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살고 있는 것조차 파악을 못하고 살았다.
그저 목숨이 붙어있으니 사는 것같다
그냥 부딪치며 되는대로 그 누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의상실에서 만난 친구들도 내가 어떻게 사는지조차 모를정도로
난 연락을 끊고 살았다
아니 아예 생각을 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서서히 나는 병들어가고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난 힘들고 지쳐있었다.
이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원히 쉬고 싶었다.
가슴을 움켜지고 심호흡을 하면서 고통스러워했고 말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맨 날 맞는 것도 이젠 지쳤고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눈물도 말라버렸다.
애타게 찾던 우리 주님도 날 버리셨다
‘ 주여! 어찌 저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내버려두십니까?’
‘ 이제 저를 자유롭게 하소서’
저녁이 되면 나는 더욱 고통을 느껴야했다
온몸은 멍투성이에다 정신마저도 혼미했다.
언제까지 망가져야할까? 아직도 남은 것이 있을까?
이젠 정리할 때가 된 것같다.
쾅 당!
늦은 밤 대문을 걷어차는 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남편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손에 뭔가 들려있었다.
그 것은 몽둥이였다. 금방이라도 내려칠 기세였다.
“ 야~!! 너 오늘 죽어볼테냐? 엉?”
순간! 난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난 벌떡 일어나 남편의 손목을 잡았다.
“ 이 년이 반항을 해!!”
난 힘을 내어 소리 질렀다.
“ 오늘은 내가 너를 죽이겠어!!"
" 아이구~ 이것이 아주 죽을 각오를 하는군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몽둥이는 내 머리를 내려치는 것같았다.
갑자기 정신이 ‘ 핑’하고 어찔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계속 내려 칠 기세로 달려들었다.
내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몽둥이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곤 주먹을 쥐고 남편 얼굴을 내려쳤다.
뒤 돌아 볼 사이도 없이 난 밖으로 뛰쳐나왔다.
담장 옆으로 몸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었다.
나와서 나를 찾느라고 혈안이 되어서 정신이 없었다
내가 보이질 않자 이내 대문 잠그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날은 유난히도 밤이 깜깜했다.
난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비틀거리면서 길로 나섰다.
오래 걸을 수없었다. 정신없이 걸어서
우리 동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했다.
그 집은 우리 동생과 친구인데 나도 잘 알던 사이였다.
결혼을 해서 신랑과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란다.
“ 언니! 어찌 된거여? 또 맞은거여? 온통 피투성이잖아!”
“ 자기야? 가서 아버지 모시고 와 응?”
“ 알았어~” 그애 신랑이 달려나갔다.
조금 있으니깐 그 애 친정아버지께서 오셨다.
“ 이게 무슨일이냐?”
“ 아버지 어떻게해요 언니 정신차려! 어떻게... ”
“ 아니 이젠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 아버지 병원으로 데려가요 예?”
“ 우선 차를 잡아야하는데 큰일이군”
우리동네는 외진 곳이라서 택시잡기란 여간 힘들지않다.
나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갑자기 아저씨께서 소리를 지르신다
“ 택시!!”
하늘의 뜻이었나? 마침 택시한 대가 동네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 어서 타자”
“ 고맙습니다”
“ 인사는 나중에 해~”
“아저씨 저 병원으로 데려가 주세요”
“ 얘야! 지금 이 시간에 병원을 연 곳이 어디 있겠니? 우선 친정으로 가자”
나는 “ 싫습니다 ” 하고 말했다.
아저씨께서는 ‘ 그래도 친정뿐이 더 있겠니?“
아저씨께서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천하에 깡패 같은 놈~ 이구~어쩌자구 그런 놈한테 딸을 줬을까“?”
15분쯤 갔을까...
친정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목청 높여 얼른 문 열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 빨리 문열어요 빨리!! ”
초인종도 있었건만 아저씨는 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셨다.
식구들이 자다말고 다들 몰려나왔다.
다들 놀라는 눈치다.
“ 그놈은 사람이 아니예요. 따님은 허구헛날 맞구 산 것 아시유? ”
“ ............”
“ 어쩌자구 그런 인간한테 보내서 고통을 당하게 만들었수.
동네에서 아주 나쁜 놈으로 찍힌 놈인데 그렇게 몰랐수? 정말..."
