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일이 지났지요.
상수는 아침 일찌감치 내려갔습니다.
마눌이 전날 해놓은 푸짐한 밥 한그릇에 김치랑 오뎅볶음 꺼내먹구요..
에휴...
제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시동생이 어딨겠습니까..
괜시리 제 낯짝이 뻘게지는것 같아 세수만 두번이나 해댔지요.
터미날까지 바래다주었죠.
"형아야..내가 뭐 어린아가? 어여 가그라..
내 알아서 잘 갈께.."
"알았다..문디..그럼 잘 내려가라..
엄마한테는 내 전화 할꾸마..
니한테 쪼매 미안타..서울 오랫만에 왔는데 대접도 영 아니였고,..."
"참내..내가 뭐 남이가..? 됐다..늦겠다..어서 가라.."
녀석이 탄 버스가 출발하는것을 보고 왔지요.
그냥 울적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떠나보내는 심정이 다 그런걸까요..
막내라서 더 애틋한 그런 마음..후훗..
6월초 날씨는 찌는듯이 더웠습니다.
담당하는 아파트에 케이블 공사가 늦어져서 느즈막히 퇴근하는 길이였죠.
언덕배기를 막 올라서는데,
슈퍼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나는군요.
"이봐...은비아빠..어여 와봐..."
"앗...수현아버지 아니세요? 정우아빠도 계셨네요.."
동네 고만고만한 아빠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던 터였죠.
때론 마누라 흉도 보고, 애들 키우는 얘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한잔 하는거죠..
"이제 오는거야? 은비아빠 돈 잘버나봐.."
"아이구..그런말씀 마세요..오늘 공사가 있어서 좀 늦었네요."
"크큭..어여 앉아..한잔 하자구..수현엄마가 마침 김치찌개를 끓였네.."
"아, 네 좋죠..."
세 아빠가 슈퍼앞 평상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꽤 시간이 지나간 겁니다.
여우같은 마눌 얼굴이 떠올랐지만, 오늘같이 피곤한 날엔
한잔 생각도 간절하지요.
"아빠..."
"어? 은비야...아직 안잤니?"
"응...엄마가 콩나물 사오랬어.."
"뭐? 이 시간에..? 으이구..알아줘야해..이 시간에 애 혼자 보내다니.."
"여보..수현엄마..은비 콩나물 좀 주구려..
아...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가져와봐...
예쁜 은비 주게.."
수현아빠가 은비한테 한턱 쐈네요..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세 아빠는 얼큰하게 취하는 중이였고, 은비는 제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좋아라 했지요.
한 11시쯤 되었을까...
"여봇~~~~~~~~~~~~!!!!"
저 멀리 마누라의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은석이까지 업고 나왔네요.
"얼른 들어가봐요..은비아빠..에구..은비엄마 화 나셨는가봐.."
"아, 네네...그럼 다음에..또...딸꾹..."
은비를 데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볶아대는 울 마눌..
"지금이 몇시야? 전화라도 좀 해주지..
은비..이눔의 지지배...이리왓...
이것아..너 콩나물 사오랬더니, 뭐했어?
그리고 아빠를 만났으면 어서 들어왔어야지.."
은비는 얼른 제 뒤로 숨습니다.
"으이구..이 마누라야..그만 좀 볶아대.."
"뭐라구? 그럼 잘했어? 당신 잘했냐구?"
"그럼 니는 뭐 잘했나? 시동생 밥도 안챙겨주고,내 솔직히 미안하더라.
그리고 남자들은 한잔 하고싶을때도 있는거야."
전에 없이 큰소리를 치고나니 울 마눌 이 어인 상황인가 싶어 조용하더군요.
은비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은비야...아빠가 소리질러 미안하다.
어서 들어가 자거라.."
저도 잠이 들었지요.
도대체 앞뒤 상황 분간도 못하고 날뛰는 울 마눌..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