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난 직후라 학굔 모처럼 한가했다.
고3 이학기여서 인지 학교에선 우리의 숨통을 꽉 쥐어 틀고 있었지만.......시험뒤여서 인지 긴장들이 조금은 풀려들 있었다.
수업이 모두 끝난후 난희와 교보에 가보기로 했다.
청소당번인 난희를 기다리려고 교실에서 나설때 였다.
나만 보면 못잡아 먹어 안달이 난 윤정이가 또 내게 시비였다.
"너네 엄마......룸 쌀롱 출신이라며...?넌 첩의 딸이고.....? 맞는 얘기니...?"
기막혀서....
진작에 다 알고 있는 얘기면서.....
방금 종례가 끝난 직후라 교실엔 아직 안나간 아이들이 여러 있었다.
윤정이 얘기에 모두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난희가 윤정이 앞으로 다가서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너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야.....?지금이 덥긴 하다만.......아직 .....그정도 열은 아닌것 같은데....더위를 먹지 않고서야 어찌....."
"정말....서인희 무수리 답다......"
"이게 진짜....?뜨거운 맛을 봐야지 정신 차리겠냐....?왜 가만있는 앨 매번 건드려.....?본전도 못 찾으면서....엉?"
"그냥.....궁굼해서.....난 서인희에게 관심이 무지 많걸랑....."
말도 안되는 소리.....
자기가 짝사랑 하는 김문수가 요즘 내게 열올리는 걸 알고....시비거는 거면서....
"나가 있을께.....옥상에서 기다릴께"
대꾸없이 나가는 날 보고 윤정이 입술을 비틀었다.
"첩의 딸 답게 ...얼굴이 상당히 뻔뻔하다 너....."
"예쁜게 죄는 아니잖아....?그리고 너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일에 인상쓰지마...안그래도 못난 얼굴 더 일그러 지잖아...?"
내 말에 교실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일었다.
그냥 나오려고 했는데......괜한 심술이 났다.
첩의 딸이라는 말은 학교라는델 다니면서 늘 듣고 있는 얘긴데......
룸쌀롱 이라는 말은 ......간만에 들어서 인지.....마음을 할퀴고 지나갔다.
내 출생의 비밀은.......어떻게 이렇게들 잘 알고 있는지.....
엄마가 예전.....잘나가던 모델출신이여서.....그래서 인가...?
웃겼다.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던 얘기였는데.....왜 오늘은....?
그날 파티이후로 엄마와 냉전이였다.
날 그 무서운 지옥에다 던져놓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하지 않는 엄마가 너무나 야속했고....아버지 얼굴한번 보고 오지 않았다고 해서......오히려 내게 화를 퍼붓던 엄마였다.
내가 정말 .....엄마라고 불러야 할지.....
자기가 직접낳은 딸을 자기의 필요책으로 이용만 하려는 사람이.....정말 엄마라고 불리울수 있는건지.....생각하기 싫은 일이였다.
교실을 비껴서 나오는데....
강우현이 보였다.
입술 한쪽 끝을 올리며 웃음을 짓고 있는.....
묘했다.
그전엔....한번도 시선 가지 않던 애였는데.....
반의 반장이라는....그저 그런 애였는데....
왜 내 시선 끝에 그애가 들어온걸까.....?
마치 그애의 그 조소에 가까운 웃음이 .....나와 관련이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인지...
그땐.....단정히 빗은 머리더니....
오늘은 조금은 흐트러져 있는머리....
이렇게 보니까.....애들에게 왜 반장이 인기인지 알것도 같았다.
관심없을땐 몰랐는데...
꽤나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이 여린게.....조금은 샤프하게....암튼 시선을 끌기엔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나한테 무슨 할말이라도....?"
내 시선을 느꼈던걸까...?
우현이 내게 물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날 보고 있었다.
순간 왜 였을까...?
웃음이 나온건....
"그냥.....네 얼굴 감상좀 했어.....이렇게 보니까 너 상당히 잘생겼어....꽤 매력도 있는것 같구.....암튼 구경잘했어....반장"
정말 왜 였을까....?
왜 그런 말을 내뱉고 말았을까...?
순간 당황하는 우현이 얼굴이 옆눈으로 보였고......함께 있던 친구들이 와아하는 소릴 냈다.
옥상으로 가기위해 복도로 나서는데 뒤에서 누군가 날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현이 일까...?
내게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웃음이 나왔다.
"야 서인희 거기서.....!"
날 잡아 돌린건......내 예상을 빗나갔다.
