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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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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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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주벽5-3 (만남)


BY thumbh 2003-06-24

삼십분쯤 되었을까? 메신저에 쪽지가 들어와 있었던 걸 몰랐다. 답신을 보냈다.

<별명이 특이하군요?>

딱히 할말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있었다. 더러는 별명을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눈치다.

<왜..일본이름이죠?>

<언젠가 읽었던 책속의 주인공이죠..>

<그렇군요...책 좋아하시나봐요?>

<좋아하진 않고 가끔...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어디세요?>

<집입니다>

<저도 집이에요>

<날씨가 덥네요.>

<그런가요? 저희집은 별로 더운줄 모르겠는데...>

<창문은 열려있는데, 바람이 없네요.>

그녀가 한참후에 답신을 주었다.

<죄송해요. 전화가 와서 받고, 물도 좀 마시고...>

<컴퓨터가 다른방에 있나보죠?>

<네...골방이라고..ㅎㅎ>

<ㅎㅎ골방에서 숨어서 쳇하시는 중이시군요?>

<아니에요..숨다뇨? 컴퓨터랑 책장이랑 피아노랑..이런것만 있는방이에요..

 다른용도는 없고 짐만 있어서 그렇게 얘기한거에요.>

<피아노 치시나봐요? 부유한 어린시절이었군요?ㅎㅎ>

<ㅎㅎㅎ그런건가요?>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요즘 읽고 계시는 책은 뭔지..물어봐도돼요?>

<뇌...읽고있어요.>

<네...개미쓴 작가...누구더라..>

<베르나르..>

<맞아요..전 상권만 읽다가 못봤어요.>

<하권읽는 중인데 왠지 갈수록 시시해지네요..헐리우드판 영화같기도 하고...>

<노르웨이의 숲...읽지 않으셨나봐요?>

<노래아닌가?..첨들어보는것 같네요...>

이런....모르다니 하면서 모니터를 말없이 노려보기를 잠깐, 무슨상관이냐 하면서 대화를 계속하려던 참에 전화가 왔다.

 결혼식에 왔던 친구들이 연휴핑계삼아 내려왔단다. 시간은 11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잠도 달아난지 오래고 해서 나가기로 하고 서둘러 컴퓨터를 껐다.

 보이지않은 그녀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친구등록을 해놓은것으로 오늘을 마무리 짓고 다음번에 먼저 찾아 사과하려고 생각하고 깜빡이고 있는 모니터전원마저 끄고 집을 나섰다.

 

컴퓨터를 하던중, 메신저알림이 친구가 들어왔단다.

''''은빌'''' 누굴까?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 보아도 얼른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시하고 하던것을 계속했다. 잠시후, 그녀에게서 쪽지가 왔다.

몇차례 쪽지를 주고 받던중, 대화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확실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과하려 했는데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친구로 등록해놓은 여자가 10명남짓 되었으니 기억했단들 찾아내기도 힘들었겠다싶다.

<시간이 늦었는데...무슨일로...>

<전 주로 밤에만 컴해요>

<네...>

<또..술을 마시면 얘기가 하고싶어서..들어오기도 하구요>

<술드셨어요?>

<네...>

<저도 술한잔 하고싶어지는데요.>

<저도..거의 마셨는데...섭섭하네요.>

이어 술에관한 얘기를 몇가지 나눈후, 대뜸 내게 그녀가 물었다.

<오뎅팔까요? 어묵말이에요..>

<글쎄..무슨얘긴지...팔겠죠?>

<저랑 어묵드실래요?>

어묵을 같이 먹자는 얘긴지 아니면 농담을 하는건지 그녀는 애매하게 내게 계속 물어왔다.

<나올수 있으세요?>

<네..>

<그럼 오세요. 고속도로 끝나면 있는 아파트아세요?>

어느동인지 사는곳은 확인한적이 있지만 워낙에 동이 넓어서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았었다.

사무실 근처의 아파트도 숙소와 같은 동인지 방금에서야 알았고, 그녀가 그곳으로 나오라고 하자 반가웠다. 아는 동네라서......

<그럼요..알아요..>

<사거리지나서, T자 가로등있어요..밝은거..그밑에서 봐요. 차색이 뭐에요?>

<진주색..>

<그런색도 있어요?ㅎㅎㅎ알았어요..11시 40분이니까..12시 10분에 보죠?>

<어떻게 알아보죠? 님을 말이에요..>

더이상의 답신은 없었다. 그녀는 벌써 나가버렸다. 뒤통수를 맞은듯 멍하니 앉아서 담배를 피워물고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짙은밤색빛의 하늘에는 드문드문 별이 빛나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희미한 가로등불빛무리는 안개비가 내리는것처럼 보였다.

 가슴깊이 나가고 싶은 맘이 요동을 쳤다.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여자가 야심한 밤에 남자를 불러낼까 외로운여자인가보다 하며 늑대같은 감정이 일고있었다.

이것저것 재볼것없이 속았다싶음 드라이브한셈 치면 되니까는 맘으로 옷장을 열고 잠바를 입으면서 창을 닫고 열쇠와 담배를 챙겨 서둘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