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19

프롤로그2


BY 들국화 2003-06-02


이렇게 마냥 그녈 기다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새벽 빗길을
찾아 나설수도 없다.
혹시나 그녀가 전화라도 한다면 내가 받아야하기 때문에...
전화 수화기가 잘못놓아 지지는 않았나 들었다 놓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언젠가 그녀는 잘 아는언니가 슬픈일을 당했다며 위로주를 한잔
하겠다며 밤에 나간적이있었는데 늦게까지 들어오질 않았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전화가 왔었다.
"나희아빠,나나나...근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나좀데릴러
와줘, 싫으면 말고..."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배짱까지부리며...
그녀는 이미 술에취해 혀는 다꼬부라지고 방향감각까지
잃은상태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대단한 방향치다.
몇번 간곳도 금새 잃어버리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곤 하였다.
짜증반 걱정반... 그녀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대충일러준 곳으로
찾아나설 요량으로 대문을 따고나오니...
집 맞은편 건강원 간이 와상에서 훌쩍 훌쩍 울고있는게 아닌가?
남이볼새라 챙피하기도 하고 빈장이 상하기도 해서 얼른데리고
들어와 야단을 많이쳤었다. 그날 그녀는 아침까지 화장 실과
거실을 오가며 꽥꽥 오리를 잡았다.
참고로 그녀의 주량은 (이홉들이 맥주 두병)거기서 한잔만 초과
해도 항상 토하고 그다음날은 아예 맥을추지못했다.
그래도 분위기가 어느정도 맞춰지면 자기가 무슨 대단한 술꾼인냥
일배!일배!우일배를 외치며 잘난체(?)를 곳잘해 가끔 다투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날처럼 제발 그날처럼....
"나좀 데릴러 와요"하고 전화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맨발로라도 뛰어나갈텐데....
그녀가 앉아서 뜨개질했던 쇼파도, 그녀가 직접짠 짝이 도무지
맞지않은 커텐도...그녀가 남기고간 잔영들로 온통 흔들리고
몇일전, 한잔 먹은 술기운으로 그녀를 안았을때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녀의 체취도...그녀가 남긴 감정의 잔영들이,이렇게 명확한 아픔
으로 다가올줄은 예전엔 정말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