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농삿일을 열심히 했지만 밤이면 거의 매일같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일부러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자는 척했지만 정말 자고 있다고는 나도 엄마도 생각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아버지는 엄마의 밀행에 대해 나무라기는 커녕 시종일관 모르는 척 했다. 보이지 않던 곳에서 쑥덕거리던 동네 아줌마들도 아예 엄마 앞에 드러 내어놓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기들 촌 아낙같지 않게 생겼던 엄마가 못 마땅했던 사람들 이었다. 엄마를 보고 곁눈질 하는 자기들 남편 때문에 어지간히 속도 상했을 것이다.
그런 반복되는 난장판은 나에게 서서히 엄마와 아버지를 가로막고 있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은 무엇일까하는 물음을 가질 정도의 성숙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아직 나는 누구인가하는 존재론으로 까지 접근하기에는 미성숙, 아니 너무 둔했다.
결국 또 일은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