앙칼진 여자 목소리였으니까...
한명도 아닌 두명....
같은반인 나영이와 소라였다.
돌아서는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날린건 이나영이였다.
기막혀서.....
볼에 딱 소리와 함께.....불이 일었다.
이무슨....
"뭐야 너.....?"
돌아간 얼굴을 수습할 새도 없이 화가 치밀었다.
"너 아까 우현이한테 무슨 짓 한거야.......?너 어떻게 감히 걜....."
눈에서 파란 불꽃이 일어야 할 사람은 난데.....
이나영 눈에서 불꽃이 금방이라도 활활 타오를것만 같아 보였다.
"내 뺨 때린게.....강우현 때문이라는 거야 지금....?"
"어떻게 네 따위가 ......우현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놀릴수 있다는 거야...! 너 제정신이야....?"
"네가 뭔데.....날 때리는 거야....?강우현 엄마라도 돼..?걔가 너 보고 지 대신 가서 화풀이 해달라던...?웃기고 있어 진짜..."
"....뭐...뭐라구...?"
"내가 폭력을 싫어해서....때리는 짓을 안하지만......앞으로 또한번 네일도 아닌일 갖고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하면......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고 행동해....알아들어...?"
"뭐라구...너 말다했어.....?정난희 빽 믿고 그러나 본데.....그 걸레같은 기집애....아무것도 아냐.....너.."
'짝'
정말 손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난희보고 걸레라니....
기막혔다.
흰 뺨에 오선지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있는 힘껏 때린 효과가 나오는건지......이나영 눈에 이슬이 맺혔다.
옆에서 보고 섰던 최소라가 내게 덤빌려던 찰라였다.
언제 왔는지 옆에 강우현이 와있었고......우현이와 같이 다니는 듯해 보이는 남자애 두명도 있었다.
"그만해.....뭐하는거야....?선생님들 눈에 띄고 싶어...?"
반장다운 목소리다.
그러고 보니 이나영은 우리반 부반장 아니였나...?
순간 떠오른 생각이였다.
모범생 인줄 알았더니.......그게 아니였나...?
우현이가 나타나자 마자 .....금새 눈에서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나영이였다.
엉엉 소리와 함께....
묘하게 뒤틀려 지는 기분이였다.
이모든 상황이 순간 짜증이 났다.
그런 상황에서 빠지고 싶어......등을 돌렸다.
치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바람한점 없는 칠월 초는 좀 더웠다.
꽉 끼는 교복 윗도리도.....머리 묶는게 귀찮아서 짧게 컷트한 머리칼도 .....이마을 덮고 있는 앞머리가 ....짜증스러웠다.
금연하려고 했는데....쉽지가 않았다.
막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옥상문이 열렸다.
오늘은 아무도 없었는데....
모처럼.....한대 피려고 했는데....
되는일이 없는것 같았다.
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데.....옆으로 누군가가 왔다.
뜻밖의 인물이였다.
강우현이였다.
따지러 온걸까...?
자신을 놀린것과.....여자친구를 때린거에 대해서....?
귀찮았다.
"너말야....아까......나 한테 한말..."
"............?"
"내가 꽤 매력있다는 말.....사실이야..?"
".....사실이라면...?"
".....잘생겼다는 것도..?"
뭐하자는 거야.......지금...?
대답없는 날 잠시 내려다 보던 우현이 말했다.
"나 너한테 관심있는데......우리 사겨볼까...?"
정말.....뜨악했다.
불에 데일 정도로 뜨거운 것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기분이였다.
얘가 지금 무슨소릴 하는건지....
"농담으로 하는 소리아냐.....나 너한테 관심있거든.....전부터 얘기 하고 싶었는데...타이밍을 찾지 못한 것 뿐야..."
"너 좀 황당한것 알아....?네가 언제 부터 나한테 관심이 있었다는거야.....?혹시....며칠전 파티때 이후로 내가 누구라는 걸 알고부터 아냐.....?"
"그전 부터 난 네게 관심 있었어.....다른 녀석들하고 같은 취급은 말아줘..."
"다른 녀석들.....?"
"네 주변의 어줍잖은 녀석들 말야......너 의외로 인기거든.....모르고 있진 않잖아...?"
강우현이 이런 얼굴이였던가...?
조금은.....강해보이는 눈빛이며....
야무져 보이는 입매......결코 쉽게 보여지지 않는 얼굴이였다.
지금도 장난은 아닌것 같고......속내을 읽을수 없는 표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