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준은 우진과 은주가 일어서는 순간, 그쪽 테이블로 다가갔다.
"후훗..이게 누구신가....? 여긴 내 와이프 한은주..
그리고 여긴..내가 키운 정우진씨..?"
"당, 당신....."
우진과 은주는 당황스러웠다.
동준은 이미 이성을 잃은것 같았다. 하필이면 이런곳에서 마주치다니..
동준은 다짜고짜 우진의 멱살을 낚아챘다.
우진은 점잖게 동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사장님...밖으로 나오시죠..나와서 얘기하시죠.."
"흠..좋아..내가 뭐 겁날거 있나..? 나가지.."
은주는 가슴이 뛰었다. 이 남자가 지금 무슨 심보로 이러는건지..
별일이 없기만을 바랬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우진과 동준이 마주섰다.
"이 나쁜자식..은혜를 이렇게 갚다니..너 그동안 내 아내를
넘본거야 뭐야..?"
동준은 싸울 기세였다.
"사장님..말씀이 지나치시네요..
훗...아내라구요? 그럼, 아내를 저 지경으로 만든분이
남편 자격이 있는겁니까?"
"뭐야? 이 건방진...니가 뭔데 신경쓰고 난리야?"
동준의 주먹이 날아갔다. 우진은 잽싸게 피하고는 얼른 동준에게
펀치를 날렸다.
동준은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픈듯 얼굴을 움켜쥐었다.
"최동준씨... 인생 이렇게 살지 마세요..최소한 자기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게 남편의 기본 매너 아닌가요?
다시는 은주씨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내가 용서하지 않을테니..."
그 광경을 지켜본 은주는 그만 울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동준에 대한 연민..한때는 남편이였던..
우진에 대한 고마움..든든함....마음이 복잡했다.
우진은 은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는 남편이였던 사람을 이렇게 대한것이 미안했다.
우진은 은주를 꼭 안아주었다.
다음날, 동준은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오늘까지 갚기로 했던 돈이 마련되지 않아 이젠 꼼짝없이
부도로 몰릴 상황이였다. 게다가 어제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어이가 없었다.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걸었다.
신문사...친구였다...
그날 석간 스포츠 신문 1면에 우진의 기사가 크게 실려 나왔다.
지하철이며 역이며 신문 가판대에 사람들이 북적이며
기사를 읽고 있었다.
[ 톱스타 정우진... 연상의 여인과 열애중..
그녀는 세영의 사모님이였다........]
세영의 사모님과 톱스타 정우진과의 열애....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기사에 크게 당황한건 은주였다.
퇴근무렵... 소연이 가져다준 신문을 보자마자 은주는 치를 떨었다.
동준의 짓임을 느낌으로 알수 있다.
이젠 더이상 연민의 정도 없다.
자신은 괜찮지만, 한창 잘 되고있는 우진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은주는 몹시 미안했다.
"소연아....나...이혼을 서둘러야 할것 같아....
진작에 그랬어야 했는데....어리석었다....."
소연은 은주가 너무 가여웠다. 요즘 우진이와 만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던 터에 이런일이 생기다니...화가났다.
J 기획에도 전화가 폭주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어쩜 유부녀가 그럴수 있느냐는 욕설..
지금이라도 우진을 포기하라는 우진 팬들의 항의..
은주는 직원들 볼 낯이 없어 서둘러 회사를 나섰다.
차에 오르려는데 갑자기 계란이 쏟아졌다.
우진의 열성팬들 짓이였다.
은주는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차를 몰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어리석은거야..우진을 만나지 않는건데....]
은주는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이혼수속을 밟고 숙소로 돌아왔다.
더이상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당하는 고통은 괜찮아...] 은주는 우진의 걱정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그날밤 우진의 전화번호가 계속해서 핸드폰에 찍혔지만,
은주는 받지 않았다. 도저히 받을수가 없었다.
날은 또다시 밝아왔다.
은주는 여전히 짙은 커텐을 두르고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