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77

11


BY 카모마일 2003-08-13

모처럼....내키지 않은 맘이였지만....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나올때 가지고 온것은 내가 입고 있던 옷과....교과서와 가방이 전부였다.

엄마의 향이 묻은 모든것은 보기도 싫다며.....집안으로 하나도 가지고 들어오면

안된다는 큰 어머니의 결벽증으로 인해.....입고 있던 옷이 전부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옷들은 큰 어머니가 임의로 몇벌 사다준거였다.

내 취향과는 전혀 다른 옷들......

모두 비싼 메이커 옷들이지만.....나완 전혀 안맞는 옷들이였다.

내 이미지가 너무 강해보여 무난한 옷들로 골랐다며 가지고온 옷은.....마치 70년대

양가집 규수들이나 입었을 법한 맞춤 기성복 스타일이였다.

꽤 많은 돈을 주고 맞춘거라는 말씀을 하셨지만.......입고 싶지 않은 옷들이였다.

 

내 전화에 난희는 많이 놀라와 했고.....반가와 하다가 내게 눈을 흘기며 쏘았다.

가지고 있던 삐삐는 언제 없었졌는지......수중에 없었다.

한동안 연락을 할수가 없는 처지이기도 했지만.....

 

시내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기로 했다.

간만에 만나서인지 첨엔 나의 무심함에 화도 내고 투정도 부리더니 시간이 좀 지나

내가 아무런 대꾸도 않자 혼자 떠들기가 무안했던지.....이제좀 잠잠해졌다.

 

시원한 팥빙수를 앞에두고 수저로 휘휘저으며 갑자기 난희가 물어왔다.

 

"너.....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것 없어...?"

뜬금없는 소리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날 떠보듯이 묻는 난희였다.

"아까 다 얘기했잖아......연락하지 못한거......숨길것도 없고....그러고 싶지도 않구..."

 

지금 내 상황에 대해서 난희에게 모두 들려준 상태였다.

그런 날 여전히 믿지못하겠다는 얼굴로 힐끔 거리는 난희였다.

 

"그거말고......너 사라지기전 에 말야.....그때 혹시 내 신변에 아무 변화가 없었냐구..."

"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너한테 숨기는것 아무것도 없으니까...."
"정말...?"

"응...좋지도 않은 머리 굴려봤자......돌 굴러가는 소리만 나니까.....본론이 뭔데....?"
돌굴러가는 소리라는 말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째리더니 이내 말했다.

 

"강우현......걔가 말야......."

"강우현....?"

"그래....우리반 반장말야......너 걔하고 뭐 있었지...?"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정말 믿기지 않은 일이였지만......엄마에게 버림 받았다는 충격속에서도 늘 우현이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지만......아직 세상엔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또 있다는 생각....

그때마다 우현이가 떠올랐다.

날 지켜주겠다던........우현이가 가슴한구석에 자릴 잡아 가고 있었다.

 

눈을 쫑긋거리며 난흰 많이 궁굼하다는 얼굴이였다.

 

"걔가 뭐래....?나랑 무슨일 있었다구...?"

"그건 아니구.....내가 너랑 연락이 안되어서 거의 미친년 처럼 정신이 나가 있는데 우현이가 지나가는 말로 그러더라구........너 잘 있으니까 너무 걱정말라구....."

".......그게 무슨 말이야......내가 잘있으니까 걱정 말라니...?"

의문이 들었다.

 

"너 큰집에 들어간것 우현인 알고 있던데......집안 사정상 네가 연락하기가 힘들거라며....내게 초조해 하지 말고 기다리랬어.......걔 뭔가 알고 있는듯 하더라구....."

나보다 더 궁굼하다는 얼굴의 난희였다.

정말 뜻밖이였다.

어떻게 내가 큰집에 들어간 사실을 우현이가 알고 있다는 건지........

만나지도.....전화통화도 없었는데.....

 

"너 모르고 있었던 거야.....?난 우현이가 너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길래......둘이 나몰래 사귀는줄 알고 .....지금까지 얼마나 이를 갈았는데.....네가 말한거 아녔어....?"

".........네가 처음이야....."

"어머....?그럼 걘 어떻게 안거야....?더구나 너희둘이 전혀....교감이 없었잖아.....그치..?"

떠보기 수법이 다시 나오고 있는 난희였다.

