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그렇게 황당한 일만 겪고 집으로 왔다.
혹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격이였다.
내가 나간 사이 은주 이모가 왔는지.....집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엄만 씻고 잔다고 은주 이모가 말했다.
나도 기분이 영 아니여서 저녁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강우현......정말......이해가 안되는 아이였다.
기막혀 하며 아무말없이 나가는 네게 우현인 내 삐삐번호을 물었다.
대꾸없이 나가는 날 보며 픽 웃기까지 하는 강우현이 이해가 안되었다.
학교에선 여전히 우린 .....잘 모르는 사이였다.
우현이도.....나도 얼굴한번 제대로 안마주치니까....
의식적으로 내가 피하고 있어서 그런점이 더 많을거다.
난희 기집앤 어느정도 몸을 추스렸는지......상대않으려는 내 주윌 빙빙 돌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느정도.....정신을 차릴수 있게 따끔하게 말을 해줘야지 하면서도......이미 내가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질 만큼 늦은건 아닌지.....더구나....내가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난흴 보호할 수나 있으련지.......자신이 안섰다.
평생 누굴 위해서 살아본적이 없고.....나 자신을 위해서도 살아오지 않았다.
늘 누군가의 눈치나 살피고.......눈에 뛸까 전전긍긍해 하며 살고 있는 내가 아닌가.....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굴 돕겠다구.....가슴이 답답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내 처한 상황이....
큰집에서 호줄이 왔다.
엄마와 함께 들어오라는 얘기 였는데......여우같은 엄만 오늘도 나만 들여보내고 내뺐다.
늘 이런식이였다.
나만보면 더러운 똥 취급하는 큰집의 언니나 오빠들.......그 틈새에 끼어서내가 어떤 모욕을 받을지 뻔히 알면서......엄마라는 사람은 나만 들여보내놓고......자긴 돌아서서 가버렸다.
"너 고등학교 졸업하면.......외국으로 나가 있어라......거기서 공부하라고......결혼도 거기서 하면 좋구...."
쇼파에 안자 마자 큰어님은 내게 던지듯 말씀을 하셨다.
잘왔냐는 인사말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마실 물이라도 한컵 내다주어야 하지 않을까....?
"......들리는 얘기론......네가 공부는 잘한다고 하던데.....2학기 시작되면 어학연수라도 받아....너도 네엄마랑 살기 싫을것 아니냐.....그래도 넌 우리 핏줄인데......집안에 부끄러움을 끼치진 말아야지......말만 잘들으면 네 어미완 상관없이......네 뒤는 잘 봐주마...."
무슨일인지.....
왜 갑자기 내게 이런 호의[?]을 베푸는 건지.....
사실 큰엄만 내게 심하게 대하시진 않으셨다.
큰집 언니 오빠들이 가끔 날 볼때면.....시비를 걸고 못되게 굴었지.......큰 엄만 아니었다.
그래도 내게 좋은 감정은 아닐텐데.....어학연수에 외국유학이라니.....
도통 이해가 안되는 말뿐 이였다.
"알았들었으면 대답을 해야지......어른말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네 엄마가 널 예의바르게 키웠을린 없겠지만......제법 똑똑하다는 네가 .....예법도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되지 않느냐..?"
갑자기 떨어진 불 호령에 난 고갤 꾸벅거렸다.
"방학하면......호주나 캐나다로 어학연수 갔다와......준비는 여기서 다 할테니까......네 엄마에게 여기서 통보하마.....넌 준비만 잘 해놔...."
더 할얘기가 없다는듯 큰엄마가 일어나셨다.
따라 일어나 고갤 까닥이는 날 보더니......마치 어려운 얘기라도 있다는 듯한 얼굴을 지어 보이셨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남자친구나......그런것 없지....?"
"네....?"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만.......네 엄마처럼 엉덩이 가볍게 굴리지 말라는 얘기다.....네 결혼 상대자는 여기서 고를 거니까.....함부러 몸굴리지 말라구....."
".........."
"밖에서 나온 자식중에 ......네가 그래도 제일 나은것 같아......오늘 보자고 한것이니라....그만 가보아라.....넌 이집안.....핏줄이라는것 명심하고.......지금 까지 처럼 처신 바로 하고 다녀야 할것이야.....알아들었니...?"
"......네.....사모님...."
"가봐라....."
등뒤에 쾅 하고 닫히는 곤색의 석쇠대문의 소리......
웬지 가슴이 철렁 했다.
내가 이집안 핏줄이라고.....?
처신을 잘하고 다니라고.....?
