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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주벽 1-1 (그녀의 술...)


BY thumbh 2003-05-14

오늘도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지 않은날은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게 아마도 알콜중독의 시작이 아닌지..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난 술에 의지 하고 산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한테 키보드가 경고한다. 자꾸만 리턴키가 뻑뻑해하면서, 한번의 터치로도 내가 다시 멈추지 않음 안될만큼 계속 커서가 움직여버린다.
다음칸으로 그리고 다음줄로..이런상태로 술을 마시다보면, 정해져있는 내인생,내수명이 보다 빠르게 고장난 커서처럼 빨리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들게 만든 고장난 키보드 역시 내탓이다. 컴퓨터 앞에서 오락하다가 맥주잔을 넘어뜨린게 나니까...

내몸역시 뻑뻑해한다. 아랫배 깊숙한 내 장은 가스로 힘들어하고, 목구멍으로 부어지는 술에 쓰려하는 밤을 넘기면 또다시 뜨거운 국으로 부대끼게 만드는 주인을 건트림으로 경고해보지만, 위장 역시 제기능을 못하겠다고 아우성한지 오래인것같다.

모든게 뻑뻑해한다. 주인 닮아가나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진 크게 불편한 점 모르고 계속 살아가고 있으니, 애프터 서비스 되는 키보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있지만, 정작 서비스 맡길 주인이 이모양이니 한숨이 나온다. 그역시 술이 들어가면 하는 푸념일뿐, 늘 생각이 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여태 살고 있는게 아닐까? 푸념이 길어졌다.


컴퓨터로 인한 장애가 있지만 그 장애로 인해서 짜증이 났지만, 오늘도 역시 시작해 볼까 한다. 처음부터 키보드가 말썽이 더니 접속도 잘 되질 않는다.
맥주는 참 맛있는 음료다. 돈이 많이 들어서 소주로 바꿀까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맥주 만 한게 없어서, 줄창 맥주를 붓고 있다. 가끔 음미해 볼려고도 한다. 아니 오늘은 음미하면서 먹는 척 해봤다. 역시 좋았다.

접속..그리고,누군가 말을 건넸다. 아이디가 <황이다> 다.
내 기분도 황이다. 기분도 꿀꿀하고 날씨도 꿀꿀하다. 한참 저녁인데도 아직도 덥다. 더워도 더럽게 덥다. 음흉하리 만치 눅눅하면서,습한데다 오전부터 어두워서 찜찜한 기분 연속이었는데, 황이다 라는 얘도 참 날씨만큼이나 어둡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는 얘인것 같아서,기분 나쁘다. 술이 깰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을 크게 떠보지만, 역시 알콜부족이다.

 텔레비젼에선 아까부터 신곡 들고 나온 가수랑 별 시덥쟎은 얘기 가지고 히히덕 거리고 있다. 시끄럽다고 생각은 했지만,끄고 싶은 맘은 없다. 그마저 꺼버리면, 삭막한 기분에 졸려오는 풋한 봄밤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진 않을까 하면서, 사는게 싫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나름대로 떠들도록 전기세를 허락하기로 했다.

뾰족한 대답이 없어선지 황이다가 나가버렸다.
<니가 그래서 황인거야> 라고 비웃었더니, 재채기가 나와버린다.
술이 깨면 재미없으니까, 한잔 더 하고 다시 만나자 라며, 컴퓨터 모니터를 툭툭 쳐본다.술먹는 시간이 길어질지 모르니까.....

그리고 어짜피 나한테 청각적으로 보탬되어 주는 건 없으니까, 컴퓨터한테는 불필요한 전기를 허락못한다는 개념에 얘를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