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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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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주벽7-1 (예감)


BY thumbh 2003-07-11

우린 매일 쪽지를 주고 받으며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을 즐겼는데, 키스를 한 후 그녀는 도통 내컴퓨터에 방문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런 연락처도 알고 있지 않고, 알길이 없는 나는 속만 태우며 컴퓨터를 늘 켜둔채로 낮이고 밤이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맘에 오늘은 아파트 주변도 배회해 보았다.

 온라인상이건 오프라인상이건 어디서도 그녀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궁금하고 뭔가 복잡한 심경이 들어 머리가 터질지경이었다. 그녀에게 쪽지를 남겼다.

 미안했다고 내가 경솔했다고 용서해달라고 한번만 연락을 주라고 기다리겠노라고......

불같이 일었던 맘이라 쉽게 사그라들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랑인가보다라고 여기며 한심해하고 있던중,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나는 잠깐만 만나자고 했다. 아무대답없던 그녀는 나의 청을 거절못하고 만나주기로 하고 나갔다.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5분정도 기다리니 그녀가 나왔고, 막 씻었던지 머리카락에서는 샴푸냄새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짙은남색츄리닝 바지에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그녀는 좀 성숙한 중학생정도로 보일정도로 앳되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비치는 싸늘함은 전혀 앳된모습을 풍기지 않았다.

 무슨말부터할까싶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나를 늘 그렇듯이 가만히 올려다 보고는 가볍게 웃어주었다.

 " 미안했어요...."

 " 네..여러번 했어요. 그말..."

 " 아니, 그래도 풀리지 않으신거 같아서..."

 " 미안하다면서 왜 그랬어요?"

 멋쩍어서 웃었다. 왜라니? 이유가 있을까? 있었겠지...하지만 말로서 설명하고 납득시킬수 있는 그런이유가 될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또 한번 웃었다.

 손을 가만히 잡아보았다. 놀랐는지 서둘러 빼는 그녀의 얼굴을 볼 염치도 용기도 없이 한숨만 쉬었다. 내맘이 무언지를 모르겠어서 한숨한번 쉬고 그녀를 보았다.

 " 속눈썹이 참 길어요? 알죠?"

 날 한번 올려다본 그녀는 눈을 몇번 깜빡여보이더니

 " 보여요? 캄캄해도?"

 " 우리가 몇번 보았는데요..그거 못봤겠어요? 속눈썹 긴것도 보고 콧수염 난것도 보고..."

 그렇게 같이 웃었다. 이제좀 어색함이 풀리는 듯 한데 그녀가 문을 잡고는 내게 인사를 했다. 

 " 이젠 갈게요..조심해서 가세요."

 " 왜요? 벌써 들어가게요? 좀더 있다가요. 잠깐만요. 기다려봐요"

뭐라 말해야할지 그냥 가버린다니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당황해했다. 그녀는 그대로 손잡이를 잡고 웃고 있었으며 눈으로 가겠다고 조용히 웃었다.

 " 물어볼 말이 있어서 그래요." 뭐가 궁금했더라? 뭘 물어보지? 하면서 떠오르는것이

 " 이름이 뭐에요? 뭐라고 부르죠? 은빌님..이렇게? 난 지훈이에요. 성은 님과 같구요."

말없이 웃기만 하더니 뭐였음 좋겠냐고 한다. 하나 지어달라니..참...

 "고소영. 전지현. 또 누구 좋아해요?" 

그녀에게 눈을 흘기는 찰나 휴대폰벨이 울리고 손사래 쳐가며 막아보았으나 안녕히 가시라는 소리없는 인사와 함께 고개를 한번 숙이고 문을 열고 그대로 나가는 그녀를 가까스로 잡아서 다시 태웠다.

 " 왜그래요? 진짜..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하라고..정말..너무하네.."

 " 후후..뭘요? 가야한다구요. 잠깐만이라고 했쟎아요."

 " 이름만 알려줘요. 그리고 이건..." 메모지 한장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 핸폰번호를 적어서 주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받지 않았고, 그대로 말없이 나를 쳐다보고는 차에서 내려서 달려가버렸다. 뒤쫓아 갔다면 능히 잡을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가버린 그녀가 야속해서 그대로 차창밖의 그녀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또 볼수있을까 하면서 가슴이 막힌듯이 답답함을 느끼며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유부녀한테 홀린건가? 여름이 멀지 않았는데 이거 총각잡는 구미호라도 나타난거야 뭐야'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은데서 오는 짜증과 답답함이 머릿속을 짓눌러 양미간을 펼수가 없이 눈이 저려왔다. 별것 같지도 않은것으로 신경쓰고 있는 내모습이 한심스러워 화가 났다.

 갑자기 무슨수를 써서라도 은빌..그녀를 다시 만나서 뭔가를 이루고 말겠다는 생각에 까지 미쳤다.

이런감정이 사랑이라면 내사랑을 이루고, 불장난이라면 장난이라도 쳐보자는 생각에......

그밖에는 다른 어떤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현실도 미래도...오로지 그녀와 나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