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머리가 띵한게 영개운치가 않다. 그렇다고 세끼를 라면으로만 떼울수도 없고 해서, 상가로 나왔다.
많은눈들이 나를 훔쳐보고 갔고, 걔중에 아는 눈은 나와 마주치자 얼른 인사를 같이 받는다.
공인으로 살아가는것은 참으로 고달플것이다.
내가 사는 이아파트에서만은 나는 확실한 공인이다. 그다지 작은 아파트도 아닌데다, 건너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빌라촌까지..그래서 나를 알아보는 수가 적지않다.
거기다가 한아파트 상가에서 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썩 호감이 가는 인상을 한 혼기찬 처녀선생이니 미장원에 모이면 껌이고, 복덕방에서는 커피한잔의 소재감 일것이다.
많은 눈들을 스치면서 편의점까지 나왔다. 이런저런 생각에 동네슈퍼를 지나 길건너 편의점까지 나와버렸다. 무의식이 발을 여기까지 몰고왔는지도 모르겠다. 더이상은 주목받고 싶지않아서....
7시가 조금넘어서 나왔는데도 아직 환하고 바람역시 눅눅한 듯 하다.
김밥과 음료수를 샀다. 편의점 젊은사장과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가게앞의 파라솔 의자에 잠깐 앉아봤다. 바람이 약간 더운기가 있지만, 상쾌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앉았다.
편의점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 초등학교 운동장 인 터라 답답한 아파트 벽 만 보다 나오니 기분까지 탁 트이는 것이 머릿속마저 걷어지는 기분이다.
내가 생각해보건데 어렸을적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담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담 대신 화단으로 경계를 지어놓았다.
훨씬 정돈되어 보이면서 인간적이며 사는 냄새마저 나는 운동장으로 변했다.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이 후라이팬 위에서 볶아지고 있는 참깨 마냥 정신없지만, 톡톡튀는 소리가 나는듯 활기차다.
퇴근시간이라서인지, 아파트로 들어가는 차량과 버스들로 금새 목이 막혀오는듯해 자리를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편의점 사장은 좋은인상을 가진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혼남이다. 키도 180은 족히 넘어보이고 몸매역시 약간은 호리호리한게 나이보다는 대여섯살은 어려보이는데, 그의 신상에 관한 정보는 편의점 왼편에 있는 미장원에서 귀동냥해서 알았다.
아빠보다 잘생긴 아들을 둘이나 두고 있고, 그의 부인 또한 상당한 미모에 멋쟁이라는 사실까지...좋은대학은 아니지만 체육학과를 다녔으며, 팔인가 어딘가의 부상으로 중도에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
그의 부인역시 상당한 미모를 가졌으며, 미모만큼 복도 많다는 것..꽤 있는 집에서 태어나 별 고생없이 자라서, 연애로 잘생긴 남자 만나서 두아들 두고 하는 장사마다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것...
하여튼 잘생기고 괜찮은 놈들은 나보다 한발앞선 여우들이 채가버렸다는 사실에 늘 놀래고 있다. 하나같이 괜찮아 보이면 부인이나 애인이 있더라는 사실...
그리고 화가 났다. 그중에 내것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장의 모습을 보니, 나란히 앉아서 드라이브라도 해봤음 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날마다 한이불덥고 자는 마누라는 얼마나 좋을까? 하며 부러운 맘에 신호가 바뀐줄도 모르고 한참을 서있었다.
부랴부랴 건넜더니 고작 거기서 거기가 뛴거라고 숨이 차온다.
멀리서 보는 편의점 건물은 꽤나 크고 넓었다. 그안에서 직원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있는 저 남자가 내것이라면, 아니지..방금 담배사고 나온 저남자도 괜찮아보이는데...저남자들 부인이 나보다 이쁠까?
유치한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분명 나보다는 안이쁠것 같다. 지 잘난 맛에 여직 처녀라고 뭇사람들이 비웃을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길을 가다보면 날 쳐다보는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우리동네가 아닌 다른곳에서...하루에 세번이상을 이쁘다는 말을 듣고 사는 나인데....
오늘은 술도 안들어갔는데, 푸념어린 생각을 하고있다.
'편의점 사장생각을 계속하는게 아니었어....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