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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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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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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가온 사람


BY 유진 2003-06-29

 

 정말 오직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난 열심히 일만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의 말이 마치 일을 못해 환장한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했다


어느날,

직장선배가 날 더러 선을 보라는 소리를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안 본다고 했다.

“너는 너무 젊고 한창나인데 이렇게 언제까지 살래? “

“ 혼자 사는 것이 어때서요? ”

나는 빙긋이 웃었다.

“ 얘 그렇지 않아 ”

“ 난 싫어요~”

직장사람들은 내가 이혼한 줄은 몰랐다.

나는 우습게 보이는 것같고 말하기도 싫어서 남편은 죽었다고 말했다.

“ 한 번보고 맘에 안 들면 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꼭 만난다고 결혼하니? ”

“ 글쎄 싫다니깐요 난 ”

그날 이후 그 언니는 집요하게 날 더욱 귀찮게 굴었다.

어이구~ 귀찮아 정말... 귀찮아 무슨 대책이 세워야지 말 못하게...

그 선배에게 말했다.

“ 그럼 언니 얼굴을 봐서 내가 한 번만 만날게 그 이상은 더 바라지마 알았지? ”

“ 그래그래 잘 생각 했어 그럼 시간 장소 정해서 이야기 해줄게...”


그 이튿날

언니는 만날 장소와 시간을 말해줬다.

‘ 참나... 급하긴 왜 그런디야 ....’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오늘저녁 9시 동대문운동장 근처에 무슨 다방이라고 한다.

“ 나 거기 몰라요? ”

“ 나하고 같이 가 그럼 되지...”

한 겨울이라 무척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을 맞춰서 그 언니랑 약속장소로 나갔다.

아직 상대방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급히 뛰어들어 오면서 나하고 마주쳤다.

혹시 저 사람...?

나는 볼 일을 보고 나와서 천천히 자리로 가서 상대방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웬일인가? 현관에서 마주친 그 아저씨?

의자에 앉았다 언니가 소개를 하면서 서로 인사를 시켰고...

언니는 바로 일어나 멋쩍은 얼굴로 둘이 이야기 하라고 하면서 가 버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재혼을 하실거라구요? ”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 예 ”

“ 근데 어쩌죠 전 사실 그 소개 해준 분 때문에 그냥 나온겁니다.

그리고 전 결혼생각은 별로 해보질 않아서요 죄송합니다.”

“ 아~ 그러신가요? ”

좀 실망하는 눈치였다.

“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드립니다.”

“ 아닙니다."

의외로 순수하게 느껴졌다.

“ 그럼 이만 일어나도 될까요? ”

“ 제가 모셔다 드리죠? ”

“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부지런히 그 곳을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 신당동쪽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어떻게 날씨가 추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계속 날 따라오면서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난 아무소리 않고 부지런히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

밤도 늦어 난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왔는지 관심이 없었다.


이튿날

언니는 오자마자 나한테 눈을 흘기면서 막 뭐라한다.

“ 우째 그리 쌀쌀맞게 했누? ”

“  내가? ”

“ 안만난다고 했다며?”

“ 예 ”

“으이구 왜 그랬어? ”

“ 관심 없다니깐요”

“ 알았엉”

그냥 그 일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막 현관을 나서는데 앞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차 뒤로 숨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버스를 타려면 신호등을 하나 건너야했다.

그 도로는 8차선도로라 어찌나 넓은지 건너가려면 진짜 부지런히 가지 않으면 중간에서

신호가 바뀐다,

함께 일하는 친구의 옷자락을 잡고 정신없이 뛰면서 건너고 있었다,

막 건너고 어쩌다 뒤를 돌아보니 분명히 나를 누가 쫓아오는 것같았다.

‘누구지 이상하다?’

“ 얘 너 이상한 사람 못 봤니? ”

“ 아니 ”

그 아이와 지하로 내려가면서 계속 난 뒤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지하철을 타려고 갔고 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잠시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두드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돌아다봤는데...

바로 어제 선을 본 그 아저씨였다.

너무 놀랬다.

그러고보니 회사에서부터 따라온 사람이 바로 이 사람?

“ 아~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

“ 회사에서부터 계속 따라왔습니다. ”

오잉? 이런...

“ 그런데 무슨 일로? ”

“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요”

“ 왜요? ”

“ 길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갑시다.”

 정류장 옆에 다방으로 들어갔다.

좀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도 이상했다.

일단 다방에 들어가서 앉았다.

차 주문을 하는데 난 시키지 않았다.

“ 용건을 말씀하시죠? ”

“ 난 그쪽을 계속 만나고 싶은데...”

“ 제가 말씀드렸죠? 전 관심 없다고 ”

“ 알아요 ”

“ 그런대요? ”

“ 유진씨라고 했죠? ”

“ 어떻게 내 이름은? ”

“ 아는 방법이 있죠 ”

“ 다시 말씀드리죠. 난 절대 결혼 안합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니 이런 식으로 절 찾아오지 마세요.”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그 눈빛은 왜 그리 슬퍼보이는지....

