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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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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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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순복이 2003-06-17

아들의 예기치 못한 방문에 어머니는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된장을 끓이고 내가 좋아하는 겉절이를 한 양푼이 해서 어머니는 금방 밥상을 차려냈다.

"양놈들이 먹는 음식이 입에 맞기나 했겠냐? 어서 먹어라. 네 좋아하는 된장찌게야. 한국사람들은 뭐니뭐니해도 된장이랑 김치가 최고지."

너무 오랜시간동안 차를 타서 사실 나는 속이 메스꺼워 그다지 입맛이 없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해서 억지로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두고 어머니의 손맛 이라고 하는걸까? 의외로 찌게와 겉절이는 입맛을 자극해서 나는 거의 한양푼이나 되는 비빔밥을 달게 먹어치웠다.
처음에 미국에서 빵과 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던 그 허기감, 그래서 어떨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인식당으로 달려가 풀코스 정식을 시켜 먹었지만 그 허기감을 쉽게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와서 된장찌게와 밥 한그릇에 나는 비로소 그 채워지지않던 허기에서 포만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는 옆에서 옷소매로 눈물을 찍어냈다.

" 우리 아들 얼굴이 많이 마르고 꺼칠해졌구나. 그래 미국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더 먹어라. 응?"

"됐어요. 엄마. 배 불러요."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사실 미국생활을 하면서 살이 많이 붙은 편이었다. 그러나 당신 품을 떠난 자식들 생각하는 어머니들이 다 그렇듯이 어머니의 눈에도 내가 그렇게 보였나 보다. 그러면서 갑자기 어머니가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듯 흠칫했다. 어릴 때 조차도 나는 어머니의 그런 몸짓에 익숙치가 않았다.
어머니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조금 머쓱거리더니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야 이놈의 가시나야. 오빠 물 안 갖다 주고 뭐해! 하여튼 저래 가지고 어디 시집이나 가겠어?...쯧쯧쯧"

"알았어! 엄마. 엄마는 맨날 나만보고 그래"

입을 삐쭉거리며 순화가 물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순화도 이제 아가씨가 다 되어 있었다. 어머니를 전혀 닮아있지 않았다.

"순화 너 많이 컸다. 이제 아가씨가 다 ?쨀?"

"아이, 오빠도..."

순화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 너도 취직을 하든지 해야지, 아니면 공부 좀 해서 전문대학이라도 들어가든지."

"공부를 잘 해야 취직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농고도 겨우 나왔는데지가 대학 공부를 어떻게 해? 대가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원"

어머니는 순화 대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피, 맞어. 나는 누굴 닮아서 그런지 몰라. 오빠는 공부도 잘하는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예쁜 우리엄마 얼굴을 닮은 것도 아니고"

순화가 풀이 죽어말했다. '누굴 닮아서'라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독설을 내 뱉든 어머니도 그 순간만큼은 머뭇머뭇 순화의 눈길을 피했다.
어머니는 말씀이 많아진 것 같았다. 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도 걸걸해지고 언어의 결도 굉장히 거칠었다. 하기는 그러지 않고는 비록 헛깨비같은 지아비였지만 남편까지 잃고서 말 많은 동네에서 지금까지 혼자 버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중년에 접어 들어 뚱뚱해진 어머니의 모습은 더이상 사내들의 연민을 자아내는 무기도 되지 못했다.

"이렇게 있다가 좋은 남자 만나서 뭐 시집이나 가지 뭐.오빠 후배 중에 멋진 남자 있으면 나 소개 좀 시켜 주라. 응?"

그러나 곧 특유의 밝은 성격의 순화가 내 팔에 매달리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후배들 전부 의사 박사들인데 네 같은 년한테 가당키나 하냐? 지 주제도 모르고..."

어머니가 다시 톡 쏘았다.그러나 순화는 어머니를 보고 입만 씰룩거릴 뿐 아무렇지도 않는 듯 다시 나를 보고 졸랐다.

"오빠 으잉~잉~"

순화가 너무 가여웠다.
순화는 알기나 할까? 그 날 아재 앞에서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빌면서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던 사람이 제 아비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