내 결혼상대를 여기서 골라준다고.....?
왜...?
어째서....?
지금까진 없는애 취급하더니.......
호의는 아니지만.......갑작스런 얘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알아본양......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어학연수.....유학....
나와 엄말 멀리 떨쳐버릴려는 수작이 아니였었나....?
몸 함부로 굴리지 말고 처신을 바로 하라.....
시키는 대로만 하면 결혼도 시켜준다......
이상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지는 않지만.......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 작은 집 언니 윤수에게 삐삘쳤다.
날 호출할땐 늘 윤수언닐 먼저 불르곤 했으니까......
작은집은 아빠의 둘째 부인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원래 윤수언닌 세상에 나오지 못할 상황이였는데.......울 엄마완 달리 둘째 는.....자기 딸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몰래몰래 숨어서 배부르게 해서 낳은게 윤수언니였다.
둘째 엄마의 바램과는 달리 윤수언니 자신의 출생에 삐딱선을 탔고......큰집 연수언니 못지 않게 말썽이였다.
둘은 나이도 동갑인데......마주치면 아주 난리가 아니였다.
세째와 다섯째만 아이가 없었다.
다행이 첩에게서 낳은 자식이 아들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주위에선 안심을 했다.
정말 우습게도.....
"너 어딘데.....?학굔 잘나가지...?"
내가 진줄 아나....?
통화가 되자 대뜸 물은 말이였다.
아빠의 뒷 배경으로 모 여자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큰집에서 호출오지 않았냐구......?아니...?난 그쪽에서 포기한 애잖니......너 왜 불려갔었어..?"
".....응.....언닌 그럼.....그동안 큰집엔 한번도 간적 없어.......?"
"거길 내가 뭐하러 가냐....?반가와 하지도 않는데.....넌 잘 지내고....?"
"그렇지뭐....."
"아 맞다....너 고3이지......공분 잘하냐...?"
".......언니.....정말 큰 집에서 아무얘기 없었어...?"
"없었다니까....큰집얘긴 꺼내지도 마......연수 그 기집애 가끔 나타나서는 꼴갑떠는 것도 보기 싫은데......지 엄마 못난곳만 골라 닮아가지고선....너 요즘 걔 못봤지 ......?얼굴 손 안덴데가 없더라니까......마이클이 보면 친구하자고 할껄.....?본 얼굴이 어땠는지 생각이 안난다니까......"
괜히 전화 했나 보다.....
전화할 때면 늘 연수 언니 흉보는 걸로 시작해서 끝을 맺는 사람이였다.
통화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알수 없었다.
정말 큰 엄마가 날 잘봐서.....그래서 내 뒤을 봐주겠다는 건가......?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옆으로 엇비슷하게 맨 허리벨트 주머니에 들어있는 삐삐가 울렸다.
첨보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내 삐삐번호 아는 사람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데.....
공중전화를 찾아 누구인지 찾았다.
"나야.....강우현.....너 집엔 없다던데.....어디야...?"
뜻밖이였다.
그때일 이후로 근 20일이 지났는데......
더구나 집에다 전화해서 날 찾았다니.....
놀라왔다.
"여기 압구정동 갤러리아 앞인데....나와라...."
"안돼.....약속있어서 가봐야해..."
"무슨약속......취소해....내가 만나자고 할땐 늘 나와야 된다는 말 꼭 해야 알아듣냐....?어디있는지 간에 20분 안에 나와.....만약 안나오면......내가 어떤일을 벌일지.....궁굼하면.....안나와도 되구...."
"........."
"지금부터 20분이야......초 잰다 서인희...."
기막혀서.....
지가 뭔데 날 오라가라 야.....더구나.....
협박까지 해 가면서......
집으러 향하다가 난 잠시 멈칫했다.
아까 들었던 큰 어머님의 말이 머릴 스쳤다.
처신 바로 하고다니라는......
지금 까지 처럼......행동 바르게 하고 다니라는 말씀.......
강우현.....걔가 ...
내가 어똔 상황이라는걸 알고 이렇게 나오는 걸까....?
아마도 그렇겠지.....
걘 내가 누구인지 아니까......
내 생각이나 행동패턴을 이미 다 알고 있는애 같았다.
조급해 지는맘이였다.
가야 될지......말아야 될지.....
늘 이런어려운 기로에 서야 되는 내 자신이 버거웠다.
특히 오늘은 더 그랬다.
온몸의 모든 기가 다 빠져 나가버린듯........힘이 들었다.
할수 없어 하면서 내손은 뻗어 택시를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