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인산가?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린다.
어찌어찌 찾아온 일터라는게 삭막하기 그지없는 허허 벌판인데다 썰렁하기 그지없다.
내게 알려오는 메세지가 발간 노을이란게 어쩐지 외롭다기 보다 슬픔이 깃든 포효같다 라고 할까?
할말이 많은듯, 하지만 답답함을 숨기고 있는 듯,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짜증난 저녁빛이다. 제기랄....
대학때부터 나를 갈궜던 선배가 소장이라니...악연이다. 다행히 6월이다. 5월이면 어쨌을까?
계절의 여왕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며 열변토한던 선배가 소장이라니 정말이지...소장마누라 팬티라도 사들고 가야할판인가.....
이곳 노을은 왜 저렇게 붉고 이쁜지......
참....늦게서야 도착한 근무지에 들고 가야할 선물을 고민하는중에, 팬티가 떠오르는것도 우습고...
여하튼 도착할 무렵의 현장사무실은 다행히 다들 퇴근하고 아무도 없었다. 출근부라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 보드판에 흔적을 남기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몇자 적어본다.
본사의 별것 같지 않은 지시들..다들 전화상으로 받았겠지만....
'참...이쁘네....'
동해에서는 해뜨는 모습만 보았지 해질녘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나는 저리 이쁜게 정말 해인가 싶을정도로 넋을 놓고 한참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좌천이라기 보다 승진이 아닌가 싶게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서해안도로공사로 인해 말이 많았던 작년부터 휘말릴수밖에 없던 잦은 일들이 많았다. 그로인해 어찌하다 보니 좌천 아닌 좌천까지 감수해야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좌천이라니...직장을 그만둘수도 없고...참...더러워서...그만둬야지 하면서도 별다르게 비빌 구석이 없으니 어찌하겠냐 싶게 더러운 기분은 더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남도의 끝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내게 준 환영인사가 싫지 않은 탓에 내리는 비마저도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발간해도....이제서야....
차를 돌려나오면서 본 바다는 김홍도의 그림에서나 볼수있었던 그런 바다라고나 할까...잔잔하면서도 조용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을 풍기는 갯내나는 바다...
하여튼 서해안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는가 보다.
아파트앞에서는 작은 장이 서있었다.
차가 밀려서라기보다 퇴근길이었던 탓인지 택시가 밀려서 인지 아님 딱히 갈곳없는 내차가 갈길을 몰라 머뭇거렸던 탓인지 작은장이 차안의 내시야에 들어왔다.
바지락을 대야에 담고 아낙을 기다리는 할머니도 있었고, 몇가지의 채소를 담은 광주리의 할머니도 있었고, 좀 지나자 트럭에 갖가지의 해산물과 야채를 실고있는 노점상들도 즐비했다.
아파트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내게 보이는 서해안 끄트머리의 아파트 모습으로는 썩 호감가는 구석이 없지 않았다.
구경거리 삼아 느릿한 걸음으로 둘러 보다 보니 회전목마도 있고, 심지어는 산오징어 좌판도 있었으니,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해안 여름바다앞에서의 산오징어라니...
소주한잔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직까진 동료도 친구도 없으니 혼자 마실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떡하든 숙소찾는 일이 급선무니 재촉할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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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뚫렸다고 이렇게 네온사인 찬란하게 모텔만이 들어선건지 아님, 워낙에 항구 도시다 보니 번화한 간판에 술집과 더불어 들어선 모텔들 인지 알수없게 참으로 모텔이 많았다.
'로마의 궁전인지 뉴욕의 호텔인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기가막힌 카피다.
코웃음을 치면서 차를 돌아나온다. 학교옆에 모텔광고라니...
이래도 되는건가..싶을만큼 현란한 거기를 나오면서 전화는 잠시 접어두고 이정표대로 일단 일주도로라고 되어있는곳을 한번 일주해 보기로 했다.
밤공기가 상쾌했다. 비린내가 약간 풍기는듯 했지만, 자판기 커피 한잔쯤 마시고 서해바다의 밤공기를 즐겨보기로 하고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