" 음........... "
“ 따님은 한마디도 말을 안 해서 몰랐수 밖엘 잘 안나오니 근데 옆집에 사는 사람이
이야기 하더만요 자기네 창문으로 보면 딸네 집에서 하는 행동이 다 보인다고...
대꾸한마디 안하고 맞더라구~
이러구 사는지 족히 5년은 넘은 것같수 어떠한 조치를 취하슈“
계속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 내 딸이면 벌써 끝내게 했을거유 동네사람 참견 못하우 했다가 그날 잠을 못자죠.
행패를 부리니... 쯪쯪... 불쌍한 것 난 이만 가리다 “
그러시곤 그냥 대문을 나서서 가셨다.
나는 서서히 정신을 놓고 있었다.
‘ 이대로 죽었으면...’
정신이 들었을 땐 병원이었다.
집 앞에 조금 떨어진 도로변에 있는 정형외과에 입원을 시켰던 것이다.
의사는 나를 들여다보면서 X레이 검사결과를 말했다.
뒷목 부분에 목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무슨 뼈가 금이 갔다고 한다 그리 심각한 것같지는 않았다.
며칠 안정을 취하고 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 이렇게 되도록 맞고 살았냐고 왜 그랬어요?“
난 아무말도 하기 싫었다.
의사는 “헤어지세요. 내가 남의 가정사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 봐서는 절대 안됩니다“
병원에는 갖은 사연으로 찾는 사람이 많단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여자가 이렇게 몇 년씩 맞으면서 사는 것은 처음 봤다고...
이제 나이 29살...
난 정말 잘 못살았을까?...
의사는 ‘진단서’ 자진해서 떼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 남편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고 말했다 .
“ 그러실 필요 없으셔요”
“ 우리나라 가정법이 잘 못됐어요. 무조건 이혼하려면 진단서를 떼어야하니 증거가 없으면
그나마도 힘들어요 에이~“
오후가 되자 남편이 찾아왔다. 아마 집에서 또 가서 따진 것같다
일생의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
소름이 끼쳤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서 일어나서 가자고 했다.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너하곤 어젯밤에 모든 게임은 끝났어...
너도 파멸되고... 나 역시 파멸됐으니 이젠 바랄 것이 없구먼...‘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난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남편은 30분정도 있다가 돌아갔다.
저녁 무렵 의사한테 퇴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안 된다고 남편이 찾아와서 또 난동을 부리면 어떻하냐고 위험하다고 우리 부모님보다
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지만 난 끝내 우겨서 아픈 몸을 이끌고 친정으로 왔다.
집에서는 깜짝 놀라며 호들갑이다.
‘ 또 새로운게임을 위해 내가 정신을 차려야지’
엄마, 아버지한테 한마디 했다.
“ 어때요? 내 모습이 보기가 좋은가요?”
“ ....... ”
“ 이젠 내가 그 사람을 버릴겁니다.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거든요? ”
“ ...........”
“ 이제 마지막장식은 엄마가 마무리해주셔야죠? 예? ”
“ 쉬어라 ”
“ 아뇨...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요. 어때요? 이젠 속이 시원하십니까?
내~ 이 망가진 모습 얼마나 보니 얼마나 고소해요? 예? 흑흑....”
“ ............ ”
“ 엄마 이젠 엄마가 마무리해 주실 수 있죠? ”
“ 무슨 소리니?”
“ 몰라서 그래요? 이혼이요 이혼말입니다.
그렇게 바라시던 이혼... 내가 그 인간을 버릴 겁니다. 아시겠어요?.
어때요? 저 대단하죠?!! 진작 죽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네요.
하지만 난 지금 죽을 수가 없어요. 할 일이 많거든요 ...하하하”
정신없이 울고 또 울고...
열흘정도 통원치료를 받고 이젠 어느 정도 거동하기가 좋았다.
병원엘 찾아가서 진단서를 떼러가니 의사가 더 흥분을 해서 난리다. ‘그런 놈은 맛을 보여 줘야한다’ 고...
이혼수속을 밟으려고 법률사무소에다 문의를 했다.
의정부에 나가면 관할법원이 있으니깐 차라리 근처 사무소에다 의뢰를 하라고 종용했다.
이젠 하늘에 맡기련다.
끝까지 가보련다,
이 다음에 내 모습이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난...내 자신에게 또 다른 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