

"그룹 과외라도 받아보라구......제대로 된 친구도 없는것 같으니......공부도 할겸....친구도 사귈수 있고..."

"................"

"모두에겐..... 내 조카라고 해두었다.하긴.....눈가리고 아웅이지만......암튼 그렇게 말해났으니....행여 누가 묻기라도 한다면.....그렇게 둘러대...."

".................."

"김기사가 데려다 줄거야.....1시까지 준비하고 내려와..."

 

무슨소린지.....

그룹과외 라니.?
친구을 만들어 준다구....?

공부도 할겸...?

예전에 윤수언니가 한번 말한적이 있었던것 같은데....

비슷한 집안 또래들끼리.....사교모임 비슷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진다는......

그런 모임일까?

지금 형편에 맞는 모임......지금 수험생이니까.....

의문이였다.

분명 날 싫어하고 미워하면서.......내게 이런식의 관심은 .....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건지....

아버지가 내게 신경쓰라고 말씀 하시지는 않았을 텐데......

늘 차가운 눈으로 날 보는 큰 어머님이신데....

이런식으로 날 그런 모임에 내 놓으면 당신에게 돌아오는 말들이 참기 힘든 모욕일 텐데...

뭐하러 ......날 세상밖으로 꺼내 놓으시려구 하는걸까....?

집안의 치부거리 인 난데......

숨기고 싶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골치거리 일텐데.....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