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반말을 사용하지 않은걸 보니, 나이가 좀 있던가, 그도 아님 꾼이던가...아바타도 밋밋한게 그역시 나이가 좀 있거나, 채팅을 많이 해보지 않았거나...
겨울이야기? 첫느낌은 괜찮았다.
쪽지를 보낸다.
어디라고 할까 고민했지만, 나의 인사에 두번이상 묻지않는것이 어떤목적이 있어 들어온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그와 서로 호구조사를 시작한지 어언 삼십분이 지나고 있었고, 열심히 한탓에 맥주는 뜨뜻해져갔다. 얼른 달려나가서 얼음 몇알을 꺼내온 후, 잔에 넣고 마시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호기심과 진지함이 사라졌는지 내턱은 살짝 들려있고 목도 두어번 흔들어본지 오래다.
거칠어지고 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평소습관과 다른모습이 나오고 있다.
<만나죠!그럼 되겠네>
아까부터 자꾸 신체검사를 할요량인지 키,몸무게,거기다 얼굴여부까지 따져가며 묻고있던 그에게 불쑥 던져봤다.
<일단..핸폰번호부터 주시죠?>
까짓거 준다. 바로 울린다. 목소리가 무지 좋네..차분하면서, 굵지않고 부드러운 음성이라고 생각하며, 내머리 어딘가에서 자동조절되어 걸러진 내목소리 역시 수화기안으로 들어간다.
"왜 그러시는데요?"
"네? 뭐 말씀이신지.."
"전화번호드렸쟎아요? 왜 전화번호는 물어보셨죠?
"아~만나자기에, 만날려면 연락처를 알아야 할꺼 아닙니까?"
'이사람은 속고만 살았나?'하면서도 사이버상에서 한말이 현실과는 많이 다른데대해 익히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씁쓸하다.
취팅을 하고있는 나지만, 진실성없는 사람으로 비추긴 싫었던가보다.
하긴 채팅이란게 심심해서 장난삼아 하는것 인 걸로 보면, 이런데서 만난 사람한테 진실된 사람처럼 보일려고 애쓰는 것도 우스운일이다. 더군다나 이 늦은밤에 아니,이미 오늘에서 내일이 되어버린 이른 새벽에 여자가 채팅을 하는 것도 그렇고 만나자고까지 하면서..
억지스럽긴 하지만,여하튼 어떤 이유에서 건 난 인정받지 못한데서 오는 불쾌감을 떨칠수가 없었다.
알콜이 들어간상태라 불쾌한 느낌은 더했다.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으셨네요?>
<끊는다고 했쟎아요>
<왜죠?>
<전화보단..글로 하는게 더좋으니까요>
<ㅎㅎㅎ> <그럼 만나는건 어떻게 되는거죠?>
<글쎄요..전 만나자고 했고, 님은 핸폰통화를 원하셨던것 같고..전 님부탁 들어드렸는데...어쩌죠?>
<왜요? 저도 님부탁 들어드리죠? 만나요..어디로 가면 되죠?>
<오늘은 한가지만 하죠? 그리고 부탁이 있어요?>
<그럼 번호저장들어갑니다.>
<그건 알아서 하시는데, 전화는 하지마세요...저와 만난상태에서만 하세요.해주실수있죠? 하셔도 안받을수 있지만, 안하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어렵겠는데...해보도록하죠>
<그래요. 그럼. 나중에 뵈요. 안녕히 주무세요>
<나가시게요? 잠깐만요>
방을 나왔다. 사실은 아까부터 화장실이 급한터라 빡빡하던 키보드키를 다루기가 여간 힘든것이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마치고 와보니 쪽지가 와있다. 아쉽단다. 내일도 들어오란다. 피익~ 웃음이 나온다.
(난 있지? 날마다는 술못먹어..힘들어서..젊어서야 먹었지만,술에 눈뜬 뒤로는 힘들어서...꼭 하루는 건너고 먹어)
시계가 새벽 2시를 향하고 있다. 내일은 아니, 오늘은 수요일이다.
얘들이 오전수업만 있기때문에 12시좀 넘으면 몰려올것이니까, 이쯤에선 자둬야 술이 해독될것이다. 못해도 10시에는 일어나야할테고 어젯밤과 새벽의 흔적을 지우려면 일어나는데로 씻고, 치우고 해야할 판이다. 꺼지고있는 모니터 화면이 하품하는 모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