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높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눅눅한 냄새와 인근공사장에서 날려온 흙먼지가 섞여 초여름밤 냄새가 느껴지는 듯하다.
어릴적부터 난 냄새에 민감했다. 코로 맡는 일상적인 냄새에 예민했다기 보다, 남들은 냄새로 느끼지 못하는 어떤 느낌을 맡는다고 할까?
지금처럼 비가 금방 올 것 같은 5월의 늦은 오후의 바람끝에서, 운동장 한켠에서 날려오는 흙먼지에서 묻어나는 냄새에서 계절을 맡는다.
내가 느끼는 냄새속의 계절은 분명 여름이다. 벌써 여름이라니...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쯤에는 여름같은 열기속에서 살았다.
월드컵의 열기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탓에 날씨역시 더웠던것 같다. 맞다.
작년이맘때도 때이르게 반소매,아이스크림을 찾았었고 더욱이 맥주는 예년매출의 1.5배이상으로 늘어났었다고 하니 사람에게서 나온 열기가 땅을 뜨겁게 하였었나보다.
모두들 정열적으로 응원하였고, 온국민이 하나되어 외치던 함성속에 갈증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정열을 품고 산다는 것은 말처럼 속 뜨거운일임이 틀림없나보다.
그래서 맥주들을 많이 찾았나보다.
지금부터는 정말 맥주가 맛있을 때란다.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명치끝이 쿡쿡 찌르는 것이 내생각이 벌써 전달되었나보다. 내가 퍼붓는 맥주세례로 인해 늘 당해야만 했던, 당할수밖에 없었던 위장이 미리부터 겁먹나 보다.
쿡쿡...며칠전 마셨던 맥주로 탈난 위장이 뒤틀며 내는 소리.
쿡쿡..."안돼..먹지마..나 힘들어" 하며 찌르는 소리.
쿡쿡..."선생님! 아까부터 불렀었는데...."
학원생 엄마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옆구리 찌르는 소리였다.
"아...네...어머니..시장다녀오시나봐요?" 새침한 듯한 얼굴이긴 하지만 살짝 눈웃음을 번지며 웃는 입매는 누가봐도 호감을 갖을수 있으며 유달리 환한 웃음으로 보인다.
아마도 미인대회에 나갔더라면 억지웃음 짓지 않고 있어도 크게 웃어 보일수 있는 입매덕에 점수좀 톡톡히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습을 집에서는 전혀 하지않는데 진도는 빠지지않느냐..소질은 있어뵈느냐..그리고 애인은 있느냐..중매설까싶은데..그리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는 각자의 동앞에서 헤어졌다.
대화중 내맘을 들키진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언제 웃었었냐싶게 표정은 정돈되어버린다.
다시 시무룩해져버린 내표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