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흘렀다.
은주이모가 큰집에 엄마의 부재를 알렸고.....아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난 타의에 의해서 큰집으로 들어왔다.
큰어머님이나 아버진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두분다 나의 출현에 대해서.....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것 같은 느낌이 없었다.
한동안 정신이 나가 있는 내게 큰집 식구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학교도 나가지 않은체 집에서 .....내방이라고 주어진 이층의 작은 공간에서 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않하고 천정을 본체 누워만 있었다.
그사이 학굔 여름방학을 했고.....어학연수를 떠나라 했던 큰 어머님의 계획도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그런 나날이 며칠째 계속 되었다.
나중에 안사실이였지만....
엄마의 부재후.....내가 집어 먹은 신경안정제의 양이 너무많아 잘못하다간 뇌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수도 있었다고했다.
내내 아무일없이 잠들어 있었는줄 알았는데.....큰집의 주치의가 내내 내 방에 들락거렸었다.
난 근 일주일 만에 겨우 깨어난거구......
나만 보면 못잡아 먹어서 안달을 하던 큰집 언니나 오빠가 날 가만히 내버려 둔데에는 그런이유가 숨어 있었다.
어느정도 정신이 들었던 저녁이였다.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손에 죽인것 같은 그릇을 받쳐들고 들어오는 일하는 아줌마 뒤로 큰어머님이 들어오셨다.
죽 그릇이 담긴 쟁반을 테이블위에 올려 놓고 아주머니는 나가셨고......정신이 든 난 침대에서 내려 섰다.
큰어머님이 눈짓으로 내게 앉으라는 지시를 했고.....말 잘듣는 착한 아이처럼 난 책상 의자에 비스듬히 앉았다.
날 가만히 내려다 보시던 큰 어머님은 작게 한숨을 쉬셨다.
"언젠가 이런날이 오지 않을까 했지만.......고등학교는 마쳐주고 나가던지 하지....상심이 얼마나 컸으면 네가 약까지 먹었겠어.....네 엄마라는 사람....다시 생각해도 괘심하다 정말..."
"..................."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도록 해.....학교졸업하면.....오피스텔 얻어서 나가기로 하구....우리애들 비위 안건드리고 잘 지내.....걔들 지금 많이 예민해져 있으니까....."
"......................."
"전에 내가 말한것 ......생각해 봤니....?방학동안 과외선생 붙여줄테니까......영어공부 해.."
그리고 끝이였다.
내게 아무런 대답도 듣지 않은체 큰 어머님은 자기 할 말만 모두 하고 나가셨다.
그날부터 였다.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마냥......
초점없는 눈으로 ......아무 생각없는 사람마냥......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끔 같은 이층을 쓰는 연수언니와 민수오빠와 마주치긴 하지만.....늘 시선 내리깔고 지나치는 내게 첨 몇번은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이나......날 자극하는 말들을 했지만.....요즘은 내가 아무런 반응도 안하자 독한년이라는 말로 일축하고 이젠 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오피스텔 얻어서 나가 사는 큰 오빠 진수는 가끔 집에 용돈을 타러 들리는데 내게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내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있었는데 그편이 난 편했다.
이틀 간격으로 영어 선생님이 와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 외엔 내게 별다른 할일은 없었다.
하루종일 영어책을 보거나.......서재에서 가져온 '쩍'소리나는 명작고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엔 독일의 막스밀러가 쓴 독일인의 사랑을 3번째 읽고 있었다.
옛날 책의 여주인공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왜 다들 병이 들어 있는지.....
비극의 여주인공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만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무의미 하게 보내는데 ......내 행동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큰엄마가 외출을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말씀을 하셨다.
난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가슴속이 텅 비어 버린 느낌......
딱딱한 거북이 등 껍질처럼......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각의 공간에서만 살고싶은 날 큰 엄만 못견뎌 하셨다.
내게 카드 한장을 내밀며.......사고 싶은게 있으면.....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얼마간의 용돈도 내 이름으로된 통장으로 넣어 났으니까......제발 밖에 나가서 친구라도 좀 만나고 다니라는 말씀이 계셨다.
하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내 존재가 몹시도 껄끄럽고 신경이 쓰인다고 하시면서....일하시는 아줌마를 통해서 내게 전해진 얘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