 

"전에 ....잠깐 밖에서 몇번 만난적은 있어.....알고 보니 걔도 재벌아들이더라.....파티에서 위기에 빠져있던 날 구해줬던 적이 있었거든...."

"거봐.....내 짐작이 맞았어......둘이 무슨 섬씽이 있었던 거야......"

궁굼해 하며 눈빛을 빛내는 난흴 보며.......난 피곤하다는 얼굴을했다.

그얘긴 다음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난흰 너무나 궁굼하다는 얼굴이였다.

 

난희에게 우현이와 파티에서 그렇게 만나고 난후 가끔 보게됐다는 얘길 간단히 해줬다.

내 얘기에 난흰 만족하지는 못했지만......그럼 지금 둘이 사귀는 거야....?라는 말로 흥미을 보였다.

 

"우현인......좀....신비롭지 않아....?"

빙수를 다 먹고 그릇을 비우며 난희가 물었다.

"뭐가.....?"

"다른 애들은 걔가 학교에서 보이는 것처럼 범생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난 가끔 걔 샤프한 눈을보면......겉보기에서 느껴지는 차분함이나......찬듯한....정돈된 느낌 말고....걔 아주 다혈질일것 같거든......감성도 뜨겁고....자유분방할 것 같아..."

 

남자경험이 많아서인지......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전에.....시내 에서 걔 본적이 있거든..."
"언제...?"

"좀 됐어.....3학년 올라와서.....학기초는 아니고....암튼 4월인가......압구정도 모 카페에서 걔하고 친구들 같이 있는것 봤는데......학교서완 너무도 다른 모습에 내가 잘못봤나 싶어서 자세히 봤거든....우현이도 날 알아보곤 미소하고....걔 좀 노는것 같더라구.....옆에 여자들은 대학생들 같아 보였어......그후로도 몇번 본적이 있었는데.....둘다 그때 하고 있는 모양새나 ....분위기가 좋은건 아니여서.....서로 비밀로 하자는 말은 없지만.....모른척하기로 했어...."

"............."

"나한테 네 소식 알려 주면서 우현이가 말하더라.......자기도 네게 많은 힘이 되주겠지만.....나도 앞으로 지금까지 보다 더 네게 신경을 써주라고......마치 지가 네 남친이나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던데......둘이 사귀기라도 하는거야...?"

"...아냐......"

"정말....?"

"......응.....아무 관계가 아니라고는 못하지만....사귀는건 아냐..."
"그래..?앞으로의 일은 잘 모르겠다는 얘기 같은데.......암튼 사귀게 되면 내게 먼저 알려야해....뒤에서 뒤통수 맞는것 제일 싫거든....."

"알았어..."

내말에 씨익 웃고는 난희가 생각난듯 말했다.

 

"우리 언니 결혼할지도 몰라..."
"뭐....?"

"벌써 임신 7주인것 있지.....얌전한척 해도 할짓은 다 한다니까...그 피가 어딜 가겠냐.....?"
자조적으로 말하는 난희였다.

좀 뜻밖이였다.

주희언니의 결혼은......

아직 나이도 있는데.....그럼 난희는 어떻게 되는 건지......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는데 그게 말이되냐.....?방도 없으면서......학교 졸업하면 나올꺼야....내친구 보영이 알지.....?걔랑 같이 있을라구..."
"보영이......?"

"그래.....왜 있잖아 돈만 생기면 얼굴에 칼 대는애......"
기집애 말을 해도......지친군데....

흘기는 내 시선에 난흰 배시시 웃었다.

걘 학교도 안다니고......카페에서 알바를 한다고 전에 들은것 같았는데.....

내 얼굴이 찌뿌려 졌는지 난희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미리말하는데......난 대학진학 안해......너와 달리 할 처지도 못되구.....난 짧게 굵게 살다 갈거야.....삶에 별로 미련없거든..."

"너 또 그소리........"
"정말야........한창 잘나갈때 돈 왕창 벌어서 멋지게 살다가 갈꺼야.....그러니까 넌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날 내치면 안돼......난 너없으면......미치니까....."

난희의 눈에서 전에보지 못했던 광선이 보인건 내눈의 착각이였을까....?

뭐라고 반박을 해주려 했는데......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난희가 먼저 일어서는 바람에 대화가 중단되었다.

 

백화점에서 지금 당장 입을수 있는 옷과 신발을 구입하고.......난희와 헤어져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