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몽롱하고 하루내 하품이 나와 일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하루내내 햇볕마저 뜨거워서 도통 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제저녁 그러니까 오늘새벽까지 그녀와의 유흥은 생각할 수록 신나고 가슴뛰는 일이었다.
특이할만한 재밌거리는 없었지만, 참으로 유쾌하고 흥분되는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피곤하고 짜증날 수 있는 하루였지만, 표정은 내내 싱글거렸을 것이다.
트럭뒤에 조심스럽게 나를 맞아주던 그녀는 운전석의 내얼굴을 확인하고 조수석에 앉았다.
나는 그녀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옆얼굴을 한번 확인하고 가볍지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무말없이 차를 출발시킨 나는 네온사인 깜빡이는 빤짝이 포장마차촌을 지나 그야말로 현란한 네온사인들에 대낮처럼 환한 모텔촌을 지나, 관광삼아 도는 혹은 연인들이 데이트코스로 드라이브삼는 해변가 일주도로를 지났다. 구불구불한 길에서 핸들을 크게 꺽는 내운전을 탓할줄 알았는데, 깔깔대며 웃는 모습이라니......
20일만에 본 그녀는 단발이었던 머리를 어떻게 했는지 퍼머를 해버렸고, 예전에 보았던 꽃삔은 변함없이 꽂고 나왔다.
어찌보면 다소 어려보일수도 있지만, 아줌마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어김없이 아줌마티를 팍팍내는 그런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깔깔대고 웃는 모습역시 귀엽게 본다면 그럴수 있지만, 다소 헤퍼보일수도 있었다.
일주도로를 돌다보니 동동주며 파전을 파는 상가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보이자, 그녀에게 고갯짓을 하며 물었다.
"동동주 마셔요?"
고개를 내쪽으로 해서 상가를 들여다 보더니, 손님이 아직도 있다면서 들어가보자고 했다.
해물파전에 동동주를 먹으면서 그때처럼 그녀는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이제 그녀의 신상에 관해서는 모르는것이 없을정도로.
동생은 몇살이며 무슨차를 타고 다니고, 그녀의 아버지의 취미와 습관, 그리고 그녀주위의 친구들의 스타일, 주벽 등등......
그녀는 묻지도 않은말들을 술술 해주었고, 내게 가끔 묻긴 했지만 대답을 들으려고 한 질문이기보다 그녀의 대화스타일이라고 할까? 한번쯤 확인차 그쪽은 어떠냐고 묻는것 같았다.
서로의 대화명, 별명에 대해 말해주면서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은빌이 무슨뜻이냐고, 이쁜말인것 같은데 뭐냐고 깊은뜻있냐는 내말에 또한번 깔깔대며
은하수 빌라의 약자라나? 재밌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며 이름을 물었더니 J.H. 란다.
"약자를 무지 좋아하는군요?"
"그러고보니 나도 JH인데요" 둘은 소리내어 웃었고, 동동주를 두어잔씩 마시고 2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노래방을 찾았다.
그녀는 참으로 노래를 잘했다. 노래하는 모습에 확실히 반해버렸다고 할정도로 노래를 잘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노래를 맛있고, 재밌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 보았을 정도로.
우리는 아주 신나게 부르고 놀았다.
그리고 그녀가 술을 마시면 컴퓨터를 켠다는 것, 나를 만났던 그날도 그리고 오늘도 술을 마시고 나왔다는 것을 새로이 알았다.
그녀 표현대로라면 주벽이란다. 두어달정도된 주벽이란다.
4시가 가까워가는 시간에 그녀의 아파트앞에서 내려주고, 무척이나 아쉬웠다. 서너시간을 같이 있는 동안 즐거웠고, 행복했다. 내느낌으로 그녀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노래하던 그녀의 옆모습은 어느그림보다도 아름다웠고 나를 강하게 빨아들였으며 아직도, 앞으로도 그녀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정도의 만남으로 사람이 이렇게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녀에게 푹빠져있는 나를 확인하면서도 마냥 좋다.
이렇게 그녀를 떠올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좋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