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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순복이 2003-06-09

"저 년의 구녕을 확 막아버려야 돼!"

치매끼가 있는 할머니가 방문을 열어 놓고는 혼잣말처럼 중얼중얼거렸다. 밖에서 불을 때며 제사에 쓸 전을 굽고 있던 엄마의 속눈썹이 순간 바르르 떨렸다.

"아이구 어머니도.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큰엄마가 난처해 하며 더 심한 말 나오기 전에 할머니의 말을 가로 막았다.

"동서, 신경쓰지마. 어머니 제정신으로 하시는 말씀 아니쟎아."

"형님도 다 아시면서 뭘 그러세요? 형님도 혹시 제가 혁이 아버지라도 두고 도망갈까봐 겁 나서 그러세요?"

"아니, 동서 그게 무슨 소리야?"

큰 엄마의 목소리가 평소 성품답지 않게 높아졌다.

"죄송해요. 형님 저보고 잘 해 주셨는데...저 좀 나갔다 올께요. 음식 냄쌔 때문에 도저히 못 견디겠어요."

"동서 설마...?"

엄마는 아무 대꾸도 하지않은 채 큰 엄마를 향해 쓴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세상에나 이 일을 어째..."

큰 엄마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굴렸다.
그때 나물을 씻고 오던 아지매가 물었다.

"형님, 왜 그래요? 얼굴이 노래가지고는."

" 아,아무것도 아닐쎄"

"그리고 일하다 말고 저 형님은 어딜 간대요?"

아지매는 못마땅 한 듯 입을 씰룩거렸다.

"응, 어디 몸이 좀 않 좋은가 봐."

뭔가 좀 수상쩍다는듯 아지매는 계속 큰엄마의 표정을 꼼꼼하게 살폈다. 원래 의심이 많은 성격이어서 아재와도 종종 부부 싸움을 햇다. 그래도 인심은 좋은지 여름이면 냉장고에서 얼린 귀한 얼음을 여기저기 나누어 주고는 했다.그러나 얼음이 아지매 집에서 다 녹아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집만은 쏙 뺐다.

제사상을 차려내는 엄마의 평소 날렵하던 행동이 오늘은 달랐다.남자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는 동안에도 기운이 없는지 축 처져 있고 먹어보라고 하는 음식도 일절 마다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변소만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아버지의 눈이 가만히 그런 엄마를 쫓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 에서 아재의 핏발 선 눈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