“ 먼저 일어나시죠. 제가 나중에 나가겠습니다. ”

“ 미안합니다.”

돌아서는 뒷모습이 왜 저리도 처량 맞아 보이는지..

내가 너무 쌀쌀맞게 했나?


다음날 회사에서 동료가 아래 다방에서 누가 찾는다고 내려가서 만나라고 알려준다,

가서 보니 난 처음보는 아줌마였다.

“ 안녕하세요? ”

“ 어서와요? ”

“ 난 미스 정한테 소개를 해줬던 그 남자분 소개한 사람이예요 ”

“ 아~예...근데 무슨 일로?

그 분은 내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먼저 말할께요 그 분하고 절대 안되나요? 진짜 괜찮은 사람이예요. ”

“ 들으셨겠지만 전 아직 결혼생각하지 않아요.”

“ 웬만하면 이런 말하지 않아요. 너무 좋은 사람이예요 ”

“ 딸이 둘이 있어요 그리고 부인은 죽었구요 ”

이 아줌마는 내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 앞에서 늘어놓고 있었다

“ 연애하는 기분으로 만나요 ”

“ 만나다 별루다 싶으면 헤어지면 되죠? 요즘사람들 다 그런다면서요? ”

“ 우리 나이가 연애할 나이입니까? 참나”

“ 없던 이야기로 하시죠? ”

“ 애고~ 아쉽네요 ”

“ 그럼 안녕히 가세요. 먼저 가겠습니다. ”

난 이젠 안심을 해도 되겠다 싶어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고...

이 사람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서 기다렸다.

정말 끈질기게 찾아와서 기다리다 버스타는 곳까지라도 따라왔다.

‘정말 못말리는 사람이군’

처음엔 정말 짜증스러웠다.

그래도 이 사람 꿈쩍하지 않고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어디가 좋을까? 얼굴이 예쁘길 하나 그렇다고 돈이 많나.

남들은 못생겨도 돈이 많으면 좋아한다는데...

난 어느 조건하나 맞아 떨어지는 사람도 아닌데... 참 이상도 하지?

쫓아다니던 억지로 만나던 이 사람과 만난 것도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간다.

어느 날, 이 사람더러 잠깐 보자고 하고선 다방으로 들어갔다.

“ 근데 이해를 못하겠네요? 왜 나같은 사람한테 목을 메는 것인지요? ”

“ 처음 보는 순간에  이 여자다 싶었어요 ”

“ 예? ”

“ 보시다시피 난 누구같이 인물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돈 많은 여자도 아니구요”

“ 인물이요? 그것이 뭔 소용입니까? 유진씬 그 대신 피부가 너무 곱군요 ”

칫!... 보는 눈은 있군...흐흐흐

“ 돈은 나도 없어요 ”

“ 내가 숨김없이 말할께요. 난 딸이 둘이 아니라 셋입니다. 그리고 부인은 죽은 것이 아니고

  지금 행방불명이죠. 도박에 빠져서 아이들을 버리고 나간지 한 달 아니 막내가 지금 5살인데

  그 아이 태어날 때부터 그랬죠. 나가면 찾아오고 나가면 찾아오고 그런 것이 지금 몇 년째입니다.

  아이들은 엉망이고 난 나대로 일이 손에 안 잡혀요.“

“ 기막힌 사연이군요 ”

“ 지금은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께서 아이들을 우리집에서 돌보고 계십니다. ”

“ 그렇군요~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군요 ”

“ 그리고 한 가지 난 장애인입니다.”

“ 어디가 겉보기엔 아무치 않아보이는데...?”

“ 손가락이 엄지와 검지가 없습니다. 예전에 젊어서 18살 때 인가요.

  시골 집에서 작두로 소 여물을 썰다가 그만... 군대 가기싫어서 잘랐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

“ 음...”

“ 내가 이렇게 다 털어놓으니 맘이 편합니다. 언제고 꼭 다 이야기 하려고 했어요”

“ ........... ”

“ 이젠 유진씨가 결정하세요. 난 자격도 없는 사람이니깐요 ”

우린 그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마음이 착찹했다. 어쩌다 이런 시험에 또 걸려들었을까?

이튿날


손님 날 찾아왔다고 말한다.

기다린다는 장소로 나가보니 예전에 날 찾던 아줌마가 계셨다.

“ 아~ 안녕하세요? ”

“ 오랜만이네요"

살며시 미소를 지으시면서 나를 바라본다.

“ 무슨일로 오셨어요” “

“ 짐작은 하셨겠지만 그 분 때문에... ”

“ ............. ”

“ 그 분은 그쪽이 정말 맘에 드나봐요 그런데 자기 처지가

그러다보니 양심없는 짓을 하는 것같다고  하면서 못내 아쉬워 하던걸요 ”

 어제 만나서 그 사람의 사정이야기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면 다시한 번 생각해달라고 거의 사정하다시피하고 돌아가셨다.

정말 갈등 생긴다.

‘동정일까? 아니면... 그 동안 만남의 대한 연민?

아마 동정일 거야 그런마음이 더 클거야...’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