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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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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늪으로...


BY 유진 2003-06-25

 

 결혼날짜가 잡혔다.

두근거림이나 설래임도 없이 그냥 무의미하게...

집에서는 무엇을 해줄까 걱정보다는 과연 어떻게 할까 그것이 더 궁금하다

엄마한테 말했다.

“ 내가 그 동안 직장다니면서 번 돈 적금 들었다고 했지? 그것 주세요”

갑자기 머뭇거리고 말을 하지 못하신다.

“ 왜요?”

“ 돈이 어딨어?”

“ 뭐라구요 돈이 없다구요?”
“ 내 나이 18살 때 의상실 심부름부터 할 때부터  약혼하기 전까지 

  번 돈을 한 푼도 건들지 않고

  갖다드렸는데 없다니요? “

“ 그래 한 푼도 없다”

“ 아주 기가 막히는군요...난 한 번도 월급봉투에서 단 돈 100원도 내 맘대로 꺼내서 써보 질  않았어요! 그런데... ”

"  정말 없다니깐..."

"  엄마 저한테 어떻하셨어요? 조금만 월급을 늦게 가져와도 반찬도 어디로 감추셨어요.

 내가 모를 줄 아세요. 나 그러면서도 이눈치 저눈치 보면서 여태 참고 목돈 만지기만 기다렸 어요 그것이 내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깐요!"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네 동생 아파서 그 동안 병원 다니느라구 다 써서 한 푼도 안 남았어”

사실 둘째가 신장이 좋질 않아서 몇 달 병원신세를 진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당시 엄마는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핑계를 동생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 그럼 전 장롱두 안해주실건가요?”

“ 그건 해줘야지 이따 보러가자”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했다.

오후에 장롱가게에 가서 보고 나름대로 고르긴했다

당장 사줄 것같이 가격을 낮추고 하신다.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소리가 없다 결혼식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무것도 마련하는 것은 없고 이상했다.


며칠 후,

웬 아저씨가 오셔서 나를 찾는다.

장롱가게에서 왔다고 하면서 어디다 들여놓냐구 한다.

그래서 먼저번에 본 것으로 하셨나보다 생각하구

아무생각없이 건넌방으로 들여다달라고 말했다.

내가 원한 장롱이 아닌 웬 자게장이 들어왔다.

조금 후에 엄마가 오셨다.

“장롱왔지? ”

“ 근데 우리가 본 것아니네?”

“ 으응... 삼촌이 사주셨다 ”

“ 그래요? ”

그럴 수있다고 생각했다.

분주히 일을 끝내고 집엘 가보니 이불을 꿰매고 계셨다

혼수용을 준비하시는 것같았다.


그런데 기가막힌 일은 또 생겼다.

결혼식은 일주일밖엔 안 남았는데 신랑 양복 해준다는 소리가 없다.

하도 이상해서 가서 물었다.

“ 신랑양복은 안해줘요?”

“ 양복은 무슨양복!!”

“ 뭐라구요? 그럼 양복도 안해주실건가요?”

“ 그 놈은 받을 자격없어!!"

기가 찰 노릇 이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 아니 어떻게 이럴 수있어요? 우리는 받기만하고 그 사람은 안 줘두 된다는겁니까?”

“ 우리가 뭘 받았냐!!”

“ 정말 너무하네 말이 안나와 나중에 그 화가 누구한테 오나 생각 안 해봤수? ”

한겨울에 하는데 코트는 못해줄망정 어떻게 양복까지도 안해 준다는 소리를

저렇게 서슴없이 하시는지...

“ 나 부탁할께요 양복만이라도 해줘요 부탁이에요 ”

그랬더니 마지못해 해준다고...

그나마 양복 한 벌 얻어 입게 되었다.

코트는 본인이 그냥 해입었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

나도 전기밥솥하나만... 가전제품이라는 것은 꿈도 못꿨다.


 드디어 결혼식날

시어머님께서 잔뜩 화가난 얼굴로 대기실에 앉아있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이럴 수 있니? 양복도 억지로 얻어 입고 코트도 자기가 맞춰 입었다는구먼 진짜 그러니?“

‘나한테는 내색도 안하더니 어머님한테 다 고해버렸구먼...’

난 아무말씀도 못 드렸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은 가지 않았다.

시집으로 가서 집안어른께 인사만 드리고 돌아왔다.


 신혼첫날

남편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첫날만 집에서 잠을 자고

이틀째 되는 날부터 외박이 시작됐다.

낮에는 집에 들어와서 정신없이 자고 밤이면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

거의 한 달동안 그랬던 것같다.

우리 친정에선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나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말할 필요도 없었으니깐...


 그 해 겨울은 어찌나 추운지 정말 힘들었다.

하루하루 지내면서 난 불안했다.

복수는 커녕 오히려 내가 당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또 다른 마음을 먹고 있었다

임신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이미 난 피임을 시작했고... 다짐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