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나비들이 머리 위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사이로 신문 한 장이 춤을 추듯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잡으려고 숨가쁘게 뛰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신문은 그녀의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다 멀어져 갔다.
"아, 안돼 저걸 잡아야 해! "
"어이, 왜 그래?"
"응? 신문 어디 갔어?"
"허- 또 꿈 꿨구마. 정신 차리고 아침이나 지어."
남편의 퉁명스런 대꾸에 꿈에서 헤어난 그녀는 부엌으로 가 아침 준비를 하며 중얼거렸다.
"이상한 꿈이야. 오늘 기사가 나오는데 뭐가 잘못됐나? "
남편의 출근 준비,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위한 부산한 아침인데도 그녀의 뇌리엔 꿈과 신문 기사로 가득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선 뒤 편집장에게 전화를 했다.
"편집장이죠? ㅇㅇㅇ 리포터입니다. 어제 보낸 기사 보셨는지요? 처음 쓰는 것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으리라 사려되는데...."
"아닙니다. 아주 맘에 들 정도로 잘 썼더군요. 다만 종결어미가 기사투가 아니라 편집부에서 손을 보았으니 염려마세요. 그 점에 대해선 토요일 편집회의에서 얘기합시다."
착 가라앉은 편집장의 저음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지만 여전히 기사에 대한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열시 쯤에 배달된다고 했는데...'
그녀는 초조함에 몇 번이고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그 뿐만 아니라 창 문으로 다가가 경비실 앞 신문 보급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벽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열시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창가로 다가가 경비실을 바라보았다. 몇 번을 창가로 다가가 확인 할 때도 보이지 않던 신문이 어느 사이 배달됐는지 꿈과 달리 신문대에 가지런히 꽂힌채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행여 그 신문이 꿈처럼 나비를 따라 휭하니 날아가버릴 것 같아 잽싼 걸음으로 경비실로 다가가 신문을 힘껏 뽑아들었다.
'이 속에 내가 손수 쓴 기사가 실려있다니,'
뿌듯함과 신문 기사에 대한 설레임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녀는 차오르는 숨을 목젖으로 꿀꺽 삼키며 집으로 향했다. 경비실과 집까지의 거리는 불과 오십여 걸음인데 초초함에서인지 십리 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선 채로 신문을 들춰보았다. 일 면 , 이면 ,
"오면이라 했던가?"
그녀는 오면을 펼쳐 보았다.
'ㅇㅇㅇ 의 맛기행' 아래 어머니의 손맛이 우러나는 한정식 대화정의 꼭지 제목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기사 내용과 함께 여러 컷의 사진이 더해져 한층 돋보였다. 이번 신문의 특별 게재여서 그런지 다른 기사와 달리 칼라플 하게 한 것이 신경을 꽤 쓴 편집 같았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풍선처럼 부풀게 한 것은 기사의 맨 위의 자신의 이름 석자의 활자와 기사 말미에 ㅇㅇㅇ 리포터 라는 뚜렷한 활자였다.
그녀의 눈이 흐릿해져 오는가 싶더니 그 활자들이 꿈의 나비들처럼 하늘거렸다.
"내가 해냈어. 나도 이제 무언가를 할 수 있어."
그녀는 꿈에서처럼 신문을 놓칠 세라 두 손으로 꼬옥 쥔채 기사를 보고 또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