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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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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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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BY 핑키~ 2003-06-17




갑작스런 아내의 말에 당황스러웠습니다.

"니 뭐라고 했나? 다시한번 말해봐라..
아가 잘못 된기가? "

"그래...흑흑...어쩐데...
알라가 집은 있는데 아가 없다 안하나.."

"뭐라고? 그게...무슨...
다른 병원에 다시 가보자. 나랑 같이 가자."
"흑흑...됐다..두군데나 다 가봤다.
다 마찬가지란다...엉엉...

얼른 수술해야 한단다...흑흑..."


어쩜 이럴수가 있나요...
말이 씨가 된건가요...아님 나빴던 마음이 씨가 된걸까요..
벅찬건 사실 이였지만,
애기집만 있고 애기는 없다니..
그렇담...애기가 우리얘길 들었다는 것일까...

휴우.....
우는 아내를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하나꺼내
물었지요.

우째 이런일이..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이렇게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어짜피 세아이 아빠될거..마음 비우려던 참에...

'아가야..미안하구나..미안하게 되었구나..
참 입이 방정이다..
옛말에 먹을것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지않던..

엄마아빠의 실망스런 마음에 너도 상처를 받은 모양이구나.'



토요일에 일찍 끝나고와서 집사람과 병원엘 다녀왔지요.
빨리 수술을 하는편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서둘러 수술하는게 엄마 몸에 좋다고...

푼수끼 많은 울 마눌..눈물범벅이 되어가지고,
수술이란말에 벌써부터 겁먹은 표정이네요.
아내의 마음도 참 복잡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바로 다음날 수술을 받았지요.
별것 아닌듯 마취하고 깨어난 아내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찌나 아파하던지..
아이를 낳는 진통처럼 그렇게요..

10분 거리가 참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은비는 까무러치는 엄마의 외침에 덩달아 놀래서 엉엉 울었구요.
그야말로 택시는 울음바다가 되었지요.


진통제를 먹고 아내는 잠이 들었습니다.
은비도 지쳐 엄마곁에서 잠이 들었군요.


퍼머풀린 긴 머리..
자글자글한 눈가주름..
화장기 없는 푸석한 얼굴...

'영희야...미안타...
내 면목이 없다..
니 몸이 이게 뭐고...

이제 훌훌 털고 얼른 일어나야지..
더욱 행복하게 살꾸마..'


우리가 택시타고 내리는것을 보았던지, 반장 아줌마가 은석이를 업고 왔군요.

"에휴...어쩐데유...은비네 많이 놀랬겠네..
애들은 우리집에 맡겨요..
소파수술도 몸조리 해야한다는데..

가만있자..내 미역국 좀 끓여와야겠구만.."


반장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씨에 저도모르게 눈물이 났지요.
불쌍한 마누라..
하늘나라로 간 아가..

정말 슬픈 한주였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다시는 이런시련 없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억지로 반장아줌마가 데려가고,
마누라와 미역국은 한술 떴지요.

"몸은 괘안나? 이제 안아프나..?"
"어..."

"영희야..수고했다..니한테 미안하다..내 더 잘할께..
미역국 많이 먹어라.."


그날 아내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아무런 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