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내리는 비는......오후가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같은 굵기의 속도로 내리고
있었다.
간간히 울리는 전화벨소리와.....부재중을 알리는 녹음메세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비를 맞아 깨끗해진 거리와.....색이 선명해진 ....나무들...
하늘만 청회색에 가까운 .....무거운 ....색이 였다.
핸드폰 소리......전화벨 소리....
틀어논 브람스의 잔잔한 선율.....
진작에 타 놓았던 커피의 온기는 .....벌써 사라진지 오래다.
''집에 있는것 알아......전화 받어.....제발...''
부재중이라는 메세지가 끝나자 마자 들려오는 화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
우현이였다.
지금쯤.....드레스숍에서....약혼식때 입을 드레스며...턱시도를 보러 갔을텐데....
내일 이였다.
강우현과 서민정의 약혼식.....
예쁘게....화려하게 장식되어져 보내져온 .....약혼식 초대장....
아무 생각이 없다.
마음은 아프게 .....콕콕 쑤셔오건만.....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다.
왤까....?
아무런 감정이 안드는 이런 느낌....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은.....
핏기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얼굴이였다.
창백.....?
그럴까.....?
이런 얼굴이 창백인 걸까......?
''집에 있어......지금 출발할꺼니까.....여기 강남역이야......가서 말할께....''
다시 들려오는 메세지 였다.
나가야 할 때가 된것 같았다.
이미 다 싸놓은 .....작은 가방......
가져 갈거라곤......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두개가 전부였다.
여행가방이 아닌 작은 손가방.....
여기 있는 물건은.......내 소유가 아니기에.....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이런 .....가늘게 소리 없이 내리는 비속에서.....
손목을 그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티브이나 영화에서 보면.......
욕조가득 물을 받아 놓고 손목을 긋곤 하던데......
다들 왜 그러는 걸까.....?
실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내 손목을 봤다.
깨끗했다.
아무 상처나 .....흠이 없는 ......깨끗한 손목이였다.
충동이 일었다.
어디로 떠나거나 숨는다고.......우현이 날 찾아 내지 못할까......?
여러번 그 에게서 도망치고......달아 났다가도.....그가 ...또는 내가 스스로 찾아 오곤 했는데...이젠.....그런 반복이 더는 싫었다.
모든걸 끝내고 싶었다.
긴 여정이였는데....
더는 날 비참하고....절망적이게.....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온전하게 내것이 아닌 것을 탐하는 맘이 강한......내가.....미련을 두지 않게.....
모든걸 이젠 놓고 싶었다.
화장대 위에 보이는 짙푸른 색의 주머니 칼이 보였다.
왜 저걸 저기에 두었을까.....?
하필.....왜 저게 이렇게 눈에 들어 오는 걸까.......?
거울에 비친 난......누굴까.....?
생각없이 비춰지는 난 누굴까.....?
서인희....
거울속에 있는 여잔 서인희 였다.
세상에 태어나.....한번도 밝은 빛을 보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여잔.....
이제 늘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싶었는데.....이제 그방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