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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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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BY 유진 2003-06-30

 

휴일이었는데 엄마가 오셨다.

난 엄마한테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젠 내가 서서히 독립할 준비를 해야할 것같아서...

그렇지만 선 본 그 사람을 의중에 두고 한 소리는 아니었다.

내가 방이라도 얻으려면 족히 1-2년은 벌어서 해야할 것같았다

언제까지 동생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 순없었다.

“ 엄마 난 내년 쯤 독립할께요 ”

“ 왜? ”

“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잖아요 나도 내 인생이 있는건데... ”

“ 으음... ”

“ 내 년쯤  방 얻어서 나갈께요 ”

갑자기 엄마가 소리 질렀다.

“ 당장 나가라 더 이상 있을 필요없어!!”

“ 잉? 무슨 말씀이세요? 당장요? ”

더 말이 필요없었다.

벌떡 일어나시면서 나가시려고 준비를 하신다.

난 말했다.

“ 당장 나가라는 소리가 무슨 소린가요? 이제 쓸모없으니 필요없단 소린가요?

  남에게 이 정도 하면 고맙다는소리는 할거예요. 아마...“

“ ........ ”

“ 해도 너무 하시는군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정말 우리 부모맞나요? ”

이럴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난 수 없이 황당한 일을 겪었지만 이 번같이... 기막힌 일은...

“ 당장 나가드리죠 내가 또 당했군요.  내가 미친 년이죠... 이럴 줄 알면서...번번히...”

차갑고 냉정한 얼굴을 하고 소리 없이 서 계셨다.

“ 한 마디만 더 하죠. 이제부턴 난 부모형제도 없습니다. 다 끝입니다.... ”

그리곤 내가 나가려하자 엄마가 먼저 나서신다.

함께 길을 걸으면서도 누구 먼저 말을 건내지 않는다.

난 버스정류장으로 엄마는 지하철... 50m 정도 걷다가 서로 갈라져서 걸었다.

나는 계속 서서 엄마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고 서 있는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총총히 사라지셨다.

갑자기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휴일 날이라서...

‘이제 어떻한담?....‘

함께 일하던 사람을 불러 이야기했다.

이번 달 지난 달 약간의 미수금과 이번 달에 일 한 것을 계산해서  줄 수없냐고...

그 때 당시 받을 돈이 180만원 정도...

일하는 회사에서 돈이 나와야 그 사람도 날 줄 수있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난 능력제로 일을 했기 때문에 회사 사장한테는

직접 말을 할 수는 없었고 내가 함께 일한 사람이 회사에서 돈을 받으면 나와 6:4로

나누고... 회사가 좀 어려워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을 남한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난 어째 이리 되는 일이 없을까?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할 수없이 함께 일하는 사람한테 방을 얻어야한다고 말을 하면서 미리 달라고 사정을 했다.

고맙게도 이 사람은 어디서 빌렸는지 80만원을 먼저 줬다.

나한테도 조금은 있어서 그리 어려울 것같진 않았고...

그 때 당시엔 아현동 산동네서는 월세 보증금은 가능한 액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을 얻으러 산동네를 헤매고 다녔다.

용케 빈방이 있어서 금방 얻을 수있었다.

집은 허름하기 그지 없었지만...내가 기거할 수 있는 방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회사하곤 좀 멀었지만 상관없었다.

그 길로 집으로 가서 내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이젠 내겐 부모형제는 없는 것이야...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한다.


의상계통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가 대 부분이었고...

30대 아줌마는 노인네 취급을 했다.

내 손을 거친 의상은 대부분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서나 구입이 가능한

말만 하면 다들 알만한 고급 팻션 이었다.

고달프게 살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다.

얼른 벌어서 조금은 나은 방에서 살아야지 하는 희망 같은 것도 있었다.

내 생활엔 큰 변화는 없었던 것같았지만...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네....

선 본 그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여전히 찾아온다.

그 중매를 하신 아줌마를 만난 이후 더 적극적으로...

포기하고 내 선택만 기다린다고 하더만 참나...

어찌나 귀찮게 따라다녀야 말이지...흐흐 끈질긴 쇠 힘줄이다.

이혼후,

3년을 버티면서 다시는 남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겠다던 내가 지금 뭐하고 있을까? 

벌써 만난지 3개월째가 되어간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되고 편안하게 사이가 된 것같았다.

‘유진이 너.... 너두 별 수 없는 여자구먼... 히히’ 혼자 중얼거려본다.

그 사람은 암말 안했지만 몹시 내 말을 기다리는 것같았다.

2월 중순쯤 아직은 추운 것같은 늦겨울이었다.

그 날도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어떤 아이들일까? 성격은 어떨까? 한 번쯤 만나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선물을 준비할까 생각해본다.

이틀 후, 휴일이라서 집에 그냥 있었다.

오후에 백화점을 갔다. 아이들 선물을 사기 위해서...

내가 사는 꼴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이지만 선물은 좋은 것을 사주고 싶었다.

이것 저것 구경을 하면서 간단하게 목도리와 장갑,모자를 사고

막내것은 인형을 사고... 신도림역에서 그 사람을 기다렸다.

공중전화로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줬다.

퇴근시간 다 되가는데 갑자기 지하도 층계로 부지런히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었다.

얼굴은 일을 하다 왔나 시커먼 채로 달려왔다.

“ 아직 퇴근 전인가보네요? ”

“ 이제 끝나는데 약속 지키려고 달려왔어요 "

" 그럼 기다릴께 어서 다녀하고 오세요“

“ 잠시 기다려줄래요? 얼른 올께요. ”

한...10분 쯤 기다렸을까... 그 사람이 왔다.

난 그때가지 지하철 입구 안에서 기다리고있었다.

그 사람한테 선물만 주고 가려고 기다린 것이다.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여기까지 와서 그냥가는 것이 어딨냐고 어서 나오라고 한다

못 이기는체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 사람은 빨간색 자전거를 타고 왔다

우린 걸으면서 이야기한다.

“ 이 것 별거 아닌데 아이들 갖다 주세요”

“ 고마워요 ”

잠시 기다리라며 또 사라졌다.

이번엔 5분도 안 걸렸다. 아마 근방에 집이 있는 것같았다.

“ 오늘은 그냥 갈께요 ”

“ 아니에요 바래다 줄께요. ”

함께 지하철을 타고 아현동으로 왔다. 그냥 가라고 떠밀다시피 보내고

혼자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재산이 있고 없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것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부족하지만 예전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있는 보육시설에 가서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서 봉사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사람을 보내주신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헌신적인 삶을 살라는 뜻으로 말이다.

난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희생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그 동안의 내 삶을 통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오늘의 인연을 만나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사람 아이가 3명이던 30명이던 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길이라면 감사하게 받아드릴 것이다.

드디어 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