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백화점 정문앞에 강우현이 있었다.
쇼윈도우 앞에 삐딱하게 서 있었다.
내키지 않은 발걸음이였다는걸 알게 해주려고 잔뜩 얼굴을 구기며 다가섰다.
날 진작 알아봤는지.....우현이 입술 한쪽 끝을 올리며 미소짓고 있었다.
왜 저리 얄미운지......
가슴속에 작은 거미들이 집을 짓고 있는 기분이였다.
"너 보기보다 새가슴 이구나....."
다가서는 날 보며 빈정거리는 우현이였다.
"가자.....너 혹시 철판 복음밥 좋아하냐....?여기 잘하는데 있는데...."
나만 보고 배가 고픈지......
늘 첫마디가 먹자는 얘기였다.
것도 묻지도 않고 손목을 잡아 끌었다.
물빠진 청바지를 여기저기 찢어 실밥이 너덜거리는 요즘 한참 유행하는 옷이였다.
난 감히 입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옷이였다.
늘 무릎바로 아래로 내려오는 치마나......아님 무난한 색의 바지가 전부였다.
마치 양가집 규수마냥.....
그렇게 평범하게.....아니 그 보다 더 낮게 하고 다니는 나였다.
그런 나완 달리 우현인 멋스럽게 차려 입고 있었다.
학교선 늘 단정하게.....마치 젤이라도 바른양 단정하게 올려져 있는 앞머리가 지금은 무스를 바라 가볍게 손으로 빗었는지.....자연스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큰키에....진한 속눈섶..... 쌍거풀 없이 큰 눈이 보는 사람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눈이였다.
질질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잡힌 손목을 빼려 했지만 ......남자의 힘인지....쉽게 뺄수가 없었다.
힐난하듯 쏘는 내 시선에 우현인 다시 입술을 올리는 웃음을 지었다.
비꼬는 웃음인가.......?
기분이 나빴다.....
오늘 안그래도 기분이 않좋은데.....
"어디까지 가는건데......그리고 나사실 배 고프지 않아......넌 왜 물어보지도 않고 네 맘대로 하는건데.....?"
"내말이면 모두 딴지 거는 넌데......물어서 뭐해......그리구 내가 배가 고프니까 먹으러 가는것 뿐야..."
"너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너 밥먹는데 왜 내가 따라가야 하는데...."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다 왔어......다른 여자애들 처럼 찡찡거리지마.....너 하곤 안어울리니까..."
그러면서 날 끌고간 새우 아저씨라는 이상한 이름의 볶음집이였다.
매콤한 내음이 코 끝으로 들어왔다.
멕시코의 한 카페을 빌려온듯한 느낌이 드는 집이였다.
해물볶음밥을 라지로 시키고......피자집도 아니면서......라지와 레귤러가 메뉴판에 나와 있었다.
좀 독특한 메뉴판 이였다.
빨강,노랑,파랑........피망의 모든 종류가 다 올라와 있었다.
해물 볶음밥이라면서 해물은 거의 눈에 안띄고 야채로 그림을 그린듯......마치 색깔 복음밥 같았다.
보기엔 예쁘지만.......밥도 거의 생쌀 수준이였다.
"좀 먹지......내 먹는 모습이 그림이 되긴 하지만......혼자 먹는 모습이 남들 시선엔 이상하게 비칠거 같거든....."
"난 안먹겠가구 얘기 했잖아....?"
"너 지금 심술부리냐.....?나중에 배고프다 해도 소용없어......지금 안먹으면.....후회할껄....?"
"......부른 용건.......빨리 말해줘....."
"밥 다먹고.....그때 얘기하지....."
"야....너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성격 테스트 하는것 도 아니고 지금 뭐하자는 거야...?"
"밥 먹는데 파편 튀어........"
정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밥알을 세는 듯한 속도로 밥을 천천히 먹고 있었다.
얄미운 녀석......
오미자로 물을 우려냈는지 혀가 좀 아렸다.
간신히 저녁을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서며 우현이 말했다.
"내 고집 같진 않겠다는 생각 철회 해야 겠다.......한고집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꺽는 재미도 솔솔 찬겠다..... '
혼잣말 비슷하게 하는 우현일 보고 이번엔 내가 코웃음 쳤다.
카페길이 아닌 원룸이 많이 들어선 골목으로 향했다.
"어디 가는건데......밥 다 먹고 얘기 해준다고 했잖아......?"
"모임이 있어.....여자친구와 동행이야......그래서 부른거야...."
"뭐.....?너 웃기는건 진작 알았지만.......기막혀서 정말...."
"웃지도 않으면서 웃긴다고.....? 금방 있다가 나올거야.....알아두면 네게도 도움이 될 친구들이야......어쩜 아는 얼굴이 있을 수도 있지......."
"됐어.....난 날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을수로 세상살기가 편한애야....."
"답답하지 않냐.....?너 처럼 너무 참으면 속에 병생겨......명줄이 짧아 진다구...."
"그게 내 바램이야.......난 삶에 연연하지 않아......"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현이 날 잡아 끌었다.
내 눈앞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곤.......화가 많이 난 목소리로 내게 한자한자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너....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내 앞에서.....이런 소리 하면 가만안둬......알아 들었어.....내 명은 내가 정해....."
"...........네가 뭔데....?"
"너보다 널 더 아끼고.....네게 집착이 많은 남자지.......나와 얽히게 된 순간 부터 넌 네것이 아닌 내것이 된거야......."
순간 왜 였을까.....?
눈물이 쏟아 질려고 한것은......
얼른 눈을 들어 하늘을 쏘았지만.....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나조차 포기하고 사는 날 ......아끼겠다구.....
세상에 나오면서 .......모정에게도 버림받다 시피하며 살고 있는 난데......
"잠깐만 들어왔다가 가자.....널 불러낸건......보고 싶어서야......자주 만나고 싶고 한데.....처해 있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잖아....."
".............."
"방학하면 뭐해....?보충은 할거야...?"
"......말하고 싶지 않아..."
"너 대게 이상한것 알지....?괜한것에 심술부리고......사는게 그리 지겹냐...?"
"응......"
너무 쉽게 대답을 해서 일까......?
바로 빈정거릴 말이 나올줄 알았는데......
날 보는 눈빛이......착 가라앉는 우현이였다.
잠시 날 측은하다듯이 보더니 다시 손을 끌었다.
뭐라 말을 해주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들어간다던 원룸 모임방엔 안가고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아무말 않고 거리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강남역이라고 기사아저씨에게 말하곤....침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